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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 수지의집
희망으로 가는 징검다리


취재 박지현 프란체스카 기자

 

사회복지법인 서정길대주교재단(대표이사 : 신종호 분도 신부) 소속 수지의집이 10월 7일(수)에 신축건물 축복식을 가졌다. 이번 달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여자청소년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지원하는 수지의집에 대해 구수영(로사) 원장으로부터 들어보았다.

 

수지의집은 어떤 곳인가요?

대구지역 청소년·여성복지를 위해 평생 헌신한 양 수산나(수산나 메리 영거, Susannah Mary Younger) 여사의 이름을 따서 1998년 11월 5일 가톨릭사회복지회 소속의 가출청소년쉼터로 시작됐습니다. 2012년 같은 여성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 서정길대주교재단으로 운영법인이 옮겨지면서 2015년 가톨릭푸름터가 미혼모자양육시설로 문을 열게 됐고, 그곳에 있던 아이들이 수지의집으로 오게 되면서 8명의 여자청소년들이 7명의 사회복지사들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입소정원 16명)

 

입소 조건과 입소하면 어떻게 지내는지 들려주세요.

만 13세부터 19세 미만 여자청소년이 성장기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가출했거나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경우에 입소할 수 있는데, 신앙과 상관없이 전국의 학교, 성당, 교회, 상담소, 지구대, 경찰서, 가정 법원 또는 직접 찾아오는 경우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입소합니다. 입소하면 전학해서 학교에 다니거나 검정고시 준비, 자격증 취득, 직장생활 등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주고 있습니다. 그동안 만 19세가 되면 퇴소해야 했는데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는 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결정에 따라 현재는 만 21세까지 지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이 진행되나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심리치료, 정신과 치료와 산부인과, 금연 교육 등을 실시해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종합심리검사를 통해 세심하게 살펴보면서 아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줍니다. 그리고 각 과목의 기초학습과 자격증 공부, 검정고시 수업, 직업훈련, 악기나 뜨개질 등의 문화 활동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턴십 제도’가 있는데 아이들이 어떤 곳에서 일을 하면 자활지원센터에서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아이들이 조금 서툴거나 부족해도 너그럽게 이해해주면서 사회생활을 배워가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독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수지의집’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한 실패와 성공을 겪으며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수지의집 모토는 무엇인가요?

수지의집은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을 배려하며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이라는 미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열정과 에너지가 끓어넘치는 아이들과 하루 24시간, 일 년 365일 동안 운영되는 근무환경이 힘들기도 할 텐데 우리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갈등을 조정하면서 서로를 배려하며 지내는 모습이 고맙기만 합니다.

우리 선생님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상담인데, 아이들의 이야기에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이고 많이 들으려고 노력하면 조금 서툴긴 해도 아이들은 ‘나를 이해해주는구나.’ 하고 느끼며 마음을 열게 됩니다.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한 달에 한 번씩 가족회의를 합니다. 아이들의 건의사항과 선생님들의 전달사항을 주제로 진행되는데 아이들이 직접 사회와 서기를 맡고 선생님들이 보조역할을 하면서 진행하고 자립지원금도 줍니다. 가족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의 잣대로 가두기보다 조정해서 스스로 통제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믿어주면 평화가 온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학업에 매진해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아이도 있고, 전세자금을 지원받아 독립한 아이도 있고, 결혼 후 아이를 낳아 찾아온 아이도 있고, 입소 연장 2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서 1200만 원을 모은 아이도 있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입소한 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적응을 못해 자퇴하려 했으나 학업숙려제를 통해 고3인 지금은 전교 1등을 하며 표창장도 받고 내신등급도 좋아서 여러 군데의 대학교에 수시원서를 내고 주말에는 인턴십을 하고 있습니다. 퇴소 후에 자신의 근황을 알리기도 하지만 조용히 지내는 경우도 많은데 언제나 응원하고 있습니다.

 

더 해주실 말씀이 있으시면 해주십시오.

어려움을 겪고 의기소침해 있는 아이들에게 우선 나부터 부족하고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고백할 때가 있습니다. 나쁜 상황을 겪었더라도 지금 상황을 잘 극복할 수 있고 성장하는 과정임을, ‘너는 하느님이 아끼는 아이’라는 진심을 전하며 성숙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켜보면서 제 자리를 찾아가도록 기다려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를 위하는 우리의 모습이 그동안 인간 관계에서 좋은 경험이 많지 않은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는 인간관계로 비춰지면 좋겠습니다.

어려움 앞에 홀로 서 있는, 마음이 허전하고 외로운 아이들에게 유혹의 손길이 너무 쉽게 다가와 피해청소년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어서 걱정인 요즘, 수지의집이 여자청소년들에게 단순한 피난처가 아니라 희망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자청소년들을 위해 진심을 다해 보듬어주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수지의집에 많은 관심과 애정, 그리고 배려와 격려가 이어지길 바란다.(시설사진 제공 : 수지의집)

 

* 수지의 집 053-741-3122 www.susie100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