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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 김종숙 도예성물작가
흙으로 빚어 사랑을 전하다


취재 김명숙 사비나 편집장

흙으로 원하는 작품을 선보이며 기쁜 삶을 살아가는 김종숙(요안나, 경산성당) 도예성물작가. 이번 달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쉼없이 작품 활동을 하는 김종숙 작가와의 비대면 인터뷰를 통해 작품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동안 개인전을 비롯하여 후원기금 마련 전시회도 개최하고 계신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또 기억에 남는 전시회가 있다면 어떤 전시회인지요?

작업을 하는 것은 저의 일상이고 전시회를 한다는 것은 일상을 떠나 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그동안의 작업을 바라보고 느끼면서 쉬어가는 시간이기도 하고, 꾸준한 작업은 끊임없이 행복하게 살았다는 것이고 그 행복을 나누는 전시회가 후원전입니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후원전이지만 사실 물질적인 후원보다 도예성물작품을 통해 사람들의 관심과 기도를 모으는 전시회인 것이죠. 힘들게 달리고 있는 선수를 뒤에서 응원하고 외롭지 않게 함께 뛰어주는 마음, 그 마음은 전시회를 주최하는 기관과 작가, 소장자, 관람자 모두에게 축복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모두가 행복한 전시, 그것이 후원전을 즐겨하는 이유랄까요. 저의 “엄마생각 하늘 생각”들이 축복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욕심이라고나 할까요?

지금까지 해온 전시회들을 돌이켜보면 전시장마다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 항상 그 분위기를 즐기면서 전시회 기간 동안 그곳의 일부가 되는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게다가 도예작품의 특성상 야외전시가 가능하여 자연과 함께한 전시회가 많았어요. 교구 100주년 기념 전시 때는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전시를 했었는데 역대 교구장님들의 흉상전시회라서 오히려 더 웅장하고 현장감이 느껴졌던 전시회로 기억됩니다. 또한 정원이 아름다웠던 분당성루카성당, 남양성모성지, 가톨릭푸름터, 그리고 성모님의 품 같았던 성모당 안익사. 특히 5월의 성모당 전시는 저의 작품주제인 “엄마생각 하늘생각”과 하나로 어우러진 완벽한 전시회로, 성모당을 찾아온 많은 분들이 행복해 하셨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지난해 남대영기념관 빠리나홀에서 열린 ‘볼리비아 도시락 후원기금 마련 초대전’에 대해 들려주세요.

코로나19로 많은 전시회들이 취소되던 시기였어요. 미얀마 선교 후원전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사실 자신이 없었어요. 그렇지만 2015년 메르스 때가 생각나더군요. 전시 하루 전날 대명동에서 환자가 발생해서 그 일대가 황량했지요. 그럼에도 전시를 보고 싶어서 찾아와주시는 분들이 있더군요. 조용히 한두 분씩, 전시 마지막 날까지도 오실 분들은 꼭 오시더라구요. 관장 수녀님(예수성심시녀회 대구관구 김미숙 데레사 수녀)께서 볼리비아의 실상을 설명해주셨어요. 병으로 죽는 이보다 굶어서 죽는 이들이 더 많다고, 현지에 파견된 수녀님께서 너무 안타까워하신다면서 선교보다는 우선 도시락을 후원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하셨지요. 무엇보다 ‘도시락’이란 단어가 너무 정겨웠어요. 문득 어린 시절 어머니가 작은 보자기에 도시락을 싸주시던 기억이 나더군요. “엄마생각 하늘생각”이 배고픈 누군가의 도시락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가슴을 뛰게 했고 너무 거창하지 않아서 마음도 편했어요. 감사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 주셔서 참 행복한 전시였어요. 볼리비아로 도시락을 챙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전시회 준비를 위해 작품구상을 하실 때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주변의 모든 상황, 환경들에서 영적인 감동을 느끼곤 합니다. 나무, 햇살, 바람, 어둠 속에 빛나는 불빛, 미사 때 등 어느 곳에나 주님의 흔적이 있습니다. 이웃의 모든 어머니들에게서 성모님의 모습을 느끼고, 사랑스런 아이들의 웃음에서 천사의 미소를 찾아내고…. 곳곳에 주님의 작품들이 산재해 있으니 저는 그것을 찾아내 흙으로 빚어볼 뿐입니다. 가장 사랑스럽게, 가장 평화롭게.. 당신의 작품을 닮았으니 숨도 불어 주시겠지요.

 

꾸준히 작업하시는데 1년에 몇 작품이나 작업하시는지요?

작품의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작년 같은 경우 울진성당 제대 벽 작업을 3개월 정도, 갈전 마티아성당 벽화, 십사처, 축복식 기념 십자가 등을 5개월 정도 걸려서 완성했답니다. 그리고 도시락 후원 작품 40여 점을 준비했지요. 약속된 시간을 지키기 위해 몸은 힘들었지만 주님의 일이니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로 단절되고 외로운 시간을 버텨내게 해준 작업들이었어요. 저를 도구로 불러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최선을 다 했던 한 해였습니다.

 

김종숙 작가님을 떠올리면 “엄마생각 하늘생각”이 연상되는데요,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제 작품을 접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따뜻하다고 얘기합니다. 그것은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지요. 가까이에서 나를 위로 해주는 성모님, 모든 것을 내어주신 하느님의 사랑을 “엄마생각 하늘생각”이라는 주제 속에서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직 하느님을 모르고 있거나 잊고 지내는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고, 항상 곁에 있어 일상이 기도가 될 수 있는 작품으로 우리는 늘 사랑 받으며 살아간다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사랑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그것을 곧잘 잊고 있을 때가 많으니까요.

 

특별히 아끼는 작품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려주세요.

작품마다의 소중했던 기억들은 아름다운 사연들과 함께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지요. 신기하게도 작품마다 기다린 듯이 꼭 필요한 곳으로 가게 되더군요. 온종일 얘기해도 못다 할 정도로 감사한 기억들이 많아요. 그중에서 굳이 한 작품을 꼽자면, 좋아하는 작업에만 안주하지 않게 저를 단련시키고 성장하게 한 제대벽화 작업이 있습니다. 제대십자가를 포함한 모자이크 벽화로 장천성당 제대벽화랍니다. 생명나무 십자가를 도자기와 스테인드글래스로 표현한 작품인데 2천여 장의 도판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이 작업은 저에게 한없는 인내와 엄청난 노동을 요구했지만 그 이상의 성취감과 자신감을 심어준 작품입니다. 이 작품으로 인해 많은 제대벽화를 할 수 있는 은총을 받았어요. 저의 한계를 뛰어 넘어 주님께서 함께해주셨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제가 열심히 작업한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놀고 있는데 말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재미있는 흙놀이를 하면서 꾸준히 놀아 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저는 앞일을 계획하지 않게 되었답니다. 모든 일이 저의 뜻이 아닌 주님의 섭리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지요.

 

작품을 구상할 때마다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하느님께서 함께하신다는 믿음으로 가장 사랑스럽고 가장 평화로운 작품을 빚는 김종숙 작가의 아름다운 미소가 작품과 꼭 닮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