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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몸의 신학’ 강좌
‘몸의 신학’ 강좌를 듣고


글 서영예 젬마|한국틴스타 대구 회장

 

향기(香氣)나는 사람! 감히 그리스도의 향(香)으로 기(氣)를 발산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탱자나무에서 그 잎을 먹고 호랑나비로 성장하는 애벌레의 몸에서 탱자냄새가 나듯, 고춧잎을 먹고 사는 벌레에서 고추 향을 맡을 수 있듯이 유아세례를 받고 살아온 내 삶에서도 하느님의 향기를 품은 젬마가 되어 호랑나비 애벌레처럼 잘 자라서 훨훨 날고 싶었습니다.

혼인해서 한 남자의 아내로, 세 아이의 엄마로 바쁘게 살면서 나의 정체성 전반에 걸쳐 흔들림의 순간을 맞이할 때쯤 틴스타를 만나게 되어 틴스타 교사로 10년 넘게 살며 나름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몸의 신학’ 강좌를 듣고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된 나의 의식과 무의식이 통째로 흔들렸습니다.

 

성모당 봉헌 100주년을 맞으며 대구대교구 청소년국 주최로 열린 ‘몸의 신학’ 강좌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매주 수요일 바티칸 광장에 찾아온 전 세계 순례자들에게 5년간 129회에 걸쳐 계속한 가르침이 ‘하느님 계획 안에 있는 인간사랑’이라는 두 권의 책으로 발간되었는데, 그 내용을 가지고 김혜숙(막시마) 선교사께서 2018년 9월 13일부터 매주 목요일 3시간 씩 7주 동안 강의하셨습니다.

 첫 시간부터 ‘나는 누구인가? 내 존재의 근원은? 나는 하느님과 어떤 관계에 있는가?’ 등등 저의 내면으로부터 많은 질문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믿음의 눈으로 몸을 바라보지 말고 몸의 눈으로 믿음을 바라보도록 우리를 초대하고 계신다.”라는 다소 생소한 말씀에 의아해 했었는데 “나의 몸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존재 그 자체로 선물을 받았고 남성과 여성은 본성부터 달라서 남성은 하느님의 부성을 닮아서 단순하고 여성은 하느님의 모성을 닮았고 생명의 집을 지녔기에 지혜와 인내를 주셨다.” 라는 선교사의 말씀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됩니다.” 받는 사랑을 떠나(자녀성) 상호 인격적으로 주고 받는 사랑(혼인성)이 부모 됨의 완성이 된다고 ….

“부부의 사랑은 바로 이 신비 안으로 들어가고 참여하는 사랑이며 혼인은 이 참여를 드러내고 실현하는 성소이다. 그러므로 가정은 한 인간이 창조되고 인격의 틀이 짜이는 중요한 복음의 장소”라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래서 교황님은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신 한 처음의 전망에 역사적 인간인 우리를 초대하고 있고 그 중심에 가정을 두고 있음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교리서의 외침은 빛을 잃어가는 지금의 우리 가정들이 그 자신 본연의 자리로 돌아오길 바라는 절박한 호소임을 강조하셨습니다.

이 강의를 들으며 우리 부부의 모습을 한 번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부부가 함께 한 몸이 되는 것이 혼인이고 혼인은 사랑의 길이고 구원의 길을 완성해 나가는 것이라고 했는데, 우리 부부는 서로 다른 생활양식을 억지로 이해하며 결혼생활을 했고 신자로서 혼인서약 안에서 헌신하고 사랑하겠다는 약속 등을 지키려고 의무적으로 살아왔지, 솔직히 온전히 내 영혼 안에 새겨져 있으면서 내어주는 그런 사랑은 아니었던 것 같았습니다.

‘몸의 신학’ 강좌를 듣고 난 뒤 내 몸 안에, 그리고 남편과 내 자녀의 몸 안에 하느님의 사랑이 함께 계심을 느끼게 되면서, 하느님이 내게 주신 몸의 언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를 만들 때 당신께서 그러셨듯이 자녀를 대할 때 부드러운 눈빛으로 많이 바라봐 주고 따뜻한 손짓으로 쓰다듬어 주고 안아주고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주면서, 내 안에 갇혀서 살지 않고 새롭게 변모된 삶으로 살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하느님의 창조물이며 하느님의 작품이라는 성경말씀이 문자를 넘어 나를 살게 하는 말씀으로 내 안에 훅 들어와 내 살이 되고 내 피가 되는 듯 했습니다. 조만간 나도 탱자 잎을 먹고 자란 호랑나비 애벌레처럼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하는 사람이 되어 몸의 신학, 즉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을 선포하는 나비가 되리라는 야무진 다짐을 하게 되었고, 엘리사벳을 방문하는 마리아의 당당한 발걸음이 내 안에서도 일어남을 느꼈습니다.(루카 1,39 참조)

“내가 그냥 왔던 것이 아니었어.” 라는 막시마 선교사의 깨달음처럼 나 또한 손수 만드시고 사랑으로 만드신 하느님을 증거하는 것이 나 자신(몸)이며 나(몸)를 통해서 하느님의 신비와 사랑을 드러내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 강의를 통해 내(몸) 안에 있는 하느님의 신비로 살고 증거하는 삶에로 초대된 듯 했습니다. 흔들리며 더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처럼 ‘몸의 신학’ 강좌가 저 자신을 하느님께서 창조하셨던 그 모습으로, 서영예 젬마답게 성장하게 해 주었습니다.

이처럼 ‘몸의 신학’ 강좌는 내가 살아온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과 미래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하느님께서 내 몸을 통해 끊임없이 답을 주시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산골 처녀 마리아를 흔들어 깨워 인류의 어머니가 되게 하신 것처럼, 틴스타 교사로 자만의 굴레에 빠져 있던 보잘 것 없는 저를 ‘몸의 신학’ 강좌를 통해 깨우쳐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내 몸속에 신비와 사랑으로 현존하는 우리 하느님께 “사랑 합니다.” 라고 감히 고백해 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