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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종사목과 후원회 이야기
초짜 군종신부의 ‘백골’ 적응기


글 우형원 다미아노 신부 | 육군 제3보병사단 백골성당 주임

  

대구대교구에서 파견 온 군종신부입니다.

작년 7월, 군종신부로 임관한 후 차에 짐을 싣고 철원으로 향했습니다. 대구에서 철원으로 올라가는 길은 참 멀었습니다. 차에 저장된 음악이 몇 번이나 반복되는데도 도착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러다 북한까지 가는 건 아닌가?’하며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철원에서의 첫 군종신부의 삶을 시작하였습니다.

 

땀을 흘리며 산을 오르는 용사들

제가 있는 철원 3사단은 북한과 맞닿은 곳입니다. 철책을 담당하는 곳에는 두 곳의 공소가 있습니다. 그중 산 중턱에 있는 혜산진공소에 첫 미사를 드리러 간 날이었습니다. 세 명의 용사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들어오기에 물었습니다. “왜 이렇게 땀을 많이 흘려요?”, “신부님, 미사 드리고 싶어서 걸어왔습니다.” 저는 ‘도대체 지내는 곳이 어디기에 저렇게 땀을 흘리지?’하고 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미사를 마치고 복귀하는 용사들에게 내려가는 길이니 태워주겠다 하고 함께 차를 타고 내려왔습니다. 그러면서 2주에 한번 있는 공소 미사를 드리기 위해 휴식을 뒤로 하고 30분 넘게 산길을 걸어온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운전하는 내내 세 용사의 마음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신앙보다 자기 삶을 즐기는데 더 많은 의미를 두는 이 시대에 주님을 간절히 찾고 체험하는 청년들이 바로 제 옆에 있었던 것입니다. 이 용사들의 땀이 저의 신앙마저도 뜨겁게 만들었습니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적막 비무장지대(DMZ), 군종신부로서의 특권

군에는 신부가 움직이지 않으면 미사를 드릴 수 없는 곳이 많습니다. 그중 제가 있는 곳에는 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방 초소(GP)가 네 군데 있습니다. 대개 한 최전방 초소(GP)마다 천주교 용사가 1~3명 정도는 있습니다. 저는 틈틈이 이들을 위해 ‘찾아가는 미사’를 봉헌합니다. 최전방 초소(GP)에서의 미사는 사제로서도 특별한 경험입니다. 분단 후 남과 북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눈 것이 어언 70년.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긴장이 가득한 곳이지만 너무나도 평화롭고 아름다운 비무장지대(DMZ)는 이 시대의 아이러니를 담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주님을 찾고 갈망하는 용사들이 있습니다. 한번은 최전방 초소(GP)에 미사를 드리러 갔는데, 한 용사가 고해성사를 청했습니다. 북녘땅을 눈앞에 두고 우리는 신앙과 삶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여러 가지 어렵고 복잡한 상황에서도 주님께서는 평화를 갈망하는 우리와 함께 이 자리에 계심을 체험하면서 더 큰 믿음으로 기도 할 수 있었습니다.

     

  

군사목의 첫 시작, 백골성당!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있는 백골성당 공동체는 활기차고 에너지가 넘칩니다. 40명 정도의 형제자매님들과 20명 정도의 귀여운 아이들, 그리고 우리 용사들이 한 공동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군종교구에 와서 제가 참 좋다고 느낀 점 중 하나는 온 가족이 함께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입니다. 대개 가족이 함께 미사 드리는 경우가 쉽지 않은데 군성당은 다릅니다. 가족이 함께 성당을 찾고, 함께 신앙생활을 합니다. 특히 군대의 특성상 젊은 가족들이 많아 늘 에너지가 넘치고 밝습니다. 저 역시 우리 백골성당 공동체의 에너지를 받으면서 ‘군사목이 참 보람 있구나.’를 연신 느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일상이 멈춰있지만 함께 모여 미사를 드리고 친교를 나눌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립니다. 더불어 오늘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우리 용사들과 백골성당 공동체를 위해 노력하는 군종사제가 되겠습니다. 앞으로도 변함없는 관심과 사랑으로 늘 함께해 주시길 부탁드리며, 군종교구를 위해 기도로 함께해 주시는 대구대교구 신자들과 아낌없이 후원해 주시는 대구대교구 군종후원회원들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