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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사목을 하며
요즘 제가 만나는 분들은 이런 분들입니다


글 이종민 마태오 신부 | 교구 병원사목부 담당

 

 

+ 찬미예수님! 병원사목부 이종민 마태오 신부입니다. 제가 병원사목부에서 소임을 한 지는 이제 겨우 일 년이 지났습니다. 병원사목을 하면서 제가 주로 만나는 분들은 환자와 환자 가족들, 봉사자들, 그리고 병원 가톨릭 신우회 회원들입니다.

당연히 제가 주로 만나는 첫 번째는 환우들입니다.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제가 만나는 환우들도 각자의 삶을 다양하게 살아오신 분들입니다. 연령대도 다양하고 삶의 모습도 서로 다릅니다. 한평생을 열심히 사시고 요양병원으로 들어오신 분들도 있고 너무 젊은 나이에 큰 병을 앓고 있어 안타까운 이도 있습니다.

병상에서 생활하는 모습도 다릅니다. 어떤 분들은 가족과 이웃이 함께 있지만 어떤 분들은 혼자 외롭게 병상생활을 합니다. 또 어떤 분들은 병상에 있는 자신의 약한 모습을 이웃들에게 보이기 싫어서 본인 스스로 혼자 계신 분도 있고 어떤 분들은 병원에 계시다는 것을 누구도 알지 못해 그저 외롭게 병상생활을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또 어떤 분은 본인도 환자이면서 성체를 모시고 온 사제를 다른 신자가 입원해 있는 병실로 안내해 주시는 분도 계십니다. “신부님, 그 형제가 이제는 걷지도 못하고 말도 하지 못합니다. 기도해 주십시오.”라며 이웃의 사정을 대신 이야기해 주시기도 합니다. 본인도 환자이면서 다른 환자를 돌보는 분을 보면 대견함과 안타까움과 감사함이 동시에 느껴지는데 이런 느낌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환우들이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환자복을 입고 병원에 있다는 것입니다. 환자복을 입은 그들을 보면서 드는 느낌은 아프고 외롭다는 것입니다. 환우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눈물을 보이며 마음속의 이야기를 끄집어 내십니다. 그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함께 마음이 답답해지면서 ‘이 형제자매를 위해 내가 당장 해줄 수 있는 것이 없구나.’ 하는 생각에 막막해집니다.

환자 가족들과 만날 때도 있습니다. 힘들어 하는 환자를 보면서 가장 많이 아파하는 이들입니다. 환자 가족들은 환자의 사정과 대신 아파 줄 수 없는 답답한 심정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하느님을 원망하면서 눈물을 흘리시면 어떤 말로도 위로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위로의 말을 전한답시고 입을 떼는 것조차 미안한 마음이 들어 가만히 듣고만 있기도 합니다.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마르15,34)라고 기도하시는 십자가의 예수님이 떠올라 어떤 말씀도 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환자와 환자 가족의 답답한 심정을 함께하면서 마음으로 기도하게 됩니다.

그리고 제가 주로 만나는 분들은 병원 봉사자들입니다. 봉사자들은 외롭게 병상생활을 하는 환자들을 찾아가 힘든 사정을 들어주고 말벗이 되어 줍니다. 환우들 중에 천주교 신자가 있는지 찾아 함께 기도합니다. 병원 미사시간을 환우들에게 알려 드리고 미사시간에 맞추어 환우들을 모셔 오기도 합니다. 미사 전례를 도와주시고 환우들과 함께 큰 소리로 성가를 불러 주십니다. 제가 병실 방문을 할 때면 앞장서 가시며 저를 인도해 주십니다. 돌아가신 분이 있으면 서로 연락해서 기도하고 연도를 합니다. 미용기술이 있으신 분은 이발봉사를 하시고 활동이 불편한 환우들을 위해 머리감기 봉사를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어찌하지 못하는 병마 앞에서 환우들과 함께, 환우들을 위해서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 주고 실천하는 봉사자들이 자랑스럽습니다.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루카 10,37)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환우들의 이웃이 되어주는 봉사자들이 자랑스럽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봉사자들도 병을 앓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봉사를 쉬기도 하고 때로는 입원하거나 수술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환우들을 위해 봉사하던 분이 입원해서 환자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환우들을 위해 봉사하던 그 모습을 하느님께서 기억하시고 돌보아 주시기를 기도하게 됩니다.

다음으로 제가 주로 만나는 분들은 가톨릭 신우회 회원들입니다. 각자 병원에서 바쁘게 일을 하는 와중에도 자신이 신앙인임을 잊지 않고 함께 모여 미사를 하고 기도를 합니다. 병원마다 신우회 모임의 모습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임 날이 되면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모임을 하며 김밥 한 줄로 얼른 식사를 하고는 다시금 자신의 일자리로 돌아갑니다. 의료직에 종사하는 신우회 회원들을 보면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닌 줄 알면서도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그 일 자체가 아프고 외로운 환우를 돕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환우들의 아픔을 듣고 진찰하고 처방하고 주사를 놓아 주는 모습이 참 부럽습니다.

가톨릭 신우회 회원들은 의료인으로서 환자를 돌보는 일을 천직으로 하시는 분들이지만, 어떤 분은 동시에 환자이거나 환자의 가족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의료인으로 일을 하면서 본인에게 더 직접적으로 병을 마주하게 되면 어떤 심정일지 저로서는 알기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병원사목을 하면서 제가 주로 만나는 분들은 이런 분들입니다. 병으로 인해 답답하고 막막한 심정으로 생활하는 환자와 환자의 가족들, 그 심정을 함께하면서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자 하는 봉사자들, 그저 해야 할 일 이상으로 기도하며 환자들을 돌보는 가톨릭 신우회 회원들, 그 모습을 하느님께서 기억해 주시고 돌보아 주시기를 저도 함께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