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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 수성성당 백합성가대 김선옥(베로니카) 단장
마지막 가는 길, 노래로 함께하다


취재 김명숙 사비나 편집장

수성성당(주임 : 신현욱 루카 신부)에는 아주 특별한 성가대가 활동하고 있다. 다름 아닌 마지막 가는 이들을 배웅하기 위해 창단된 백합성가대가 바로 그것이다. 이번 달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수성성당의 장례미사 봉사를 위한 백합성가대(단장 : 김선옥 베로니카)의 활동에 대해 비대면 인터뷰를 통해 들어보았다.

 

백합성가대는 어떻게 창단되었나요?

2019년 11월 21일 창단된 백합성가대는 본당의 장례미사 봉사를 위한 성가대입니다. 창단 이전에는 본당에 장례미사가 있을 때마다 교중미사 성가대에서 봉사를 해왔었는데 장례미사가 주로 이른 아침에 거행되다 보니 그 또한 쉽지만은 않았어요. 이런저런 고심 끝에 주임신부님께서 장례미사 봉사를 위한 성가대 창단을 허락해주시고 ‘백합’이라는 이름도 정해주셨어요.

 

백합성가대의 단원 구성에 대해 들려주세요.

현재 여성 단원 27명, 남성 객원 단원 3명으로 전체 30명이 활동하고 있어요. 30대에서 7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에 다같이 성가 연습도 했었어요. 하지만 창단 2개월 만에 코로나19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정기연습은 중단되어 어쩔 수 없이 화음이 맞지 않는 부분만 잠깐씩 연습하고 있는데 너무 아쉬워요. 물론 저희 백합성가대가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아닌, 기도가 우선인 사람들이기에 저희들의 부족함마저도 주님께 봉헌하며 주어진 현실 안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백합성가대의 주요 역할이라면?

한 생애를 마무리하고 떠나는 고인(故人)을 보내드리는데 예를 다하고 유족들에게도 따뜻한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가장 큰 역할입니다. 인터뷰를 하는 6월 초순 현재 29명의 장례미사(사도 예절 포함)에 성가 봉사를 했고, 지난해 위령의 날 미사 때도 성가 봉사를 했어요.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단원분들에게 봉사 참여를 독려할 수가 없어서 공지만 하고 있는데도 대부분의 단원분들이 개인방역수칙을 지켜가면서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성가로 함께해 주고 위로해 주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는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사실 저는 허무주의자였어요. ‘죽음’이라는 화두 앞에서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아내야 한다는 숙제가 너무나 힘겨워서 종교의 힘으로 버텨봐야겠다고 생각하고 교회의 문을 두드렸어요. 절박하게 믿음을 구했으나 생각처럼 쉽지 않았고 그렇게 10여 년을 헤매다시피 하던 중 한티순교성지로 피정을 가게 되었어요. 이른 아침, 홀로 소성당에서 성체조배를 하고 있었는데 불현듯 불같이 뜨거운 무엇인가가 제 가슴속에서 끓어올랐는데 참으로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죠. 그렇게 한티순교성지에서의 피정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주님, 저는 무엇이 되어도 좋습니다. 당신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교회에 봉사하겠습니다.’라고 예수님께 고백하였고, 부족하지만 주님의 은총으로 지금까지 그 약속을 지켜가고 있어요. 현재 본당에서 백합성가대 단장과 본당소식지 편집, 그리고 레지오마리애 쁘레시디음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앞으로 백합성가대의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백합성가대의 단원분들이 봉사에 앞서 기도하는 사람이기를 더 간절히 바라고 있어요. 기도가 노래가 되고, 그 노래가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는 유족과 본당 신자분들의 가슴에 아름다운 이별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성인의 통공을 믿는 희망 안에서 그저 기쁘게 봉사하길 바랄 뿐입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주님의 은총 안에서 그렇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고인(故人)의 마지막을 따뜻한 노래로 위로해 주는 수성성당의 백합성가대 단원들의 마음이 백합 향기보다 더 아름답게 퍼져나가고 있다. - 본문 자료사진 : 백합성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