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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 한티순교성지 봉사자들
순교자들의 삶에 물들다


취재 김명숙 사비나 편집장

 

매순간 최선을 다해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한티순교성지(관장 : 여영환 오토 신부)의 봉사자들. 이번 달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9월 순교자 성월을 맞아 한티순교성지에서 봉사하는 여러 팀 가운데 케노시스 팀의 김주포(알로이시오, 도원성당)·풀꽃 팀의 정경준(블랑디나, 만촌2동성당)·물들다 팀의 구기영(글라라, 봉덕성당)·빛나리 팀의 최해자(세라피나, 만촌3동성당) 봉사자를 대구대교구청 내 카리타스카페에서 만나 그들의 행복한 봉사활동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케노시스 팀 소속으로 한티순교성지의 관리를 맡고 있는 김주포(알로이시오) 봉사자는 “4년 전 관장 신부님께서 부임하셔서 ‘한티마을사람’이라는 이름의 봉사자단체를 발족할 때 케노시스 팀은 5명의 회원으로 시작하여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며 “성지 내 순교자 무덤과 순례자길 정비, 낙엽 정리, 눈 치우기, 청소, 김장 등 성지 곳곳의 크고 작은 일들을 주로 하고 있다.”고 했다. 2년 전부터 1주일에 3회 월.수.금요일 혈액 투석을 받으면서도 화요일이면 성지를 찾는 기쁨에 한 주일이 행복하다는 김주포 봉사자에게 한티는 더없이 은혜롭고 어머니 품속 같은 곳이다. 풍덕공소(안동교구)에서 공소회장으로 활동한 부친의 영향으로 공소에 대한 애착이 유난히 강했던 김주포 봉사자는 한티 봉사 이전부터 이미 친구와 함께 공소 10곳을 찾아다니며 공소 마당의 성모상을 깨끗이 씻고 페인트칠로 단장하는가 하면 한티순교성지의 성모상도 씻고 단장할 정도로 오랜 시간 조용히 활동해 왔었다. 그런 그에게 한티에서의 봉사는 봉사라기보다는 삶의 한 부분이고 기쁨이며 살아가는 이유가 된 곳이다.

여기 또 한 사람, 한티순교성지가 개인적으로 아주 특별한 곳이라는 풀꽃 팀 정경준(블랑디나) 봉사자가 있다. 암 투병을 할 때 수시로 한티에 올라 14처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며 많은 위로를 받았다는 정경준 봉사자. 건강을 회복한 그녀는 “평소 저의 취미가 야생화 사진을 찍는 일인데 한티에는 계절마다 수많은 풀꽃들이 피어나 신앙생활과 취미생활을 함께할 수 있도록 돕는  곳이라 더 좋았다.”며 “그러던 중 오토 신부님께서 관장 신부님으로 부임해오시면서 자연스럽게 봉사자단체인 한티마을사람의 일원이 되어 한티의 풀꽃을 촬영하고 있다.”고 했다. 오랜 벗이기도 한 문정희(미리암, 욱수성당) 봉사자와 둘이 한티 곳곳의 풍경을 렌즈에 담아 한티마을사람 카페에 올리고 있다. 중학교 때부터 늘 카메라를 가지고 놀곤 했다는 정경준 봉사자는 “한티의 풀꽃을 찍어 온 지 1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새로운 풀꽃을 만나고 있다.”며 “하느님께서는 제가 심심할까봐 매번 선물처럼 새로운 풀꽃들을 보내주시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혹시 한티의 사계와 야생화를 주제로 개인전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여 여쭤보니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한티의 사진을 모아 성지에서 전시회를 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본당에서 청소년위원회 위원장으로, 제대봉사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물들다’ 팀 구기영(글라라) 봉사자는 “한티에서 전례봉사와 여러 가지 봉사를 하고 있는데, 성지의 상황에 따라 주방봉사, 피정의 집 객실과 마당청소, 김장 등의 봉사를 하고 있다.”며 “어떤 일이든 가리지 않고 10명의 회원들 모두 그날그날 주어지는 일을 열심히 한다.”고 했다. 그녀는 “봉사라는 생각보다는 하느님께 사랑받는다는 생각이 더 크고 하느님의 사랑을 더 많이 느끼고 더 많이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에 오히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어떤 일을 하든 반짝반짝 빛날 만큼 열심히 하는 빛나리 팀최해자(세라피나) 봉사자 한티에서 전례봉사를 맡고 있다. 현재 4명의 회원들이 미사해설, 독서, 반주, 제대봉사를 하고 있고 본당에서는 제대봉사를 하고 있다. “한티순교성지에 김장 봉사를 하러 다니다가 2017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회원들과 전례봉사를 하게 되었다.”는 최해자 봉사자는 “봉사를 하는 모든 순간순간이 다 기쁨으로 와 닿는다.”며 “한티에서의 시간은 현재를 살아가는 저에게 일상의 순교가 무엇인지를 알게 하고 깨닫게 하는 귀하고 소중한 곳”이라고 했다.

 자신들에게 주어지는 일을 기쁘고 행복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한티순교성지의 봉사자들은 “관장 신부님의 열정 덕분에 저희도 순교자들의 삶을 본받으려 애쓰고 있다.”며 “그래서인지 한티에 오를 때마다 참으로 은혜롭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현재 한티순교성지에는 250여 명의 봉사자들이 ‘한티마을사람’이라는 이름 아래 제각기 속한 팀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순교자들의 삶을 배우고 익히며 그 영성에 물들어가고 있다. 이들 봉사자들의 아낌없는 노력과 활동이 있어 한티순교성지가 더욱 뜻 깊게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