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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심과 응답
성모님과 함께 하느님께로


글 | 한국성모의자애수녀회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루카 1,38)

시간은 밤하늘 산들바람과 함께 참으로 맑게 흐르고 있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친 후 모두가 침묵으로 든 이 순간, 수녀원 옥상에서 별빛이 곱게 빛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잠시 묵상합니다. 어린 소녀 마리아가 기쁜 소식을 안고 산골의 엘리사벳을 찾아가 마음을 나누고 봉사한 것처럼 하루가 잠드는 시간의 기쁨을 찬미합니다.

 

J. Patsch의 『마리아, 주님의 어머니(Maria, die Mutter des Herrn, Einsiedeln 1953)』라는 저서에서 마리아에 대해 묘사한 “조그만 보따리를 든 앳된 여인 마리아가 나자렛의 좁은 골목길을 지나, 들꽃이 가득 핀 넓은 들길로 나아간다. 들에는 한창 봄기운이 넘치고 있다. 공중에 높이 떠 지저귀는 종달새며, 곳곳에서 재잘대는 참새 떼, 그리고 숲에서 잉잉거리는 풍뎅이와 늘 부지런한 벌들…. 그것들을 지나 바쁘게 발길을 옮기는 마리아의 주위로는 하얀 나비 떼가 가볍게 날고 있다. 만물이 이토록 생명의 환희에 가득 차 있는 것이다. 이때 마리아 안에서도 고귀한 생명이 피어나고 있었으니, 곧 마리아 홀로 알고 있는 저 신비스럽고 기적으로 충만한 하느님이요, 인간인 한 생명이 마리아 안에서 소중이 피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이 글처럼 내 안에서 성모님의 아름다움을 닮은 평화와 사랑을 나누는 삶을 꿈꾸는 수도자로서의 삶이 참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며 찬미합니다.

 

“내 영혼이 주님 안에서 크게 기뻐하나이다.”

한티순교성지를 배경으로 팔공산 자락에 자리한 한국성모의자애수녀회는 50여 년의 역사를 통해 섭리해 오신 하느님 자비와 사랑을 바탕으로 하느님을 먼저 찾고 더 사랑하며 교회의 어머니이신 성모마리아의 모범을 따라 각자가 있는 그대로의 삶을 오직 하느님을 섬기는 일에 바치는 주님의 종으로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그러했지만 앞으로도 하느님께 의탁하여 복음적 권고에 충실하여 하느님의 부르심에 흔쾌히 “예!” 라고 응답하신 성모님과 함께 주님의 부르심에 열린 마음으로 응답하고자 따름의 길을 걸어갈 것입니다.

 

창설자의 뜻대로, 노인복지 소임을 통하여 가장 소외되고 가난한 노약자들을 자애로우신 어머니의 역할로 돌보는 것을 수녀회 정신으로 삼아 초고령화로 돌입한 시대적 상황에 동반하고 있습니다. 또한 선배 수녀들이 그들을 돌보기 위한 경제지원 활동의 일환으로 운영했던 계산서원도 처음 그대로의 마음을 이어가 온전히 헌신하며 세상 안에서 아버지의 나라를 위해 교회가 필요로 하는 몫을 다할 것입니다.

 

“마더 데레사처럼 살아라. 많은 일을 하려 하지 말고 존재 자체로 있어라.”

수녀회를 재창설하신 이문희(바울로, 제8대 교구장) 대주교님 말씀처럼 아무 것도 되려 하지 말고 어머니처럼 소임에 임하고 있습니다. 또 마더 데레사 수녀처럼 기도하며 하느님의 일을 하는 기쁨이 수도자의 본분임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성모님의 전구를 통해 일상 안에서 하느님을 찾고 말씀을 들으며 찬미하고 봉사하는 생활을 몸에 익히는 것이 주님의 종으로 사는 길임을 압니다.

그러므로 가장 깊은 사랑의 성심이신 통고의 성모님을 통하여 무엇이든지 그분께서 시키시는 대로 따르는 데에 오직 마음을 다합니다. 비록 작은 공동체가 겪는 성소 부재의 아픔을 체험하고 있지만 자비하신 하느님의 섭리를 기다리며 날마다 작은 삶 안에서 살아있는 마니피캇의 노래가 되고자 합니다. 이런 마음이 삶으로 전해질 때 젊은이들이 나의 미래를 이곳에서 시작해 보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켜 성소를 부활시킬 수 있다는 믿음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구원하신 주님의 사랑이 소박한 우리 일상 안에서 기쁨이 되고 형제적 사랑으로 노래될 때 아마도 하느님은 이 작은 공동체에 성소의 문을 활짝 여시리라 믿으며, 이 일을 동반할 젊은이들의 지원을 위해 매월 셋째 주 “조각보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문의는 010-2353-6219로 연락주시면 안내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