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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 천사들의 집 목욕봉사 ‘희야팀’
천사들과 사랑에 빠지다


취재 김명숙 사비나 편집장

 

*왼쪽부터 - 고영자 · 홍기자 · 김정미 봉사자(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서)

 

활짝 핀 이팝나무의 하얀 꽃이 초록을 더욱 싱그럽게 하는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주일) 오후 1시, 경산시 진량읍에 자리한 ‘천사들의 집’을 찾았다. 사회복지법인 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 천사들의 집(원장 : 신현목 레오)은 지적장애인 거주시설로 가톨릭사회복지 이념에 의해 장애인들의 능력에 맞는 교육과 훈련을 통한 자립성을 키워주고 사회의 일원으로 적응해 갈 수 있도록 하는 곳이다. 이번 달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천사들의 집에서 여성 거주인 천사들을 위해 목욕봉사를 하고 있는 ‘희야팀’의 자원봉사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섯 명의 자원봉사자로 이뤄진 희야팀의 고영자(젬마, 석전성당)·김숙이(글라라, 인평성당)·김정미(베로니카, 석전성당)·이의선(수산나, 약목성당)·홍기자(세실리아, 가실성당) 봉사자. 이들 봉사자들은 모두 왜관권역에 살면서 경산시 진량 천사들의 집까지 매월 넷째, 다섯째 주일에 봉사활동을 다니고 있으며, 고영자 봉사자 외 4명은 직장인이다. 홍기자 봉사자는 “2011년 사회복지공부를 할 때 같이 했던 지인으로부터 소개를 받고 찾은 곳이 천사들의 집”이라고 말하며 “거창하게 ‘봉사’라는 말로 표현되고 있지만 사실은 천사들의 집에 올 때마다 매번 반갑게 맞아주는 천사들 덕분에 봉사라기보다 제가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힘을 얻어 돌아간다.”고 했다. 김정미(베로니카, 석전성당) 봉사자는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니 좀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함께하게 됐다.”며 “천사들의 집에 목욕봉사를 올 때마다 이곳 천사들에게서 예쁜 마음을 배우게 되고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 또한 점점 커져간다.”고 했다.

 목욕봉사가 있는 주일이면 이들 봉사자들은 각자의 본당에서 교중미사를 봉헌하고 정해진 장소에서 만나 차를 타고 대구가톨릭평화방송(pbc) 라디오를 들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천사들의 집으로 향한다. 천사들의 집에 도착하면 대략 1시. 함께 시작기도를 바치고 목욕봉사를 하는데 20~25명 정도라고 한다. 차량봉사를 담당하고 있는 홍기자 씨는 “오랜 세월 해오면서도 힘들거나 피곤하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며 “피곤하다고 생각했다면 지금까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처음 이곳에 와서 봉사활동을 할 때부터 이들 봉사자들은 천사들의 집 각 방문 앞에 붙여 놓은 사진과 이름을 핸드폰으로 찍어 일일이 얼굴과 이름을 외워서 천사들의 이름을 불러주었는데 그럴 때마다 천사들이 얼마나 기뻐했는지를 알기에 항상 이름을 부르며 다가간다고 했다. 자신을 인정해주고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마냥 기쁜 천사들의 집 천사들도 매월 마지막 주일 희야팀의 봉사자들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희야팀의 이름은 김숙이(글라라, 인평성당) 봉사자의 두 딸 이름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김숙이 봉사자는 목욕봉사를 올 때마다 당시 어린 두 딸을 항상 데리고 왔는데 그 두 딸의 이름 끝 글자를 따서 팀의 이름을 지었다. 홍기자 씨는 김숙이 봉사자에 대해 “직장의 특성상 도저히 짬이 나지 않을 것 같은데도 밤샘 근무를 마치고 성당에 와서 교중미사에 참례한 후 천사들의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빵과 음료수로 점심을 대신하고 목욕봉사를 마치고는 또다시 출근을 해야 할 정도로 매사에 성실한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다른 봉사활동을 하면서 목욕봉사도 하고 있는 가장 연장자인 고영자(젬마, 석전성당) 봉사자와 이의선(수산나, 약목성당) 봉사자 역시 항상 열심히 한다고 소개했다. 본당 사회복지위원으로 어려운 이들에게 반찬봉사를 하고 있는 고영자 봉사자는 “예전에는 분도노인마을 목욕봉사를 다녔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 무리한 목욕봉사보다는 곁에서 거들어주는 정도로 하고 있다.”고 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2층으로 올라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천사들이 봉사자들에게 달려와 와락 안기며 얼굴을 파묻는다. 한 달의 기다림이 몸으로 표현되는 순간이다. 한 명 한 명 품에 안아주고 손잡아주며 그들의 말에 귀 기울여 들어주는 홍기자 봉사자와 김정미 봉사자의 얼굴에 사랑이 가득 넘쳐났다. 여건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 봉사하러 다닐 것이라는 희야팀의 봉사자들. “우리 천사들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잘 지내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그들의 아름다운 미소가 이팝나무의 하얀 꽃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오후였다.

 

* 천사들의 집(경북 경산시 진량읍 공단2로 3길 32-4) : 지적장애인으로서 공동생활에 적합한 이들이 함께하는 곳이다. 입소대상은 남녀 19세 이상 30세 미만이다. 자원봉사 및 후원문의는 053-856-4037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