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로그인

우리 동네 골목신앙
기적의 전조 현상


글 이재근 레오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아랍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절대 두 손 들지 마라. 기적이 일어나기 2초 전일 수 있다.”

 

오늘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기적이 일어나기 전에 나타나는 현상들, 즉 ‘기적의 전조 증상’에 대해서다. 그렇다고 해서 초자연적이거나 과학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우리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기적을 여러분이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적는다.

 

내가 기적의 전조증상을 체험했던 것은 4년 전이다. 그때 나는 주말에 서울에 가서 지인을 만나고 월요일 새벽에 대구로 내려오는 일정이었다. 자가운전으로 이동했던 나는 대구에서 11시에 미사를 봉헌해야 했기 때문에 여유있게 도착하려고 새벽 5시에 출발했다. 그러나 서울은 내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새벽 5시 인데도 차가 많았다. 고속도로에 들어서면 괜찮아질 줄 알았지만 차는 점점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서울에서 지방으로 출퇴근하는 차가 많기 때문에 새벽에도 고속도로가 막힌다고 했다.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제일 큰 걱정은 미사였다. 그래서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아는 신부님들께 전화를 하고 문자를 남겼다. 하지만 그날이 월요일이었기 때문에 연락을 받지 않거나 연락이 되더라도 모두들 시간이 안 된다는 답변뿐이었다. 아직 답을 주지 않은 신부님께 기대를 걸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운전을 했다.

그리고 또 하나,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하기 시작했다. 보통 나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위해 기도할 때 더 효과가 있다고 믿어 왔기에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11시 미사에 참석할 신자들을 위해 기도했다. 그분들이 나를 기다리지 않도록 제 시간에 꼭 도착하게 해달라고 말이다. 기도를 하고 나니 불안했던 마음이 서서히 사라졌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이 기도만은 하느님께서 꼭 들어주실 것 같은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 차도 점점 줄어들고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여유 있게 대구까지 갈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도로는 점점 더 막히기 시작했고 설상가상으로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졌다. 하느님이 원망스러웠다. 기도를 들어주시지도 않으면서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하느님이 너무나 미웠고 일부러 그러시는 것 같았다. 더 고생해보라고 말이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의 도착 예정 시간은 11시 40분. 그리고 화장실은 점점 더 급해졌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직 연락이 오지 않은 신부님의 희망적인 답변을 기다리는 것과 쉬지 않고 열심히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뿐이었다. 그날 나는 10시 40분에 도착했다. 미사 시작 시간보다 20분이나 일찍 도착한 것이다.

 

모든 기도에는 공통적으로 ‘바람’이 들어가 있다. 주님의 기도처럼 하느님의 바람이 이루어지길 청하는 기도가 있고, 타인의 바람이나 나의 바람을 위한 기도가 있다. 이러한 ‘바람’은 시련 중에 더욱 절실하고 간절해진다. 시련은 우리가 기도하도록 만들기 위한 하느님의 선물이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말이다. 우리 모두는 누구나 예외 없이 크고 작은 시련 속에서 살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시련 앞에서 하느님께 간절한 기도를 드린 경험이 모두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기도를 하고 난 후 상황이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더 악화되는 경우가 있다. 오히려 악화되는 경우가 더 많다. 기도를 하고 난 후 도로가 더 막히기 시작하고 설상가상으로 화장실까지 급했던 내 경우처럼 말이다. 하지만 난 늦지 않게 도착했고 결국 내 기도는 이루어졌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시련 앞에서 기도를 하게 될 때, 기도를 하고 나면 갑자기 모든 상황이 나아지고 날 괴롭히던 시련이 사라질 거라 기대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나아지지 않거나 오히려 더 큰 시련이 오기도 한다. 그러면 우리는 하느님을 원망하고 좌절하고 결국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포기한다. 하지만 이것만 기억하자! 바로 그러한 현상이 기적이 일어나기 전에 나타나는 전조 현상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상황이 악화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기적이 일어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우연히 서점에서 『기적이 일어나기 2초 전』이라는 책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정말 멋진 아랍 속담을 알게 됐다. “절대 두 손 들지 마라. 기적이 일어나기 2초 전일 수 있다.” 이 속담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다. 특히 힘든 시련 앞에서 기도를 했다가 더 큰 시련을 겪고 있는 모든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곧 기적이 일어날 전조 현상이라는 것을….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조금만 더 버티라고 말이다.

 

벌써 8월이다. 이번 달에는 ‘성모 승천 대축일’이 있다. 우리를 위하여 한평생 시련 속에 살아가셨던 성모님의 삶이 결실을 맺게 되는 축일이다. 우리 각자가 겪고 있는 시련도 성모님의 도움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는 8월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