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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온 편지
젊게 살려면 선교를 떠나시라!


글 심탁 클레멘스 신부|프랑스 스트라스부르교구 선교사목

주일 미사 후 성당 출구에는 삼삼오오 대화하며 이별을 아쉬워하는 분들이 남아 있습니다. 대개 몇몇 분들이 자기들끼리 수다를 떱니다. 말하기에 목마른 사람들로 보입니다. 게중에는 제대 정리를 마치고 나오는 신부와 만나 직접 이야기하고 싶어 기다리는 듯한 분들도 있습니다. 제의를 벗기 전에, 퇴장 성가 중에 성당입구로 나가서 기다리려고 애씁니다. 미사 후 시간이 자유롭기 위해서 성무일도는 미사 전에 모두 바칩니다. 어느 날, 은퇴하신 철학교수 마르타 자매께서 지팡이를 짚고 기다리십니다. 평소 입이 무거운 분이라 ‘무슨 중요한 일이 있을까?’ 싶어 조금 긴장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말씀을 듣고 보니 어디선가 저의 프로필을 읽었는데, 저의 생년을 알고는 깜짝 놀랐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20년은 젊게 봤답니다. 한바탕 웃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은 자주 있는 편입니다. ‘키가 작아서 그런가 보다.’ 합니다만 실은 개인적인 비밀이 있긴 있습니다.

보디로션을 얼굴에 발랐을 뿐인데…

저는 아침 샤워 후 보디로션을 얼굴에 바릅니다. 몸이 건조한 겨울에만 가끔 팔과 다리에 바를 뿐 평소 99퍼센트 얼굴에만 공략합니다. 향수나 로션으로 얼굴 코팅을 전혀 하지 않는 한 살 위의 주임신부는 제가 봐도 솔직히 저보다 열살 정도 많아 보입니다. 저에게는 보디로션 하나면 한국의 어떤 로션보다 잘 맞습니다. 끈적한 기름기도 없고 건조한 안면 피부에 흡수도 잘되며, 습도를 잘 유지할 뿐 아니 라 햇살을 받으면 살짝 광도 납니다. 피부 건조와 주름도 제법 감춰집니다. 로션을 바르기 전과 후는 큰 차이가 납니다. 특히 추운 겨울 아침 미사를 가기 전, 크림을 바르고 나면 유명 연예인의 물광까지는 아니지만 얼굴 피부에 자연스러운 윤기가 납니다. 그렇다고 해서 크림의 효능이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합니다. 오장육부, 근육, 관절, 인대 등 곳곳에서 은근하고 꾸준히 중년의 징후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으니까요.

시범을 보이듯 모범을 보이기 위하여

오베르네 젊은이 성가대 지휘자인 영국 카롤린의 딸이 학교 폭력에 시달립니다. 우리 그룹의 가장 충실한 열살 초등학생 기타리스트가 덩치가 큰 터키계 동급 여학생에게 발목을 밟혀서 다리를 절기도 합니다. 몇 차례 진정을 넣어도 교내에서의 폭력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역시 폭력이 있던 어느 날 방과 후, 폭력 학생을 나무라는 피해자 엄마(지휘자 카롤린)를 향해 교장은 학모가 자신의 눈앞에서 가해학생에게 폭력적이었다는 진술을 합니다. 무슨 약점이 잡혔는지 모르겠으나 피해 자 부모에게 염장을 지릅니다. 여러 피해 학생 부모들이 교육부와 경찰서에 접수한 고발로 인해 교장은 교육부로부터 인사발령이 났습니다. 결국 우리 음악 그룹의 지휘자인 엄마와 자녀들과 함께 논의 끝에 무술을 가르치기로 했습니다.

오베르네 관광 안내 책자를 통해서 조사해 본 결과, 태권도장은 없고 가라데, 합기도, 유도, 검도 등이 공인된 클럽으로 존재합니다. 일단 저 혼자 무술 도장 탐방을 시작합니다. 우선 검도장 방문을 시작으로 오베르네에 이사 온 후 미처 풀지 않은 짐 속에서 죽도를 꺼냈습니다. 폭력 피해 아이들이 학교 밖에서나 홀로 있을 때를 대비해서 싸움을 가르칠 수는 없고 정신 무장이라도 시켜야겠다는 생각에서, 자신의 심신을 단련하는 그들의 친구 끌레망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손목, 어깨, 무릎, 허리, 발목 등의 문제를 안고 20년 넘게 그만둔 검도에 처음처럼 도전합니다. ‘뻬르 끌레망(끌레망 신부님)’이라 이름 불러주며 맑고 아름다운 눈으로 거침없이 자신의 말을 해 주는 아이들을 보며 더욱 힘을 냅니다. ‘이렇게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는 자식들을 위해서 죽을 힘을 다 내었구나.’라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아자! 기도하며 실천하면 된다! 되게 하자!’

주요 소식

1. 7월 1 일, 새로 부임할 본당 사전 방문. 말렌하임(Marlen-heim) 및 베스트호펜(Westhoffen) 본당 공동체에서 현재의 그 본당 신부는 사목위원들과 최종 평가회를 하고, 미래의 인수인계를 위해 새 주임 신부 삐에르와 협력사제 한국산 끌레망 신부를 초대하여 첫 상견례를 가졌습니다. 우리 두 신부가 도착하자 서로 소개를 한 다음 주임 신부는 자리를 피합니다. 새 신부들을 향하여 사목위원들이 본당의 문제점 및 희망사항을 거침없이 이야기합니다. 한국의 인수인계 경험과는 다른 점입니다. 우리는 10월 9~10일에 부임 미사를 드리기로 합의하였습니다. 또 특이한 점은 서류상 인수인계는 차치하고, 부임도 하기 전에 먼저 신자들의 요구와 필요를 듣는다는 것입니다.

2. 뤽 라벨(Luc RAVEL) 대주교님과 병중에 계신 크리스티앙 크라츠(Christian KRATZ) 보좌주교님 외에 새 보좌주교로 질 레탱제르(Gilles REITHINGER) 신부가 임명되고, 피에트로 파롤린(Pietro PAROLIN) 교황전권 대사에 의해 7월 4일 오후 4시에 서품식을 거행했습니다. 젊은 나이에 파리외방전교회 총장을 지낸 그는 대구대교구와 스트라스부르교구의 인연을 연결하는데 도움을 주었고, 저에게 스트라스부르교구 선교를 권했던 친구입니다. 친구들 중에 주교가 된 두 번째 인물입니다. 첫 번째 친구는 인천교구의 정신철(세례자 요한) 주교입니다.

3. 모든 알자스 교회는 일년 내내 축제 분위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알자스의 수호 성녀 오틸리아(660~720)의 하느님 나라 귀환 1300주년 대희년을 보내는 중입니다. 뿐만 아니라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 전권 대사께서는 보좌주교 서품식 외에도 프랑스 혁명 당시, 특히 1793년 이후 자코뱅 당원들의 유혈 박해를 피해 성녀 오틸리아의 유물들을 오트로트(Ottrott) 마을에 감추어 두었다가 1800년에 새롭게 무덤에 모셔졌음을 기념하는 축하식을 거행합니다. 이 유물들은 1836년에 공인됐고 1948년 이래 교구 시노드의 요구에 의하여 공식적으로 거행되어 오늘에 이릅니다.

4. 오틸리아 성녀 산에 상시 ‘성체조배 형제회’가 창설 90주년을 맞이합니다. 이렇게 오틸리아 성녀의 성역지를 중심으로 알자스 교회는 일년 내내 축제를 보내는 것입니다.

5. 7월 6일, 오베르네 본당 사목회의 1년 평가회를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