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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의 현장에서
치매센타 어르신들의 안녕한 생활의 조건


글 한교명 안드레아 | 대구가톨릭치매센타 사무국장

 

우리나라는 2017년에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하였고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0%에 달하는 초고령사회(2026년)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초고령사회가 되면 치매어르신도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중앙치매센타 치매노인 현황) 대구가톨릭치매센타에서 근무하고 있는 110여 명의 종사자들은 이러한 고령사회의 한가운데에서 180여 분의 어르신을 모시고 즐겁게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느긋한 목욕

균형잡힌 식생활 못지않게 신체청결을 위한 전신목욕도 중요합니다. 사실 느긋하게 목욕하는 것이야 말로 어르신들의 피로회복과 신체청결에 최고임은 두말 할 나위가 없으나 어르신 한 분 당 주 2회의 목욕을 시키기 위해서 우리 선생님들은 매일 오후 2시만 되면 힘겨운 전쟁을 치릅니다. 장화를 신고 전신을 두르는 긴 방수 앞치마를 두른 채 욕실에 입장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순순하게 탈의를 받아들이는 어르신들이 있는 반면 아직 라포(rapport,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호신뢰관계)형성이 잘 안되신 어르신들은 본능적 수치심에 의한 자기방어로 욕설과 주먹을 마구잡이로 휘두르시지요. 날아오는 주먹을 잽싸게 피하면서 어르신들의 탈의를 도와드린다고 해도 어르신의 욕설은 다반사고 하루에도 몇 차례씩 얻어맞기 일쑤지요. 며칠 전 선생님 한 분은 어르신의 저항으로 각막에 스크래치(그렇게 표현하시네요.)를 입어 통원치료를 하고 계십니다. 매일 목욕 전투에 나서는 우리 선생님들이 안타깝지만 그래도 건투를 빕니다. 10여 명의 선생님들이 20명 정도의 어르신에게 전신목욕을 시키다보니 느긋한 목욕이 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나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어르신들께서 느긋한 목욕을 즐길 수 있기를 지향합니다.

 

 즐거운 식사

대구가톨릭치매센타는 노인의료복지시설입니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치매센타에 입소하시기 전 가정에서 재가요양서비스를 받으셨거나 요양병원에 입원해 계시다가 들어오십니다. 시설 입소 이후 3개월 이내에 많은 어르신에게서 눈에 띠는 현상은 혈색이 좋아지고 신체기능이 다소 향상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규칙적이고 균형잡힌 양질의 영양공급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삼시세끼의 식사를 합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때마다 한 끼의 밥을 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저는 치매센타에서 어르신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깊이 깨달았습니다. 어느 날 선생님들에게 어르신들을 모시고 살면서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어르신들의 험한 욕설, 폭력 또는 남자 어르신들의 추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식사를 거부하시거나 신체적 기능저하로 스스로 음식을 못 삼키시는 어르신들을 지켜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요즈음 ‘연명의료’라는 용어를 심심찮게 듣습니다. 매스컴도 그렇지만 우리 어르신들의 보호자중에서도 거론합니다. 그런데 연명의료를 잘못 이해하고 계시는 분이 더러 있습니다. 입소할 때 어르신들께서 스스로 걸어 들어오시는 분도 있고 휠체어를 타고 오시는 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 년, 이 년씩 생활하시면서 연로하신 분의 기능이 향상될까요? 저하될까요? 화타편작일지라도 기능을 현상 유지시키기는 어렵겠지요. 식사를 잘하시던 분도 세월이 가면 씹는 기능과 삼키는 기능이 천천히 저하되고 어려워지면서 경관 영양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경관 영양 제공을 연명의료 행위에 들어간다고 거부하시는 분들이 간혹 계시는데 참 난감합니다.

