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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종사목과 후원회 이야기
고맙습니다! 20년 군 사목은 ‘감사’입니다.(1999.7~2019.10)


글 임성호 베네딕도 신부 | 군종후원회 담당, 봉곡성당 주임

1999년 7월 여름, 양구 2사단 노도성당에서 저의 군 사목은 시작되었습니다. 언덕 위 아름다운 성당에서 군인 병사들과 함께 첫 미사를 드리며 코끝으로 느껴지는 시큼한 땀 냄새를 찐하게 들이마시며 군 사목에 대한 열정과 책임감, 설렘을 가슴에 가득 채웠습니다. 그리고 그해 10월 서울에 있는 목5동성당에서 처음으로 군인주일 행사를 하면서 군종후원회 회원모집과 강론을 시작으로 군종후원회와의 첫 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

 

당시 제가 사목하는 2사단 노도부대 신병교육대에는 성당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주로 훈련병 식당에서 주일미사를 드렸는데, 훈련병 몇 명과 조교, 또 다른 존재자인 수많은 파리가 있을 따름이었습니다. 온갖 잔반 냄새, 식당의 소란함, 윙윙거리는 파리 소리, 기운 빠지는 군종신부의 한숨 소리 등등 충격에 가까운 현실 앞에서 갑자기 가슴 속에서 울컥하는 뜨거운 오기와 기도가 올라왔습니다.

 

‘주님, 이곳에 당신 성전을 세워주소서!’ 이 청원기도가 결론적으로 제가 오랫동안 군 사목을 하게 해 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서울에 있는 성당에 모금을 하러 가야 했는데 잘 곳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서울 용산에 있는 군종교구청에서 군종병, 조교병과 함께 자게 되었는데, 이 모습을 본 이기헌 주교님께서 눈여겨 보셨는지 주로 장기자 신부들이 가는 파병에 아직 군 생활을 1년 정도밖에 하지 않은 단기자 신부인 저를 선택하셔서 머나먼 동티모르로 파병을 가라고 하셨습니다. 파병을 다녀온 뒤에는 충북 증평에 있는 37사단으로 보내시어 성인성당을 다시 신축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이기헌 주교님께서는 “임 신부, 파병도 다녀왔으니 군 생활도 오래 해보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모든 것은 노도부대 신병교육대 중근성당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7사단에서 성인성당을 다시 짓는 것이 생각은 쉬웠으나 현실적으로는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당시 본당 통장에는 초코파이 빚만 해도 몇 백만 원이 있을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전혀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힘이 되어 주시는 주님이 계시고, 주님을 믿고 군종신부를 아들처럼 잘 도와주시는 대구대교구 군종후원회를 비롯해 전국에 여러 회원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동해바다 대화퇴어장에 미역, 반건조 오징어, 황태 등이 있으니 그것들을 잘 팔면 성당 기둥 정도는 세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군인정신으로 황태장사를 시작하다!

1톤 트럭에 황태와 반건조 오징어, 미역 등을 가득 싣고 서울에 있는 목5동 본당신부님을 찾아 갔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감사한 것은 본당신부님과 성모회 자매님이 우리가 싣고 간 것을 다 팔아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시 부대 조교가 미리 계획한 작전대로(?) “우리 신병교육대에 성당 지어주이소!” 하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신자들의 심경을 강하게 울려 판매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중근성당을 참하게 짓고 나서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너른 성당을 잘 지었으니 어떻게 하면 이 성당을 훈련병으로 가득 채울 수 있을까?’

방법은 단 하나, 잘 먹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누구도 할 수 없었던 계획을 세우고, 제 월급의 많은 금액이 양구 남면 통닭집에 들어갈 정도로 엄청난 물량공세를 했습니다. 당시 초코파이가 대세이던 시절에 파격적인 저의 계획에 대한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훈련병이 봇물

터지듯 성당으로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맞은편에 위치한 교회의 목사님이 페어플레이, 정정당당한 승부를 하자고 항의를 해 왔습니다. 그러나 저는 절대 그럴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교회에서는 600명의 훈련병을 독식하며 그것을 즐기던 황금시절이 있었던 반면, 저는 수많은 파리와 미사 드리던 뼈아픈 시절이 있었기에, 그것을 기억하는 저로서는 결코 물러설 수 없었습니다. 그때는 참으로 신나게 성당에서 교리도 하고 성가도 부르고 마음껏 주님을 찬양하며 주일미사를 드렸습니다.

요한복음 21장 6절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 성전을 새롭게 지으라는 말씀이라 생각해 봅니다. 성전이 없는 곳, 바로 그곳에 주님의 성전을 짓고 주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그물을 던져 고기를 잡으라는 뜻이 아닌가 합니다.

 

  

25년의 사제직 동안 20년을 군인과의 만남 속에서 살았습니다. 올해는 프랑스 산골 아르스의 본당 신부이자 성자이신 비안네 신부님 선종 161주년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2019년 8월 4일 요한 마리아 비안네 성인 선종 160주년을 맞아 사제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본당주보이신 그분에 대해 묵상하신 바를 말씀하셨는데 그것은 사제직에 대한 ‘감사’입니다. 군종사제로서 저의 20년은 ‘감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