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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政者, 正也.”


글 최성준 이냐시오 신부 | 월간〈빛〉편집주간 겸 교구 문화홍보국장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려는 세계 각국의 대응과 노력을 연일 뉴스를 통해 접합니다.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지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중앙정부 중심으로 방역과 통제를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K-방역이 세계의 모범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에 비해서 미국 등 선진국의 대응은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실태 파악도 늦었고, 정부의 정책도 우왕좌왕했으며, 정보를 올바르게 공개하지도 못했습니다. 국민들은 이런 정부를 믿지 못하고, 방역 지침도 제대로 지키지 않아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치달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믿음직하고, 우리 국민 모두가 자랑스럽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가 안정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신뢰가 있어야 하겠지요. 국민들이 국가의 정책을 믿고 따를 수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공자의 제자이자, 언변이 뛰어나고 외교에 관심이 많았던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정치(政)에 관해서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양식을 풍족하게 하고, 군사력을 강하게 키우고, 백성들이 신뢰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자공이 다시 물었습니다. “반드시 부득이하게 버려야 한다면 이 세 가지 중에서 무엇을 먼저 버려야 합니까?” “군대를 버린다.” 자공이 다시 물었습니다. “남은 두 가지 가운데 부득이하게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버려야 합니까?” 그러자 공자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양식을 버린다. 예부터 사람은 모두 죽지만, 백성이 정치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바로 서지 못한다.”1)

 

오늘날에도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대목입니다. 한 국가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영토, 국민, 주권이 있어야 합니다.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경제력도 뛰어나야 하고, 국가를 지킬 국방력도 강해야 합니다. 하지만 국민들이 정부를 믿고 따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아무리 군사력이 강하고 경제력이 앞선 선진국이라 하더라도 국민이 정부를 믿지 못하고, 정부는 국민들을 권력으로 내리누르며 독재정치를 한다면 그 국가는 오래가지 못하고 망할 것입니다.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백성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공자 당시 노(魯)나라의 실권자였던 계강자(季康子)가 공자에게 그것을 물었습니다. 그러자 공자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정치란 곧 올바름입니다. 당신이 먼저 백성을 정도로 이끈다면, 누가 감히 정도를 걷지 않겠습니까?”2)

 

계강자는 왕도 아니면서 막강한 권력으로 국정을 좌지우지한 인물입니다. 그런 사람이 정치에 대해서 묻자, 공자께서 직언을 하신 거죠. “정치란 바름입니다.(政者, 正也)” 정치, 곧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란, 바르지 않은 것을 바로잡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정치를 하는 이가 먼저 바른 사람이 되어야겠지요. 나라를 잘 다스리려면 먼저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위정자가 먼저 도덕성을 갖추어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코로나19 사태는 언제 끝날지 모르고, 그런 위기 상황은 앞으로도 언제든지 다시 찾아올 수 있습니다. 국민들이 국가의 정책을 믿고 잘 따라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정치에 임하는 이들이 먼저 자신의 올바름을 추구하고, 자신을 낮추어 겸손되이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봉사하기를 바라봅니다.

 

“다른 민족들의 통치자들은 백성 위에 군림하고, 고관들은 백성에게 세도를 부린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마태 20,25-26)

 

1) 『논어』, 「안연」, 7장. 子貢問政. 子曰, “足食, 足兵, 民信之矣.” 子貢曰, “必不 得已而去, 於斯三者何先?” 曰, “去兵.”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二者何先?” 曰, “去食. 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

2) 『논어』, 「안연」, 17장. 季康子問政於孔子. 孔子對曰, “政者, 正也. 子帥以正, 孰敢不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