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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YHY(Youth Helping Youth) 해외봉사활동을 다녀와서
YHY해외봉사를 다녀와서


글 문규림 안나마리아 | 고1, 광성대성당

 

저는 지난 2019년 2월 16일(토)부터 25일(월)까지 필리핀 따가이따이 아마데오지역으로 YHY 해외봉사활동을 다녀왔습니다. 제가 9박 10일동안 필리핀 해외봉사를 다녀와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봉사를 하러 간 곳의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든 사람이 행복해보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봉사를 하러 가서 ‘행복’이라는 감정에 둘러싸여 그곳의 사람들에게 봉사 받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런 감정 때문인지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바로 쉬거나 할 일도 미루던 한국에서와는 다르게 필리핀에서는 누군가가 내민 손을 더 많이 잡아주자고 생각했고 또 먼저 손을 내밀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생각으로 해외봉사를 갔지만 처음 접하는 일들이라 많이 미숙하고 순간순간의 상황에 잘 대처하지 못해 조금씩 지쳐 가기만 하는 나 자신이 조금 한심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혼자가 아닌 다른 해외봉사단 친구들과 선생님들과 신부님께서 곁에서 많이 도와주시고 조언도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혼자 고민하고 힘들어 할 때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어오고 더 좋은 봉사를 하게 되는 하루하루를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봉사활동을 하고 하루가 끝날 때마다 들었던 생각은 ‘내가 했던 봉사활동이 정말 그 사람들의 행복을 이어주는 활동이 되었을까?’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제가 이런 생각을 했던 이유는 ‘내가 아무리 봉사활동에 최선을 다했어도 그냥 행복하게만 보이는 필리핀 사람들의 행복을 이어줄 정도로 최선을 다했을까? 아니면 애초에 내 최선이 그들의 행복을 이어줄 수 있는 거였을까?’라는 생각이 너무나도 많이 들고 머릿속에 맴돌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내가 그들의 행복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줄 수 있고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이 질문의 답은 나온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런 생각들을 계속해서 반복하다보니 결론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결론은 그저 저는 봉사가 좋았고 이 봉사를 하는 동안 한층 더 성장했다는 것, 그리고 제가 봉사를 하는 동안 함께 웃고 감정을 나누던 사람들과의 순간이 지울 수 없는 기억이 되어 마음속 한구석에 자리 잡아 언제든 다시 떠올릴 수 있게 될 거라는 결론이었습니다.

 

9박 10일 간의 YHY 해외봉사활동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파인애플 마을에서의 활동입니다. 파인애플 마을은 봉사활동 중 가장 먼저 간 곳이라 기억에 남는 것이 많이 없긴 하지만 처음이라 새로운 경험, 새롭게 느끼는 감정들이 모두 한 번에 일어나는 마을이었습니다.

파인애플 마을에 가서 했던 활동은 절벽 같은 곳을 내려가서 마을에 있는 각 집의 물통에 물을 길러다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절벽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동안 고소공포증이 있던 저는 정말 무서웠습니다. 그리고 덥고 습하기까지 해서 머리도 어지럽고 찝찝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물을 채운 물통을 들고 다시 마을에 올라가는데 그 모습을 기쁘게 지켜보던 마을 사람들을 보니까 ‘내가 길러 온 이 물을 마을 사람들이 쓰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얼마나 편한 삶을 살아왔는지 느끼게 되는 가장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을 길러온 후에는 밥을 짓기 시작했는데, 직접 불을 지펴 밥을 지 었습니다. 처음에는 ‘음? 할 만한데?’라고 생각했지만 직접 지핀 불이라 그런지 연기도 많이 나고, 불의 세기를 쉽게 조절할 수도 없어서 데일 위험도 컸습니다. 밥을 하던 도중에 불씨가 약해지면 불도 신경 써야 하고 만드는 음식도 신경 써야 해서 정말 힘들었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어줄 마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뿌듯한 마음은 가시질 않았습니다. 밥을 다 지은 후에는 직접 밥을 퍼주고 퍼준 밥을 모두들 잘 가지고 가는지 확인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마을 사람들이 받아간 밥을 남기지 않고 다 먹어주어서 너무 뿌듯하고 고마우면서 찡한 감정까지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 진짜로 해외봉사 오길 잘한 것 같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렇게 봉사를 하고 다른 여러 마을도 다녀오면서 든 생각은 파인애플 마을은 처음으로 간 곳이어서 다른 마을과는 다르게 선뜻 먼저 다가가지 못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처음 간 마을이라 조금 어색하고 적응이 안 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먼저 다가가서 아이들과 놀아주고 인사도 먼저하고 손도 먼저 내밀어주었더라면 조금 더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다음에 간 비끌라딴 마을에서는 봉사도 하면서 마을 사람들, 특히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친해지고 같이 사진도 찍으면서 아쉬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어낸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정말 좋은 시간을 보내면서 한국에서는 느끼지 못한 행복이라는 감정을 제 안에 채워나간 느낌이 들어서 봉사를 하는 내내 제가 봉사를 받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YHY 해외봉사를 다녀온 후 저는 누군가가 해외봉사를 갈지 망설인다면 그 사람에게 정말 자신 있게 기회가 생겼을 때 꼭 한 번 가 보면 정말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얘기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