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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의 정착이야기
화해와 일치의 공동체인 가톨릭교회


글 장숙희 루시아 수녀 | 민족화해위원회,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유아세례를 받은 사람이 아니라면 오랜 시간 동안 예비신자 교리를 받으며 준비해온 세례를 받고 가톨릭교회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날의 기쁨을 기억할 것입니다. 새로 태어남에 기쁨과 감사, 하느님과 깊이 일치하는 감격에 같은 신앙을 가진 이들이 모두 가족처럼 친근히 느껴졌던 경험 또한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친구 데레사는 사랑하는 사람과 관면혼인을 하고 아이 둘을 얻어 기쁘고 감사하며 사는 착한 신앙인이었습니다. 결혼생활을 하면서 데레사의 신앙생활에 깊은 감명을 받은 남편도 바쁜 시간을 내어 교리를 받았고, 세례를 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기쁨을 함께 누렸습니다. 그런데 남편의 대부에게 사기를 당해 재산을 많이 잃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그 당시 데레사의 가족에게는 큰 시련이 닥쳐와 힘겨운 시간을 보내던 때였습니다. 남편은 성당에서 명망 있던 대부님을 믿고 의지하며 그분께 상담까지 받던 때였습니다. 의지하고 믿었던 사람에 대한 실망은 하느님과도 멀어지게 하였습니다. 친구로서 마음 아픈 일이지만 기도를 드리는 일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사기사건과 관련해서 그 대부님은 법적으로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고 빠져나간 후 그 성당에 그대로 다녔다고 합니다. 피해를 입은 이들 부부는 그의 위선을 보며 함께 미사를 드리고 그를 대부님이라 부르며 마주할 수 없어서 교회공동체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데레사의 가족은 그후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하느님께로 돌아와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데레사의 가족에게 어려움을 주었던 그 사람이 회개하고 새 삶을 살아가기를 바랄 뿐입니다.

착한 사람이 더 많은 세상이며 교회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가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입니다.

교회는 거룩한 존재지만 동시에 잘못을 할 수 있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공동체입니다. 복음서들은 초기교회 공동체로부터 우리가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마태오 복음서는 미성숙함과 단점을 지닌 교회 공동체 내에서 잘못한 이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설명해줍니다. 그가 부끄럽게 느끼지 않도록 먼저 둘이서 얘기하고 그가 듣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데리고 가서 증인을 세우고… 그래도 듣지 않으면 교회공동체에 알리고 그리해도 듣지 않으면 그 관계의 파탄에 책임이 없다고 하십니다.(마태 18,15-18 참조)

개인과 개인, 개인과 공동체, 공동체들 사이에 불화와 분쟁을 겪은 경우 화해와 일치를 이루는 일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우리의 미약하고 부족한 신앙심은 오랜 시간이 흘러야만 비로소 하느님께 의지하여 부족하고 때로 잘못을 저지르는 인간의 조건을 이해하고 화해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그분께 의탁하는 기도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됩니다.

올해 우리나라는 남북정상 회담을 통해 다시 교류와 협력을 시작했습니다. 또한 북미정상회담은 이러한 우리의 일치를 가속화시켜주는 평화체제를 이루어가는 과정일 것입니다. 우리 민족은 70여 년간 분단이 지속되어 엄청난 고통을 겪었지만 끝내 화해와 일치를 이루어 통일의 그날을 꿈꾸는 것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이러한 평화를 이루어가는 시기에 한마음으로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바라지 않고 청하지 않는 일을 하느님께서 하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은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당신과 화해하게 하시고 또 우리에게 화해의 직분을 맡기신 하느님에게서 옵니다.”(2코린 5,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