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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음악칼럼
‘도레미파솔라시도’ 음계의 시작


글 여명진 크리스티나 | 음악칼럼니스트, 독일 거주

우리는 이미 지난해 11월, 대림시기를 맞이하며 교회력으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했습니다. 이제 세상은 다가온 ‘2021년’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작고 미세한 바이러스가 가져온 갑작스런 멈춤과 단절의 시간, 두려움과 무력감으로 채워진 2020년을 버티게 하고, 하느님 안에 깊이 머물도록 만들어 준 순간을 돌이켜 보면 늘 ‘음악’이 함께했습니다. 저마다의 목소리와 악기 연주로 기도를 보태며 세상에 위로를 건네고 위기를 극복할 용기를 청하며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주저앉고 싶은 순간, 바닥을 치고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 가슴 벅찬 감사가 입술에 흘러 넘칠 때 터져 나오는 찬미의 노래, 그 ‘노래’의 시작은 어디서부터일까요?

우리는 음악을 시작할 때 제일 먼저 음계를 배웁니다. ‘도-레-미-파-솔-라-시-도’ 그 음계에도 “나는 알파이며 오메가이고 처음이며 마지막이고 시작이며 마침이다.”(묵시 22,13) 라고 하신 하느님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천 년 전, 베네딕도회 수사이자 음악가였던 귀도는 아레초 지역 주교좌성당의 음악교육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저녁기도 노래 선율을 가르치던 중, 새로운 소절마다 첫 음 잡기를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보며 귀도는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좀더 쉽게 첫 음을 기억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아레초의 귀도는 각 소절 가사의 시작인 ‘Ut-Re-Mi-Fa-Sol-La’가 한 음씩 상승하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가사와 음정에 맞춰 계명을 정합니다. 계명의 이름들이 저녁기도 각 소절 첫머리의 라틴어 단어에서 유래된 것이지요. 시간이 흐르면서 Ut는 좀 더 발음하기 쉬운 Do로 바뀌고, 6음계의 그레고리오 성가 선율에 일곱 번째 음 Si(j)가 더해지는 등 조금의 변화를 거칩니다.

 

Do : Dominus 주님

Re : Resonare 음성, 울림

Mi : Mira 기적

Fa : Famuli 종, 가족

Sol : Solve 구원, 사랑

La : Labii 입술

Si : Sanctus 거룩

 

음악을 배운다면 가장 먼저 배우게 되는 ‘도-레-미-파-솔-라-시-도’ 그 계이름의 시작에 바로 하느님께 대한 찬양이 담겨 있었던 것입니다. 이 노래를 성무일도 제1저녁 기도로 바치는 날은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교회음악과도 관련이 있는 인물입니다. 그의 아버지 즈카리아는 아내 엘리사벳이 임신을 하게 될 것이라는 하느님의 뜻을 의심해 벙어리가 되는데, 세례자 요한이 탄생하며 다시 혀가 풀려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성녀 체칠리아가 음악의 수호성인으로 정해지기 전까지는 세례자 요한이 교회음악의 수호성인이었습니다.

 

2021년, 많은 것들이 새로워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우리 인생의 모든 걸음에 처음부터 마침까지 함께해주시는 하느님의 현존, 인간을 향해 건네는 하느님의 축복입니다. 이 크신 사랑은 변함없이 우리 곁에 머물 것입니다. ‘도-레-미-파-솔-라-시-도’ 하느님의 기적 같은 사랑을 노래하고 그 크신 업적을 소리 높여 찬양해야겠습니다.

 

* 이번 호부터 음악칼럼니스트 여명진 님의 ‘교회음악칼럼’이 애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 약력: 독일 프라이부르크 음악대학 교회음악전공 학사 졸업, 독일 프라이부르크 음악대학 오르간전공 석사, 전문연주자심화과정 졸업. 현재 독일 뮌헨대교구 이스마닝-운터푀링 가톨릭성당 교회음악가 및 음악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