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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심과 응답
세 가지 서원
- 신학교 설립(司祭聖召)


글 김병수 루카 신부 | 교구 성소국장

 

초대 교구장이셨던 드망즈 주교님의 세 가지(주교관 건립, 주교좌성당 증축, 신학교 설립) 청원이 이루어짐에 봉헌한 성모당이 2018년 100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그 정신과 뜻을 새기고 실천하고자 ‘새로운 서약, 새로운 희망’이라는 주제로 교구장 대주교님께서 사목교서를 발표하셨습니다. 세 가지 청원 중 하나가 ‘신학교 설립’으로, 당시 어려운 여건에서도 신학교를 설립하여 교구사제를 양성하고 배출하여 교회와 교구가 발전하였듯이 100년이 지난 오늘날 신학교 설립의 원의와 의미를 되새기며 성소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성소(聖召) - “하느님의 거룩한 부르심”이라고 합니다. 물론 세례를 받은 모든 이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고 부르심에 응답한 사람들입니다. 또 세례를 받은 모든 이에게는 하느님의 자녀로서 가지는 세 가지 직무(사제직, 예언직, 왕직)가 주어지지만 여기서는 직무 사제직을 수행하는 사제성소에 대해 다루고자 합니다.

 

『교구사제 사목지침』에 직무 사제직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직무 사제직은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사명을 계속 수행하여야 할 임무를 지니고,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를 통하여, 특수한 소명으로 그리스도께 부르심을 받습니다. 사제들은 세상에 있지만 세상에 속한 사람이 아니며, 축성 순간부터 사제들은 그리스도 자신의 사명에 참여하고, 하느님의 나라가 우리 가운데 있음을 모든 사람에게 선포하며, 하느님의 백성을 다스리고 가르치고 성화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게 됩니다.”

이처럼 교회 안에서 거룩하고 중요한 일을 하는 직무 사제직을 수행할 사제 양성은 교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이며 시급한 과제입니다. 인구감소와 교회의 세속화, 물질주의와 개인주의로 많은 어려움과 다양한 도전을 받고 있는 교회로서 사제 양성은 미래 교회를 결정지을 만큼 중요하고 교회 구성원 모두가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복음을 선포하고, 성당을 짓고, 성직자를 양성하고, 사회 활동과 해외선교 활동을 하는 등 사제가 해야 할 일은 점점 다양해지고 세분화되며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까지 그 영역이 넓어졌지만 사제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거나 사제 개인의 자질이 낮아진다면 그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교회는 점점 세속화되어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하고 말 것입니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사제성소에 많은 노력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성소 계발, 성소 증진, 성소 식별은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어느 한 곳에서만의 관심과 노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성소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합니다. 가정과 본당, 교구의 공동 노력과 관심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성소의 첫 출발은 가정입니다. 가정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부모님의 모범적인 신앙생활과 자녀의 신앙교육은 성소 계발과 증진에 있어서 첫걸음의 장소입니다. 서울대교구 성소국장 조재형 신부는 “하느님께 맏배를 봉헌하는 마음으로 유능하고 신심 좋은 자녀를 하느님께 봉헌하는 가정이 많아져야 한다. 본당과 교구가 함께 노력할 때 성소 증대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한 신문 인터뷰에서 이야기했습니다. 훌륭하고 신앙의 모범적인 가정에서 성소의 씨앗이 자랄 수 있도록 가정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좋은 씨앗은 좋은 열매를 맺고 열매는 풍성해질 것입니다.

 

우리교구에 예비신학생(중등부 1학년부터 고등부 3학년, 대학생, 일반)으로 등록한 수가 해마다(2015년 235명, 2016년 296명, 2017년 247명, 2018년 245명) 조금씩 줄어들고 있고 몇몇 본당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몇 년 사이에 신학교 입학생 수도 한 자리 수에 그쳤습니다. 신학교 입학생 현황을 보면 . 2012년 17명, 2013년 12명, 2014년 15명, 2015년 13명, 2016년 5명, 2017년 7명, 2018년 9명이며 2019년에는 9명입니다. 입학생 수가 적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너무 빨리 현실로 다가온 듯합니다. 올해 전국 성소국장 모임에 참가해 보니 대부분의 신부님들이 해마다 줄어드는 예비신학생과 신학교 입학생 때문에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셨습니다.

교구사제 사목지침에 “성소 증진에서 사제들은 다른 그 어느 누구도 할 수 없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성령께서 특별한 성소의 은사들을 끊임없이 부어주시고 그리스도께서 당신이 사랑하시는 젊은이들을 계속하여 부르고 계신다.”(마르 10,2 참조)고 가르치며, 사제성소의 중요성과 긴급성, 그리고 사제 성소 증진의 노력은 사제직을 살아가고 있는 사제들의 관심과 지원이 선행되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또한 세속화되어가는 오늘날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교회의 ‘성소 사목’에서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신앙 위에서, 신앙으로 유지되는 그리스도교적 정신을 그 무엇보다도 먼저, 그리고 과감하게 회복시키는 일”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다시 말해 성소 위기(성소 계발, 성소 증진, 성소 식별)를 잘 극복하기 위해서 가장 시급한 것은 그리스도교적 정신을 회복시키는 것이 우선되는 과제라는 것입니다.

사제 양성에 첫 번째 임무와 책임을 맡고 있는 교구장 주교와 사제들은 더욱더 기도와 영성생활에 충실하고 신자들을 존중하며 올바른 판단과 정직한 사제, 겸손한 사제가 되도록 노력해야 하며 그리스도교적 정신 회복에 앞장서야 할 것 입니다.

 

지금 우리는 “성당을 먼저 지어야 하나? 사제를 먼저 양성해야 하나?” 라는 질문에 우리의 열정, 관심, 그리고 해답은 어디를 향하고 있습니까? 깊이 생각해봐야 하겠습니다. 성소 지원자들이 격감하고 있는 이 시대에 사제가 사제성소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제대로 그리스도의 모습을 세상에 보여주지 못한다면 미래의 교회는 어두워지고 세상은 빛을 잃어갈 것입니다. 특별히 성모당 봉헌 100주년을 맞아 사제성소의 심각성을 깨닫고 가정, 교구, 신학교, 성소국, 본당의 성소후원회에서 미래 교회를 이끌어 갈 훌륭한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하는데 더욱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 김병수 신부님은 현재 대구대교구 성소국장으로, 2001년 사제서품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