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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 구룡공소 김영선(루시아) 씨
신앙의 숨결이 흐르는 구룡공소


취재 김명숙 사비나 편집장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맞닿은 듯 높은 산자락에 위치한 용성성당(주임 : 이재근 레오 신부) 소속 구룡공소로 향하는 길은 고요함 그 자체다. 2015년 5월 용성성당에서 성역화추진위원회가 설립된 후 성역화사업을 시작하여 2018년 4월 기공식을 갖고 10월 준공검사를 거쳐 복원된 구룡공소는 2018년 11월 17일(토) 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의 주례로 축복식을 거행하고 공식적인 신앙유적지로 거듭났다.

 

30년 넘는 시간을 공소와 이웃해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김영선(루시아) 씨는 구룡공소의 신앙유적지 축복식 이후로 더욱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공소에서의 삶이 하루하루 행복하지 않은 날이 없고 하루하루 은혜롭지 않은 날이 없다.”는 그녀는 “신앙유적지가 되면서부터 경당에 성체가 모셔져서 예수님과 만나는 시간이 더욱 길어졌다.”고 했다. 사실 깊은 산골에서의 삶은 예수님께서 지켜주시지 않으면 하루도 살지 못할 텐데 “매순간 저에게 힘을 주시는 예수님이 계시니 그 힘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김영선 씨는 “구룡공소에 순교자가 없어 성지가 되지는 못했지만 신앙유적지로 거듭났으니 그것만으로도 복되다.”고 했다. 다만 공소 구석구석 여전히 손 볼 곳이 많은 데다 공동화장실 증축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구룡공소에는 15명 안팎의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으며, 공소회장은 공석인 상태이다. 미사는 주일 오전 7시 30분에 용성성당 이재근(레오) 주임신부가 공소를 방문하여 미사를 봉헌하고 있고, 마지막 주일에는 공소 신자들이 용성성당으로 내려가서 미사를 봉헌한다고 했다. 주일미사 후에는 다함께 둘러앉아 아침식사를 하는데 대부분의 준비는 김영선 씨의 몫이다.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그녀는 “주일미사 후에 주임신부님, 수녀님, 공소 신자들이 다함께 아침밥을 나누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시간인지 모른다.”며 주일 아침식사 때마다 신자들이 반찬이나 과일 등을 가져와 서로 나누며 돕는다고 했다. 매주 목요일에는 본당으로 가서 레지오를 한다는 김영선 씨는 셋째 주일 미사 후에는 공소에서 반모임도 하고 있다고 했다. 레지오는 40년째 진행 중이라고 귀띔했다.

사실 김영선 씨 가족은 부산에 살았는데 6대째 신앙을 이어온 시어머니의 요청으로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했다. “구룡공소 신자로 산 지 벌써 30년이 넘었는데 한 번도 후회한 적도 없고 도시로 나가고 싶다는 마음을 가져본 적도 없었다.”며 “저희 가족을 불러들이신 시어머님께 감사하고 하느님의 섭리가 그저 놀라울 뿐”이라고 했다. 계속해서 “구룡공소로 오면서부터 남편(최재환 F. 하비에르)은 공소의 총무로 쉼 없이 활동하면서 공소회장도 역임했는데 현재는 건강이 좋지 않아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어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김영선 씨의 간절한 기도 안에는 남편을 위한 기도가 언제나 함께하고 있다. ‘하늘아래 첫 동네’라는 식당을 운영하며 공소를 지키고 있는 그녀는 “이 아름다운 곳에 많은 이들이 찾아와 예수님을 만나고 피정도 하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며 “이곳에서는 아무런 욕심도 미움도 없이 오직 하느님과 자신만이 존재한다.”고 했다.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의 산길을 따라 1시간 남짓 14처 십자가의 길을 걸으며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바치는 겸손한 기도는 고스란히 자기자신에게로 돌아와 새로운 힘과 용기를 안겨줄 것이라는 김영선 씨는 모든 일을 나의 일처럼 하다보면 하나도 힘든 줄 모르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깊은 산골 구룡공소에서는 개인피정 또는 단체피정도 할 수 있고 식사도 요청하면 가능하다. 끝으로 김영선 씨는 “이제 곧 시작되는 사순절에 많은 분들이 구룡공소 신앙유적지에 와서 피정을 통해 신앙을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되고 조용한 곳에서 예수님을 만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구룡공소에 도움 주실 분 : 우체국 701896-01-000138 용성성당 / 피정문의 : 054-371-3606

 

* 구룡공소(청도군 운문면 정상리 구룡마을길 361-5) : 1815년 을해박해 때 청송 노래산과 진보 머루산, 영양의 곧은정과 우련전 교우촌 등에 살던 천주교 신자들이 신앙을 보존하고 지키기 위해 이곳으로 피난해 옴으로써 형성된 교우촌으로, 1921년 대구대교구 초대교구장 안세화 주교가 구룡공소를 방문하여 축복했다. - 구룡공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