치매센타에서 어르신들께 제공하는 식사의 형태는 아주 다양합니다. 일반식과 당뇨식의 구분이 있고, 일반식을 드시는 분 중에도 편식하시는 분은 밥과 반찬을 비벼 드리고, 씹는 기능이 떨 어지시는 분은 반찬을 잘게 다져서 비벼 드리고, 삼키는 기능이 떨어지신 분은 죽을 드리는데 죽을 드리다가 일반식을 드실 수 있을 만큼 회복되었다 싶으면 다시 밥으로 전환합니다. 밥을 드시다가 죽을 드시기는 쉬우나 죽을 드시다가 밥으로 전환하시는 분은 보기가 힘듭니다. 죽에 들어가는 재료의 질이 일반식 반찬의 질에 밑돌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씹어서 음식물을 삼키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아주 쉬운 비결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죽을 잘게 갈아서 드리는 분, 경관 영양을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항상 정성을 다해서 즐거운 식사를 제공해 드리고자 애쓰는데도 우리 어르신들의 불만은 늘 한결 같습니다. “음식이 싱겁다.”입니다. 0.5 - 0.6%의 염도를 유지하려는 영양팀 선생님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몇몇 어르신은 자녀들에게 젓갈을 사오라고 자주 부탁하셔서 식사 때마다 젓갈통을 부둥켜 안고 계시니 어떡하면 좋을까요? 치매센타 밥, 정말 맛있습니다.

 

흉허물 없는 배설

치매센타에 근무하는 선생님들 중에는 가톨릭신자 분들이 많습니다. 노인복지시설에서 ‘어르신을 모시고 사는 일’이 밖에서 보기에는 아주 가치있고 보람있는 일로 여겨질 것입니다. 사실 맞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요양보호사를 해보시겠다고 지원하시는 분이 대다수지요. 그러나 씩씩하게 첫 출근을 해서 못하겠다고 가장 빨리 사직했던 분의 근무시간은 2시간이었습니다. 성당에서 활동도 열심히 하고 봉사정신 또한 투철하다며 자기소개를 해주셨던 분입니다. 왜 그럴까요?

옛말에 “똥이 촌수를 가른다.”는 말이 있지요? 이것이 정답입니다. 치매센타에서는 똥을 두려워하면 근무할 수가 없습니다. 배설량을 걱정해서 어르신들의 식사를 조절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우리 선생님들은 적어도 2시간에 한 번씩 2인 1조로 기저귀 케어를 합니다. 한 시간에 가까운 기저귀 케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우리 선생님들의 몸에는 어르신들의 대소변 냄새가 아주 하게 배어 있습니다. 그래도 변색이 좋다고 활짝 웃으시는 우리 선생님들의 채용에는 특별한 자기소개나 면접이 필요 없겠지요. 선생님들의 인성면접과 선택은 어르신들이 하십니다. “어르신 여러분! 흉허물 없으니 편안하게 응가하세요!” 

시설이 좋고 기관 미션, 비전이 훌륭하고 식사의 질 등이 좋으면 뭐하나요. 어르신을 모시고 사는 직원이 좋아야겠지요. 그러면 어떤 직원이 좋은 직원인가요? 항상 밝은 얼굴로 근무하는 직원, 일 솜씨 좋은 직원, 묵묵하게 맡은 바에 충실한 직원 등 다 좋은 직원입니다. 노인복지시설의 종사자들은 누구나 자주 상실감을 겪게 됩니다. 정성을 다해 모시고 생활해 온 어르신들과 자주, 종종 이별을 하게 되니까요. 생로병사 중 세 가지는 늘 봅니다. 보육원이나 재활원 등에서는 예쁘게 성장하고 향상되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데 말이지요.

어느 날 수년을 모시던 어르신께서 힘든 시간을 보내시다 선종하셨습니다. 그 안타까움에 쓸쓸히 뒤돌아서서 눈가를 훔치는 선생님들, 이런 분들이 어르신들에게 진정으로 좋은 직원이었을 것입니다. 그들을 사랑해 주십시오. 그 선생님들의 손에 한평생 힘들고 수고로운 삶을 살아오신 어르신들이 맡겨져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느긋한 목욕, 즐거운 식사, 흉허물 없는 배설, 좋은 직원」은 일본 오사카 사회복지사업단 산하 시조나와테 특별양호노인홈의 시설이념에서 따온 것임을 밝힙니다.

 

* 한교명 님은 2002년에 대구가톨릭치매센타에 입사해 어르신들의 안녕한 생활을 위해 직원들과 함께 한결같은 마음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