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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의 현장에서
좋은 사회복지 서비스를 선택하고 싶으십니까?


글 도건창 세례자요한 | 카리타스복지교육센터 소장

 

사회복지 서비스 품질을 판단하기가 참 어렵다.

물건을 사는 일은 늘 어렵다. 전자제품 매장에 냉장고를 사러 간 적이 있다. 크기와 용량, 형태와 디자인, 서로 다른 부가 기능과 다양한 가격의 냉장고 가운데에서 우리집 공간, 용도, 분위기와 형편에 맞는 냉장고를 고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우리 가족에게 필요한 기능이 무엇이며 어떤 분위기를 낼 수 있는 형태의 냉장고를 원하는지, 얼마나 지출을 해도 되는지 등을 생각하다보면 머리가 아파온다. 그래서 여러 가지 기준을 능숙하게 조합해서 필요한 것을 찾아내는 아내가 위대해보인다.

요즘에는 사회복지 서비스가 시장원리에 따라 공급되는 경우가 많다. 서비스를 이용할 사람에게 돈이나 서비스 이용권을 드려서 원하는 시설이나 기관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스스로 선택하도록 한다는 뜻이다. 눈에 보이게 전시되어 있고 큰 탈이 없으면 제품 설명서에 적힌 성능을 내도록 표준화된 냉장고를 고르는 것도 어려운데, 냉장고와 달리 미리 만들어 둔 샘플을 볼 수 없는 사회복지 서비스를 선택하기는 더 어렵다. 방문목욕 서비스 이용자가 목욕 전에 그 서비스가 자기 마음에 들지 그렇지 않을지 알 수 없다. 사용설명서대로 작동만 시키면 정해진 온도로 냉각되는 냉장고와 달리 사회복지 서비스는 그때그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사회복지 서비스의 질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상담전문가라 해도 내담자가 자신을 열고 표현하지 않으면 대책이 없다. 더 다양한 방법으로 동기를 부여하고, 더 나은 분위기를 만들 수는 있어도 내담자가 최종 열쇠를 쥐고 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것은 일대일 상담에서 국가 단위 국제협력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회복지 서비스에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사회복지 서비스의 질을 모든 관계자가 함께 만들어낸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사회복지 서비스의 질을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까?

 

좋은 사회복지 서비스를 고르기 위한 팁(Tip)!

 첫째로 “이용하는 사회복지 서비스로 어떤 삶을 살 수 있게 도울 것인가?”라는 물음에 같은 답을 할 수 있는 시설·기관의 서비스를 골라야 한다. 예를 들어 혼자 거동이 힘든 분 가운데 어떤 이는 다칠까봐 가만히 누워 계시기를 원하는 분도 있지만, 다칠 위험이 있더라도 정원을 산책하며 하늘을 보는 것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분도 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와 우선순위가 서로 다르다. 그래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기관이 추구하는 가치가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같거나 비슷한지, 또 말로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지 확인해야 한다. 양쪽이 합의한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도 서비스 이용자에게 맞아야 한다. 예컨대 당사자 존중이라는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제공하는데 무게를 둘 수도 있고, 당사자가 삶을 통해 익힌 지혜와 능력을 다른 사람들과 능동적으로 나눌 기회를 드리는 것이 더 낫다고 여길 수도 있다. 서비스를 이용할 사람은 행복한 삶을 이루기 위해

자신에게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따라서 선택 대상이 되는 시설·기관이 그들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선택하며, 그것을 실행할 능력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이것은 해당 시설·기관 홈페이지나 리플릿에서 시설의 고유한 가치와 가치를 실현할 전략을 투명하게 공개하는지 보고, 조직도와 직원 배치 현황, 프로그램 안내에서 필요한 전문 인력과 프로그램이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첫 상담에서 그 시설·기관이 보이는 태도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장을 직접 관찰할 수 있으면 더 낫다. 합의한 가치를 구현할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려면 개인 성향, 살아 온 삶의 역사나 가치관에서부터 좋아하는 음식, 옷 모양, 색깔과 같은 개인 기호, 현재 건강과 신체적 능력은 물론 심리적, 정신적 상태와 그에 따른 위험 등 여러 정보를 수시로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정보를 더 자주, 더 이해하기 쉽고 친절하게 공유하는 곳이 좋은 시설·기관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무엇을 목적으로 무슨 도움을 어떤 방식으로 제공해서 어떤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 합의하는 것이 좋은 사회복지 시설·기관의 첫 조건이다.

