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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광역시교육청 가정형Wee센터 ‘CUMCURA(꿈꾸라)’ 소개
함께 돌보며 정성을 다해 꿈꾸라!


글 이상철 F. 하비에르 | 대구광역시교육청 가정형Wee센터 CUMCURA 운영·교육 팀장

  

‘꿈꾸라’에서 아이들과 행복한 꿈을 꾸고 있는 운영·교육팀장 이상철(프란치스코 살레시오)입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대구광역시교육청 가정형Wee센터 CUMCURA1)(꿈꾸라)는 재단법인 대구가톨릭청소년회와 대구광역시교육청의 위·수탁 협약으로 사업이 시작되었으며 2017년 8월 30일 법인의 이사장이신 교구 총대리 장신호(요한보스코) 주교님의 축복식과 함께 개소했습니다.

 

청소년 분야를 공부한 저도 초·중·고등학교나 대학병원에 설치되어 있는 Wee클래스, Wee센터가 아닌 ‘가정형Wee센터’는 들어보지 못했을 정도로 흔치 않은 기관입니다. 가정형Wee센터는 ‘가정과 학교로부터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이 함께 모여 살아가는 곳’으로 수업을 들으면 학력이 인정됩니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청소년들이 학업을 포기(자퇴)해버리는 실정이기에 매우 좋은 제도입니다.

 

이곳에 있는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받은 학대와 방임 등 기타 원인으로 슬픔과 분노에 쌓여 있습니다. 아이들은 새벽시간까지 잠들지 못한 채 좋지 못한 행동(자살충동, 자해 등)을 생각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주로 그 시간에 마음속 깊은 곳의 기억과 상처를 내놓다보니 보통 새벽 4~5시까지 상담이 이어집니다. 전문상담사가 아닌 저는 상담의 기본인 ‘경청과 공감’으로 아이들과 대화를 합니다. 부족하기만 한 저와의 상담만으로도 아이들은 다시금 편안한 표정으로 잠자리에 듭니다. 그때 저는 ‘아이들은 우리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날 이후 아이들을 더욱 세심하게 바라보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결과, 이제는 아이들의 눈빛만 봐도 어떤 상태인지 알게 되었고 실제로 자해 시도를 수차례 저지하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의 교육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저는 이러한 체험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세상 앞에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먼저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또한 모든 과정에 있어 아이들이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회복탄력성2)을 가질 수 있도록 동료교사들뿐 아니라 강사들까지 온 마음을 모았습니다. 학기 중 평일에 운영하는 수업(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과 같은 ‘일반교과’와 입소학생들의 상황과 요구에 맞춘 ‘대안교과’)은 아이들이 학업에 대한 흥미와 의지를 놓지 않고 편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실험이나 실습, 발표 위주로 진행하면서 아이들이 학업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도록 격려했습니다.

 

주말과 공휴일, 그리고 방학기간에는 ‘가족과의 관계 회복’, ‘자신이 받고 있는 사랑 인식하기’, ‘자신이 받은 사랑 나누기’에 중점을 두고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그 결과 몇 가지 긍정적인 성과를 얻었습니다.

 

그 첫 번째는 ‘걱정 말아요, 그대’라는 주제로 가족캠프를 할 때였습니다. 편지 낭독 시간을 통해 자신에게 미안해하며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본 아이는 지난날을 뉘우치고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이를 통해 관계의 회복은 전문적인 기술과 대단한 방법이 아니라 ‘진심’을 전하는 것에 달려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두 번째는 ‘꿈꾸는 청소년의 Cumbrella Project’로, 시야 확보가 좋은 투명우산 400여 개를 소외계층어린이들에게 나누어 준 일입니다. 가위질을 많이 해서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우산을 쓰고 다니는 어린이들을 본 아이들은 “선생님, 우리가 만든 우산이에요!”라며 행복해했습니다. 아이들은 이 활동을 통해 무기력하고 무능력하다고만 생각했던 자신이 힘과 능력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는 ‘유기동물의 행복을 꿈꾸라!’는 프로젝트로, 유기동물 보호소 봉사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정서적인 치유를 할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아이들 중 한 명이 “선생님, 이 강아지들 꼭 저 같아요. 버려진 것도 비슷하고 자기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꼬리가 떨어질 것처럼 흔들어 대니까요. 제가 센터에 와서 선생님들 도움으로 회복된 것처럼 저도 계속 강아지들을 도와주고 싶어요.”라고 말했을 때 저는 가슴이 벅찼습니다. 이런 프로그램 등을 통해 우리 아이들은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자신’의 모습을 그려가고 있습니다. 물론 가끔 아이들은 처절할 정도로 지쳐 쓰러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도망치지 않고 “다시 시작해보자. 할 수 있다.”는 교사들의 독려에 눈물을 쏟으며 “저도 할 수 있어요!”라고 응답합니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는 저희의 마음은 미어집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변화된 모습을 마주하게 될 것을 믿기에 서로를 안아주며 위로하는 것입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정말 아이들이 회복될 수 있을까? 내가 곁을 지킨다는 것이 이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까?’ 하는 의심과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매일 밤 하루를 되돌아보며 용기와 믿음을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제 머릿속에 죽은 소녀를 살리시던 예수님이 떠올랐습니다. ‘맞아, 죽은 것이 아니라 자고 있는 것(루카 8,52 참조)이야!’ 이를 깨달은 이후 저는 “아이야, 일어나라.”(루카 8,54) 하고 말씀하신 예수님을 떠올리며 믿음 안에서 “아니야, 할 수 있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아이들은 놀랍게도 다시 일어섰습니다.

 

가정형Wee센터에는 학교 밖 청소년을 오랜 시간 만나 온 선생님을 비롯해 전문상담사, 사회복지사 등 각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 전문적인 지식이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 하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신앙을 가진 이들은 모두가 ‘이 일을 하면 할수록 기도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기에 저희는 만나는 이들에게 “기도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특별히 용서와 화해의 해를 맞은 우리 대구대교구 형제자매님들께 부탁드립니다. 아이들이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 더 나아가 자기 자신을 용서하고 화해할 수 있도록 간곡히 기도해주십시오.

 

대구광역시교육청 가정형Wee센터 CUMCURA 053) 474-1984

후원 : 대구은행 504-10-223133-8 (재)대구가톨릭청소년회

 

1) 라틴어로 ‘함께’를 뜻하는 cum과 ‘돌보다’를 뜻하는 cura의 합성어로, ‘정성을 들이다.’라는 뜻.

2) 심리학, 정신의학, 사회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는 개념으로 다양한 역경으로 인한 시련과 실패를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다시 튀어 오르는 마음의 근력을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