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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나의 신앙
‘성심복지의원’의 은혜롭고 행복한 이야기
- 한지환(가브리엘) 신부님의 사제서품을 축하드리며


글 정영목 아길로 | 한의학박사, 성심복지의원 한방의료봉사단

 

2018년 1월 16일(화) 사제품을 받으신 한지환(가브리엘) 신부님께 주님의 영광과 축복이 가득하시길 기도드립니다. 한 가브리엘 신부님은 남산동의 무료병원인 성심복지의원의 한방의료 봉사단 청소년 봉사자였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인 2001년,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가브리엘 소년이 학교 방학숙제인 봉사활동 점수를 얻기 위해 어머니와 함께 성심복지의원을 찾았다가 의료봉사활동 현장의 진지함을 보고서 감명을 받았다며 이런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남을 위해 봉사하는 일은 나 자신의 기쁨이라 생각한다. … 이제는 장래희망이 군인에서 신부님으로 바뀌었다.” (성심 10주년 기념책자 활동수기)

성심복지의원의 봉사활동 현장을 보고 신영세자가 생겼다고 해도 기쁘기 그지없을 텐데, 신부님이 탄생하셨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예비하신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이는 성심복지의원 모든 자원봉사자들의 큰 은총이며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새 신부님께는 사제 서품 후 약 1주일 간의 휴가가 주어진다고 합니다. 한 가브리엘 신부님께서는 가장 귀한 그 기간 토요일 저녁 6시에 성심복지의원을 찾아 축복미사를 봉헌해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성심 축복미사는 26년째 매주일 한방진료가 이루어지는 한방진료실에서 봉헌됩니다. 치료용 침대가 있던 곳에 신자 석을 만들어 진료봉사자 한의사들과 일반 봉사자들, 장 데레사 사무장, 장 글라라 전임 사무장, 그리고 김효진 병원장 등 30여 명이 참례하였습니다. 한약조제대는 거룩한 제대로 바뀌었고, 옛 봉사자 소년은 새 신부님이 되시어 미사집전을 하신 것입니다. 하늘에서는 영광, 성심에서는 평화 그대로였습니다. 

미사 중 한 가브리엘 신부님의 강론 말씀은 봉사자들의 마음을 더욱 숙연하게 하였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사라질 세상 것에 정신을 쏟을 것이 아니라 회개하여 주님의 길로 정진하라는 복음 말씀을 묵상합니다.…세상의 부귀영화를 좇지 않고 자신의 재능과 귀한 시간을 사회로부터 소외된 어려운 분들을 위해 과감히 내어 준 선생님들로부터 복음 실천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6학년부터 4년간 이어진 성심복지의원 의료봉사활동 현장을 통해서 사제성소의 꿈을 키워 왔습니다. 당시 장래희망은 군인이었는데 성심가족들의 봉사활동 모습을 보면서 ‘나도 이웃을 위해 베풀며 사는 신부님이 되어야겠다.’고 다짐을 한 것입니다. 이제 오늘 그 꿈이 자그마한 꽃으로 피어나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도구로 쓰이도록 동기가 되어주신 성심가족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새 부임지에 가서도 성심공동체를 기억하며 미사 중에 늘 기도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저를 위해서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 당시 어린 가브리엘 학생을 진지한 성심봉사자로 인도하였던 장 글라라 전임 사무장은 “봉사기간은 비록 4년이었지만 아주 대단한 기간이었습니다. 한 가브리엘은 매주일 새벽미사에 복사를 선 후, 아침에 성심으로 나와서 오전 동안 봉사활동을 하고 오후에는 보이 스카우트에 참여하러 가곤 했기 때문입니다. 어린 소년의 모습에 흐트러짐이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한 가브리엘 학생은 봉사활동수기에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내가 이토록 여러 가지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일들을 배워서 다음에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서이다. 봉사활동을 할 때는 어려워도 끝이 나면 내가 즐겁기 때문에 피곤하지 않다. 앞으로 더 열심히 봉사활동을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남을 도와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초등학교 6학년 어린 소년이 남을 돕는 일이 기쁜 일이라 느끼고, 그 기쁨이 보람된 삶이 될 것이라는 걸 깨우쳐 일찍이 자신의 꿈을 사제가 되는 것이라고 인생좌표를 설정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꿈을 간직한 채 17년이란 세월을 오로지 한 길을 향하여 엄숙한 준비를 하여 드디어 사제가 되셨고, 오늘 그 사제성소를 키워왔던 성심에서 축복미사를 봉헌하시게 된 것입니다. 미사참례자 모두 새 신부님을 위해 정성스런 기도를 바치고, 가슴속에서부터 북받쳐 오르는 뜨거운 환희를 마음껏 찬양하며 더러는 눈시울을 적시기도 하였습니다. 하느님의 신비는 아주 높은 곳에 있거나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삶의 현장 속에 늘 함께 계심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도 성심복지의원 무료진료실에는 초·중·고 학생들과 한의대, 간호대 학생 등 300여 명이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눈 속에, 그들의 마음속에 우리의 활동 모습이 담겨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들 중에 또 다른 성소가 자라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린 학생봉사자 한 명 한 명을 더욱 소중히 여기게 되었고 미래의 성직자로 대해야겠다는 자기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엄동설한 한파를 무릅쓰며 삶에 찌든 무거운 몸을 이끌고 치료 받으러 오시는 어르신들께도 더욱 정성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미사가 끝난 후 한 가브리엘 신부님께서는 참례자 모두에게 정성들인 안수기도를 해주셨습니다. 새 신부님의 기도손길은 그리도 뜨거울 수가 없었습니다. 어디선가 ‘You raise me up’ 노래가 흘러나오고, 성심의 은혜는 깊이깊이 익어갔습니다. 미사가 끝난 후 성심봉사자들과의 기념 촬영이 있었고, 이어서 지난해 12월 5일 평창에서 거행된 2017년 전국자원봉사대회에서 성심복지의원 의료봉사단이 최고 영예인 ‘대통령 표창’을 받은 기념 촬영도 하였습니다. 기쁨이 배가 되었습니다. 주님의 도구로 쓰일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 성심복지의원은 1992년도에 설립된 천주교대구대교구 사회복지회 부설 무료병원(남산동 소재)으로, 26년째 운영되고 있는 지역 최초 순수무료병원이다. 치과와 한방으로 시작하여 내과, 정형외과, 제통과, 신경과, 피부과 진료실이 운영되고 있고, 대상자는 저소득층 어르신, 기초생활수급자, 차상계층, 실직자, 노숙인, 이주노동자들이다. 현재 양·한방 의료인 100여 명, 일반인 100여 명, 학생 300여 명의 봉사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독지가들의 기부금과 후원금으로만 운영된다. - 자세한 문의 : 053-256-94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