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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의 정착이야기
다름도 아름답다


글 장숙희 루시아 수녀 | 민족화해위원회,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우리 민족 남누리, 북누리 주민들은 70여 년 단절되어 살아왔기에 당연히 다른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같은 민족이며 같은 언어를 사용하기에 통역 없이 대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말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경상도 지역 내에서도 북부지역과 남부지역 또 도시 사이에도 사뭇 다른 말들이 있습니다. 이런 언어의 다름은 문화의 풍요로움과 표현의 섬세함 등의 장점이 많습니다. 어떤 언어들은 고어가 남아 있기도 하지요! 가령 한 예로 경주지역의 ‘… 아이시이더! … 아이니이더!’는 고어 그대로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습니다.

언어는 신원을 밝혀주고 우리가 한민족임을 알게 해주고 서로 소통하게 하는 중요한 매개체입니다. 그래서 저는 만나는 우리 동포에게 이렇게 말해줍니다. ‘고향 말을 지키세요!’ 그리고 필요하다면 서울말이나 대구 말을 배울 수 있지요! 우리가 어떤 이유로 자신이 나고 자란 땅을 떠나 산다고 해도 그곳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서로 왕래할 때 그들은 자신의 옛 이웃들에게 고향 말로 우리를 소개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남과 북을 모두 체험한 외국인들의 증언에 의하면 한민족인 우리는 다름보다 서로 닮음이 훨씬 더 많다고 합니다. 실제로 조상대대로 내려온 예의범절이나 음식, 문화 등도 지역적 특성에 따라 약간의 다름이 있을지언정 거의 같습니다. 김장 문화, 장 담그기 등 서로 같은 민족임을 느끼기에 충분한 우리 민족만의 독특한 음식 문화유산입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 헤어져 사는 동안 언제부터인지 서로 의미가 달라진 단어도 있습니다. 가령 저희가 하나원 방문을 갈 때 어떤 선물이 좋겠는지 여쭈어 보았을 때 있었던 일화입니다.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물었을 때 많은 분들이 ‘낙지’라고 해서 황당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낙지를 선물로 가져가지?’하며 속으로 염려했던 것입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분들이 말하는 ‘낙지’는 ‘마른 오징어’였습니다. 그러면 ‘오징어’는 무엇일까요? 지금 머릿속으로 생각하시는 그 단어가 맞습니다. 오징어는 바로 낙지를 말합니다. 우리가 분단되어 오랜 세월 떨어져 살았기에 언제 그렇게 서로 바뀌었는지에 대해서는 언어학자들이 밝힐 몫이지만 일단 다름이 주는 혼돈이 여러 면에서 상당 부분 존재합니다. 이제는 많이 알려진 그들이 말하는 ‘일 없습니다.’는 우리가 생각하는 거부나 내침의 뜻이 아니라 ‘괜찮다.’, ‘혼자 할 수 있다.’라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말의 내용도 책으로 익히면 일종의 지식이지만 우리 민족화해위원회 봉사자들이나 가정문화체험에 참여하신 봉사자들은 그대로 현장학습을 하는 셈이지요! 그리고 실제로 말은 조금 다르지만 대개는 의미를 이해하기 때문에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오히려 1박 2일 가정문화체험 동안 교육생과 봉사자가 어찌나 정이 들어서 오시는지 환송식 날 헤어지는 모습은 혈육이 헤어지는 것 못지 않습니다.

다름에 굳이 집중하지 않는다면 함경북도 사람들이 대부분인 북한이탈주민들과 우리 경상도 사람들은 여러모로 많이 닮았다고 합니다. 어떤 동포들은 억양이나 성품, 무뚝뚝하지만 정스러움 등이 닮아서 대구가 고향과 거의 같다고 하는 동포들도 있습니다.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자주 만나고 대화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 아버지께서 제 안에 계시고 제가 아버지 안에 있듯이, 그들도 우리 안에 있게 해 주십시오.”(요한 1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