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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사목을 하며
아~ 성당 가서 기도하고 싶다…


글 김종률 스테파노 신부 | 대구대교구 교정사목담당

 

외부에서 대구교도소 미사 장소까지 가는 길에는 5개의 문을 거쳐야 합니다. 외(外)정문에서 간단한 확인을 거쳐 내(內)정문에 이르면 신원조회 등의 출입절차를 거칩니다. 출입이 허가되면 출입증을 받고 외부와는 단절된 교도소 영내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곳은 교도소 직원이나 관련자, 그리고 출입증을 소지한 외부인만이 들어올 수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서부터 외부인은 자유롭게 행동하지 못합니다. 직원이 동행해야만 이동할 수 있습니다.

 

(대구교도소 미사와 대구구치소 미사)

 

세 번째 문에 다다르면 “휴대폰 금지!”라는 방송이 자동 반복되며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문이 열리면 드디어 수형자들의 삶의 공간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모든 구역은 철조망으로 구획되어 있고, 철조망의 철망문을 통과해야 다른 구역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모든 문에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어서 직원이 일일이 열어주어야 합니다.

세 번째 문이 열리면 바로 정면에 학교와 같은 건물, 즉 수형자들이 살고 있는 사동 건물입니다. 그리고 그 앞에 커다란 운동장이 보입니다. 운동장에는 달리거나 걷는 사람도 있고, 몇 명이 편을 나누어 족구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풍경만으로는 참으로 한가롭고 평온한 모습입니다.

세 번째 문을 통과하면 바로 오른쪽에 원예부 구역이 있습니다.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는 원예부 구역 안에는 여러 가지 꽃과 나무가 잘 가꾸어져 있습니다. 두 동의 커다란 비닐하우스 안에도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습니다. 비닐하우스 너머로 빨간 벽돌로 지어진 3층 건물이 보입니다. 바로 ‘종교관’입니다. 이 종교관은 세 개 종교(천주교, 개신교, 불교)가 힘을 모아 법무부의 승인을 받고 1986년 5월에 완공한 건물입니다.

 

종교관은 원예부 구역 안에 있습니다. 이 원예부 구역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종교행사에 가는 모든 사람은 꽃과 식물이 가득한 원예부 정원을 지나야 갈 수 있습니다. 그 또한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그 원예부 정원 한가운데에는 참으로 반가운 것이 있습니다. 바로 ‘성모상’입니다. 빨간 벽돌로 만들어진 단상 위에 새하얀 성모상이 두 팔을 벌리고 서 계시죠. 원예부에서 일하는 수형자들이 성모님을 항상 깨끗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비록 신자가 아니지만 늘 성모님의 사랑과 보호를 받고 있을 것입니다. 성모님께 머리 숙여 인사하고 종교관 건물 외부로 노출된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성당에 들어갈 수 있는 마지막 문이 나옵니다. 그렇게 다섯 개의 문을 거쳐야 비로소 성당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대구교도소의 종교관은 특별합니다. 사실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전국 50여 개의 교정시설 가운데 대구교도소의 종교관과 같은 시설은 없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교정시설 안에는 세 개 종교를 위한 각각의 종교실이 있습니다. 작은 교실 크기의 종교실에서는 레지오나 예비신자 교리 등과 같은 작은 모임을 가집니다. 반면 미사나 예배 같이 많은 인원이 참가하는 종교행사는 강당을 이용합니다. 미사가 있을 때에는 제대를, 예배 때는 단상을, 법회 때는 불상을, 행사가 있을 때는 행사용품을 가져다 놓고 하는 것이죠. 하지만 대구교도소의 종교관은 1층은 예배당, 2층은 경당(성당), 3층은 법당으로 각 종교양식에 따라 꾸며놓은 각각의 고유한 예배장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종교나 행사 때문에 방해받지 않고 각 종교의 고유한 분위기에서 종교행사를 가질 수 있으니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없겠지요.

   

2층 우리 성당의 이름은 ‘성 마테오 성당’입니다. 성당은 단출합니다. 제단 부분은 목재로 재단장하였고, 그 외 모든 실내는 페인트로 마감했습니다. 그래도 제대도 있고 성체를 모신 감실도 있으니 어느 시골의 작은 성당 같습니다. 이렇게나마 성당이 있다는 것은 우리 천주교 신자들에게 큰 위안이 됩니다. 여러분이 성당에 가면 느끼게 되는 그런 느낌을 이곳에서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신자 형제들은 ‘성 마테오 성당’을 좋아합니다. 마음대로 이용할 수는 없지만 성당이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사실 대구교도소가 시설도 낙후되었고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서 꺼려 하는 곳이지만 성당이 있기에 신앙생활에 힘을 얻습니다. 그렇기에 다른 곳으로 이감된 후에도 이곳을 그리워하는 형제들이 많습니다.

 

저는 대구교도소의 성 마테오 성당을 보면서 이런 묵상을 합니다. 우리는 아무런 행동의 제약이 없어서 이 성당, 저 성당 마음대로 다닐 수 있습니다. 성당이 없어서 미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일은 없습니다. 제대가 있고 십자고상이 있고 감실이 있고 독서대가 있는, 우리가 성당이라고 하면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장소, 조용하게 기도할 수 있는 정숙한 장소인 성당이 어디에든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다는 것은 사실 우리에게 엄청난 선물입니다. 내 마음을 위로해주는 아늑한 성당이, 그리고 빨간 불빛이 아롱거리는 감실이 마치 지친 나그네를 기다리는 고향처럼 늘 거기에 그렇게 있다는 것, 언제나 문을 활짝 열고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아~, 오늘 마음도 울적한데 성당에 가서 기도나 한 번 해야겠다.’, ‘예수님 한 번 보러 갈까?’ 이렇게 생각하고 또 갈 수 있는 여러분은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교도소의 담 안에는 가고 싶어도 갈 수 있는 성당이 없고, 성당이 있어도 내 마음대로 갈 수 없어서 안타까워하는 이들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그들을 위해 기도해주십시오. 여러분의 기도로 담 안의 형제자매들을 위로해주고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 주십시오.

 

* 활발한 교정사목 활동을 위해서 여러분의 후원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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