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로그인

프랑스에서 온 편지
불타는 어머니 사랑


글 심탁 클레멘스 신부 |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교구 선교사목

 

나타샤 생피에르는 캐나다의 대중적인 가수로 최근 프랑스에서 인기있는 리옹의 가톨릭 생활 성가팀 Glorious의 작곡과 협연으로 리쥬의 소화 데레사의 영적일기 내용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처음 그녀의 곡을 들었을 당시에는 나름 사는 게 힘들어서였는지, 중년의 유리 감수성 때문인지 잘 모르겠으나 운전 중 눈물이 주체없이 흐른 사연이 있습니다. 감동을 준 노래 두 곡을 고른다면 ‘사랑으로 산다는 것(Vivre d’amour)’, ‘사랑은 모든 것을 주는 것입니다(L’Amour, c’est tout donner)’를 소개할 수 있습니다. 다소 약한 가톨릭 신앙을 가진 대중 가수가 Glorious 그룹을 만나, 소화 데레사의 일기나 일대기에 곡을 붙여 노래를 부르면서 내적 회심을 경험했다고 전해집니다. 약간의 캐나다 악센트를 풍기면서도 여성적이고 호소력있는 가창력이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2020년 9월 첫 금요일, 성시간과 고해성사와 미사가 있는 날, 사베른느(Saverne)라는 지역의 한 체육관에서 그녀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3월 공연이 미루어진 것입니다. 그날 예외적으로 주임신부에게 미사를 부탁하였고 허락을 받아 마음이 즐거웠습니다. 우선 오후 4시 경 저녁기도를 바친 다음, 간단한 식사를 하고 성시간에 가기 위해 불판에 된장국을 올려 놓고 알자스 지방의 전통적인 빵(쿠겔호프)을 잘라 먹으며, 된장국으로 해갈을 할 생각이었습니다. 급히 빵을 먹고, 서둘러 성당으로 이동했습니다. 독신 부제 위그(Hugues)가 성시간을 진행하고, 저는 고해소에서 주님의 하늘 나라 고객들을 맞이하였습니다.

 

약간의 흥분상태로 성시간과 고해성사를 마치고 난 18시 30분 경 허겁지겁 공연장으로 향했습니다. 19시 30분 경, 한 시간쯤 걸려서 도착하니 10명 정도의 사람들이 두 줄로 무질서하게 서 있었습니다. 20시 경 입장. 마스크를 끼고 손소독을 하며 들어선 공연장은 비교적 무대와 가까운 거리에 좌석이 마련되어 있었고, 저는 둘째 줄에 앉았습니다. 어느새 수백 명의 관객들이 모이고 드디어 20시 30분 공연이 시작됐습니다.

 

첫 번째 곡은 마더 데레사 말씀을 곡으로 만든 노래였는데 가슴을 툭 치는 감동이 왔습니다. 두 번째 곡은 기억이 잘 안 납니다. 성모님의 사랑을 노래한 세 번째 곡부터 눈물이 터지기 시작해서 공연 중간 내내 울었습니다. 좌측의 중년 부인도 우는 듯 보였습니다. 나타샤는 자신의 아들이 다섯 살인데, 아들이 태어나자마자 심장병 때문에 인큐베이터에 들어가는 순간, 모든 것을 다 줄 준비가 되어 있는 어머니의 심정으로 기도하며 만든 노래라고 했습니다. 가사를 본인이 직접 썼고 아들 예수님을 향한 성모님의 아픈 사랑에 공감하게 되었다며 노래를 시작하는데 저항할 사이도 없이 마냥 가슴에서 불쑥 뿜어나오는 감성의 바가지 눈물이 멈추지를 않았습니다. 마치 언제라도 울 준비를 하고 있던 50대 갱년기 아저씨이기나 한 것처럼 말입니다. 왠 주책인지…. 아니, 불효 아들이 무한한 어머니 사랑의 노래에 무너지는 회심의 눈물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감동의 도가니….

그렇게 공연이 3분의 2쯤 지나 좀 안정을 찾을 무렵 난데없이 불쑥 떠오른 생각, ‘앗! 아까 된장, 어찌 되었지? 불에 올려 놓고는 먹은 기억도 없고 불을 끈 기억도 없는데? 아!’ 갑자기 걱정이 태산처럼 솟아났습니다. 마치 미사 시간에 집 부엌 냄비의 가스불을 끄고 왔는지 걱정하는 주부의 심정이 이와 비슷하리라 여겨졌습니다. 도무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만약 3층 건물의 멋진 사제관에 불이 난다면, 이거야말로 대낭패가 아닐 수 없는 일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뒷감당이 걱정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불을 끈 기억이 없습니다. ‘아, 미사를 안 하고 와서 그런가? 이거 벌인가? 앞으로 그러지 않으리라!’고 다짐하면서 급히 성모님의 도움을 청했습니다. ‘성모님, 도와주세요. 지금의 저로서는 어찌할 방법이 없습니다. 수호천사를 보내주시어 집에 불 좀 꺼 주십시오.’라며 구체적으로 빌었습니다. 삽시간에 공연의 눈물겨운 감동은 갑자기 걱정의 소용돌이로 바뀌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오후 4시쯤 불에 된장을 올려뒀는데, 공연장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떨어진 사제관으로 지금 당장 갈 수도 없으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만약 문제가 발생했다면 주임신부가 전화를 하고 난리가 났을 것이라 생각하니, ‘내가 무의식적으로 불을 끄고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나타샤는 마지막 곡을 마치고 퇴장하였습니다. 모두 기립박수를 치며 앵콜을 기다렸습니다. 나타샤는 딱 두 곡만 앵콜하고 공연은 끝이 났습니다.

 

급히 차를 몰고 사제관으로 밤 11시경 귀가. 사제관이 불타지 않고 남아 있네요. ‘아, 내가 무의식적으로 불을 껐구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3층 복도 문 앞에서 나는 냄새. ‘아니, 이 탄내는?’ 급히 문을 열자 복도 전체에 탄내가 코를 찔렀습니다. 황망히 부엌으로 달려 갔습니다.

 

냄비가 새까맣게 탄 채 불판의 불은 꺼져 있었습니다.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주임신부가 끈 걸까?’ 문자로 확인을 했으나 답이 없습니다. ‘내일 오전 직원 티타임 때 박살나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토요일 아침, 주임신부의 성품상 참을 사람이 아닌데 전혀 다른 주제로 편안한 대화를 이끌어 갔습니다. ‘성모님께서 저를 구해 주셨군요! 저의 기도를 듣고 전구해 주셨군요! 성모님 감사합니다. 수호천사님 감사합니다.’

 

요즘은 매일 묵주기도 20단 바치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성모님께서 사제들을 특별히 사랑하신다더니, 제가 그 덕을 보는구나 싶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묵주기도의 힘을 여러 가지로 체험합니다. 여러분도 한번 해보세요. 저만이 아니라 아는 사람은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