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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새해 결심
- “끊어버립니다.”


글 최성준 이냐시오 신부 | 월간 〈빛〉편집주간 겸 교구 문화홍보국장

 

2019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월간 「빛」 독자 여러분의 가정에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사실 늘 똑같은 날들의 연속이지만 사람들은 하루, 한 달, 한 해, 이렇게 일정한 시간의 단위를 만들어 놓고 의미를 부여합니다. 이제 2018년이 지나고 2019년이라는 새로운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새해를 맞아 사람들은 한 해의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이런저런 각오를 다져 보기도 합니다. 독서나 공부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다이어트나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각오하기도 합니다. 담배를 끊거나 평일미사 참여하고, 봉사활동을 제대로 해보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합니다. 아니면 교구장님의 사목교서 내용처럼 ‘용서와 화해의 해’를 맞아 아직도 용서하지 못한 사람에게 용서를 청할 용기를 내어보거나, 관계가 소원해진 사람들과 화해하겠다는 큰 결심을 하기도 하겠지요. 여러분은 어떤 계획을 세우셨나요? 무슨 결심을 하셨나요?

 

저는 ‘무엇을 하겠다, 이걸 꼭 이루겠다.’는 계획보다 ‘이것만은 하지 않아야지, 이런 건 고쳐야지.’ 하는 결심을 해봅니다. 요즘 저의 눈에 들어온 글귀가 있습니다.

 

공자께서는 네 가지 태도를 없애셨으니, ‘무의(毋意), 무필(毋必), 무고(毋固), 무아(毋我)’이다.1)

 

공자가 마지막까지 삶에서 끊어 버리고자 했던 네 가지입니다. ‘무의(毋意)’ 사사로운 뜻이 없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내 마음대로 생각하고 판단하거나 자기만 옳다고 여기는 생각을 없애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필(毋必)’ 꼭, 반드시 해야만 한다는 태도를 없애야 한다는 것입니다. 반드시 내가 주장하는 것이 관철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억지를 불러옵니다. 바뀌는 상황에 맞게 적절히 변하고 조정될 수 있는데도 타협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사람들을 대하면 마치 벽을 마주 대하는 느낌이 듭니다. ‘무고(毋固)’ 고집을 버린다는 뜻입니다. 신념이나 원칙을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내가 주장하는 원칙이 나만의 고집일 수도 있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귀기울여야 독단에 빠지지 않습니다. 한결같은 마음을 유지하는 것과 독단적인 고집을 피우는 것은 다르지요. 마지막으로, ‘무아(毋我)’ 자신을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집을 없애는 태도입니다. 아집이 강한 사람은 자신의 생각에만 사로잡혀 타인을 배려할 줄 모릅니다. 무아(毋我)는 자신을 사랑하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선현들도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을 알고, 어진 사람은 자신을 사랑한다.”2)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자기애가 강해서 모든 일에 자기 생각만 하고 자신의 이익만 추구한다면 그 사람 안에 하느님께서 들어오실 자리는 없을 것입니다. 당연히 다른 이웃을 받아 줄 여유도 없겠지요.

 

이 네 가지를 완전히 끊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책상 앞에 글귀를 붙여 두고 자주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한다면 새해에는 좀 더 달라진 내가 되어 있겠지요. 여러분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뜻한 바를 이루어 나가시길 바랍니다.

 

1) 『논어』, 「자한(子罕)」편, 4. “子絶四, 毋意, 毋必, 毋固, 毋我.”

2) 『순자』, 「자도(子道)」편, 6. “知者自知, 仁者自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