 

두 번째로는 합의한 목표를 달성하려는 노력을 잠깐 하다마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변함없이 진심으로 계속 해나갈 수 있는가 살펴보아야 한다. 그 시설에서 말하거나 써 붙여 놓은 것보다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아야 한다. 예를 들면, 교육 중에 만난, 방문요양서비스를 하는 한 어르신복지센터에서는 안방까지 폐품과 쓰레기로 가득 차 누울 자리도 찾기 힘든 어르신을 알게 되었다. 집안을 모두 치워드리는 것은 어르신복지센터 과업은 아니지만 사고가 나서 어르신이 다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집안을 정리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당사자 동의와 협력 없이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 그 사회복지사가 매일 전화로 안부를 여쭙고, 한 주에 한 번 이상 방문해서 어르신과 대화하며 어르신이 물건을 모으는 이유와 그 물건들이 어르신께 어떤 의미인지 알아보았다. 그리고 가끔씩 어르신께서 다칠까 염려스럽다는 이야기만 했다. 만남을 거듭하며 신뢰가 쌓여갔다. 여섯 달 뒤에 어르신이 먼저 집안을 정리하고 싶은데 도와줄 수 있는지 물으셨고 자원봉사자를 모아 함께 그 집을 정리했다. 이런 태도를 가진 시설·기관을 찾아야 한다. 이 두 가지는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도움뿐만 아니라 국제협력과 같은 대규모 사업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품질 판단기준이다.

 

좋은 사회복지 서비스의 기본조건인 동시에 국제카리타스윤리강령의 첫 원칙인 파트너십 

이 모든 것을 요약하면 파트너십이라 할 수 있다. 진심으로 실천하는 파트너십은 좋은 사회복지 시설·기관의 기본인 동시에 “나는 너희를 더 이상 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종은 주인이 하는 일을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너희를 친구라고 불렀다. 내가 내 아버지에게서 들은 것을 너희에게 모두 알려 주었기 때문이다.”(요한 15,15)라고 하신 예수님 말씀을 이루는 일이다. 그래서 국제카리타스 윤리강령은 카리타스 실천을 위한 첫 원칙으로 파트너십을 내세웠다. 파트너십은 “공유된 가치와 전략, 정보에 기반하여 합의한 목표에 대한 장기적인 투신”(『국제카리타스윤리강령』 원칙 “파트너십”)을 의미한다. 이것을 실천하려면 서비스 이용자와 서비스 제공자, 직원과 자원봉사자, 직원들 사이에서 서로 정직한 피드백을 줄 수 있어야 하고 공동으로 계획을 세워야 하며,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고 서로를 공동 목표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동지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동반해야 한다. 이것은 자기만 전문가라는 아집을 넘어 상대방의 요구, 감정, 전문성, 경험과 지혜에 진심으로 열려 있는 자세를 요구한다. “돈을 내는 나는 갑이고, 돈을 받은 당신은 을이다.”, “나는 전문가고, 당신은 아마추어다.”, “우리는 가톨릭답게 되도록 이끌어가는 사람이고, 당신은 돈을 받고 일하는 일꾼일 뿐이다.”라는 식의 편가름이 아니라 함께 인간다운 삶을 이루어가는 사람으로 서로 존중하고 상대방 선의를 신뢰할 것을 촉구한다. 그래서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우리 센터 교육 참석자, 동료와 강사진, 그리고 관계 기관과 어떤 파트너십을 가지고 있는가? 나의 파트너십을 정기적으로 돌아보고 반성하는가? 파트너십을 실천하지 못했을 때, 진심으로 나의 부족함을 수용하고뉘우치며 사과하고 개선하려 하는가? 아니면 그것을 회피함으로써 세상을 향한 예수님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