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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심과 응답
청년 쎈뽈, 예수를 만나다!


글 송경미 루시아 수녀 |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청년 사도직

 

송 수녀 : 안녕하세요!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청년 쎈뽈’입니다.

기자 : 수녀님! 쎈뽈이 뭐죠?

송 수녀 : Saint Paul, 성 바오로, 청년 바오로입니다. 청년 쎈뽈은 오늘의 청년들이 예수님을 만나는 공간입니다. 남녀 젊은이들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며, 각자의 고유한 성소(사제성소, 수도생활 성소, 결혼 성소, 독신 성소)를 식별하여 잘 살아가도록 젊은이들을 동반하고 있습니다.

 

기자 : 전에는 이곳이 성소실이었는데 완전히 다른 사도직인가요?

송 수녀 : 일단 사도직의 대상이 달라졌죠. 입회에 관심이 있는 미혼 여성에 국한되었던 것이 이제는 미혼 남녀 모두를 동반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 수도회만을 생각하는 좁은 마음에서 벗어나 한국천주교회 전체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하자는 넓은 마음의 의미입니다. 단시간이 아닌 긴 여정을 함께 가는 동반이다 보니 많은 인내를 요구하고 있어요. 당연히 해야 할 일도 늘어났고요.

 

기자 : 수도생활 성소의 감소가 이미 전 세계적인 현상이고 한국교회도 매우 심각한 상황인데 이럴수록 성소실에 더 집중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송 수녀 : 지금 젊은이들은 비교적 풍요롭게 자라면서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해왔고, 한두 자녀의 가정 안에서 특별한 관심을 받으며 살았어요. 인간관계의 복잡 미묘한 갈등이나 가난과 고통을 충분히 경험해보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수도생활은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겠지요. 그러다 보니 성소담당 수녀로 다가가면 손사래부터 치면서 도망가기 바쁘고, 수녀원 내에 있는 성소실을 드나드는 젊은이들도 예전에 비하면 현저하게 줄어들었죠.

한국의 젊은이들이 취업 준비에만 몇 년씩 전념하고 있으니 미래가 불안하고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자꾸 늘어나고 있죠. 2011년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라는 용어가 등장하더니 거기에 취업과 내 집 마련을 포기한 5포 세대를 지나 요즘은 꿈과 희망마저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 7포를 너머 N포 세대라고 부르는 슬픈 현실입니다. 젊은이는 우리 사회의 미래인데 이 젊은이들이 무너지면 앞으로 수도회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가 무너지는 것은 눈에 불을 보듯 뻔 한 사실이잖아요.

이러한 사회 현상은 거의 모든 수도회를 쓰나미처럼 덮치고 있고, 우리 수도회도 몇 년 전부터 고민하다가 성소실과 기존의 청년 사도직을 통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즉 기존의 성소실 업무 외에 대구대교구 청년사도직 협조업무인 ‘선택 주말’, 경북대학교 학생 레지오 2팀, 경북대 수의대 학생들의 복음나누기 ‘예톡’, 그리고 수녀원 내의 ‘청년 성경반’과 지역 모임 활성화를 위해서 5명의 수녀가 청년 쎈뽈이라는 이름으로 올 2월에 새 출발을 했습니다.

 

기자 : 청년 사도직들을 통합하여 청년 쎈뽈로 바꾸고 나서는 젊은이들이 많이 오나요?

송 수녀 : 청년 성경반, 렉시오 디비나, 단체 피정, 개인 피정, 개인 동반, 소록도 봉사, 성지순례, 지역 모임 등 청년들이 자유롭게 수녀원을 드나들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죠. 이곳에 와서 하느님을 체험하고 좋은 것을 나누고자 친구를 데려오면서 조금씩 숫자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기자 : 다양한 젊은이들을 만나면서 어떤 마음이 드나요?

송 수녀 : 그들을 보면 마음이 짠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젊음이 주는 가능성, 희망, 젊음 자체의 눈부신 아름다움보다는 취업에 대한 불안함, 가정과 사회에서 겪은 아픈 상처, 말 못할 고민들을 혼자 끌어안고 아파하는 청년들이 많습니다. 그러한 청년들을 보면 우리도 함께 아파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동반하다 보면 아픔을 털어내고 용기를 내어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친구들, 조금씩 내면이 성장해 가는 친구들,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나 미래를 향해 도전하는 친구들의 모습은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답습니다.

 

기자 : 당연히 성소실 기능도 함께하겠죠? 먼저 수녀님의 성소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나요?

송 수녀 : 저는 태중 교우이고, 고등학교 3년을 가톨릭 학교에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수도자의 삶을 한 번도 동경해 본 적도 없었고 더구나 ‘나의 일’로 생각해 본 적은 꿈에도 없었죠. 수도생활에 대해 처음 인식한 것은 대학교 3학년 때였어요. 하지만 저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적당히 신앙생활을 하고 싶기도 하고, 그 어려운 삶을 왜 내가 살아야 하는지 의미를 찾지 못했죠. 그 이후로 ‘저는 아니겠지요?’라고 하면서 요리조리 6년을 도망쳤지만 하는 일마다 안 되고 결국 예수님께 항복하고 수녀원에 입회하였죠. 하느님은 제가 적당히 바치기보다는 온전히 바치기를 원하셨음을 이제야 알아듣고 있습니다.

 

기자 : 부르심을 느끼는 젊은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 주고 싶은가요?

송 수녀 : 성소의 씨앗이 분명하게 보임에도 불구하고 저처럼 도망 다니는 친구들을 만납니다. 하느님의 부르심 앞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러한 친구들이 예수님을 만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을 들려주고 싶네요. “그리스도는 살아계십니다. 그분께서는 우리의 희망이시고 이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젊음이십니다. 그분의 손길이 닿는 모든 것이 젊게 되고 새로워지며 생명으로 충만해집니다.(「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1항) 우리 자신의 성소를 식별하려면 우리의 성소가 벗의 부르심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예수님께서 그 벗이십니다.(287항)”

 

기자 : 마지막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나요?

송 수녀 : 젊은이들을 동반하고 있는 모든 사제, 수도자들에게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을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성령께서 계속 사제 성소와 수도생활 성소를 북돋워 주고 계시다는 분명한 확신이 있으면 우리는 충만한 믿음을 가지고 주님의 이름으로 다시 한 번 그물을 던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젊은이에게 이 길을 따를 의향이 있는지 자문해보라고 권유할 용기를 낼 수 있고 또 용기를 내야 합니다.(274항)

 

* 송경미 루시아 수녀님은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소속으로 1998년 종신 서원을 받았고 현재 청년 쎈뽈에서 젊은이들을 동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