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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의 생태 영성 살이
우리의 집
-어머니
-땅을 오염시킬 때 일어나는 일들


글 황종열 레오 | 평신도 생태영성학자

 

어떠신가요? 우리가 사는 집이 밥이고, 우리는 집을 먹고 산다고 했는데 공감이 되시는지요? 사람은 태어나기 전에 9개월 동안 어머니 태중에서 자랍니다. 우리가 태아였을 때 어머니가 우리의 집이고 밥이라는 것은 누구나 압니다. 그런데 우리가 태어나 살면서는 어머니가 집이라는 것과 어머니가 밥이라는 것을 점점 모르게 됩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우리가 자라면서도 자라고 나서도 여전히 우리의 집-원래의 고향이시고 우리의 밥-우리를 살게 하시는 에너지를 주시는 분이 아니신가요?

마찬가지로 우리를 품어 살게 하는 지구가 우리의 집이고 밥입니다. 우리의 지구가 우리의 존재를 받아서 우리가 살게 하는 집이 되어 주고, 우리에게 양식을 대주는 우리의 어머니와 같은 존재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집인 지구, 우리의 어머니인 지구, 이 땅이 오염되게 만들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오염된 집에서 살고 오염된 밥을 먹게 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 결과 우리만이 아니라 우리의 후손들 역시 오염된 집에서 오염된 밥을 먹고 살게 될 것입니다.

 

1950년대에 일본에서 일어났던 일입니다. 미나마타라는 바닷가 마을에 세워진 신일본질소회사가 염화비닐 등을 제작하면서 촉매제로 쓴 수은을 정화하지 않고 바다로 방류하였습니다. 수은 폐기물이 계속 바다로 버려지자 바다가 오염되어 갔고, 바다를 집이자 먹이 삼아 사는 생물 가운데 먼저 플랑크톤부터 오염되기 시작하여 작은 물고기들이, 그리고 이것들을 잡아먹는 큰 물고기들이 연쇄적으로 수은에 중독되었습니다. 물고기들을 잡아먹은 새들이 중독되어 죽어가고 고양이들이 중독되어 죽어갔습니다. 마침내 미나마타 지역에 사는, 특히 가난한 어부들과 그들의 자녀가 먼저 바닷고기들을 먹고 수은에 중독되어 몸이 마비되는 증상을 보이다가 죽어갔습니다. 집이 밥입니다.

1991년 우리의 낙동강에서 발생한 페놀오염사건입니다. 페놀 유출로 3월과 4월에 낙동강 물이 오염되면서 한국 사회가 큰 충격을 받은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두산전자는 구미 공업단지에 입주하여 전기와 전자와 기계에 사용되는 부품 원료로 쓰이는 페놀 수지를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이 공장에서 1차로는 1991년 3월 14일에 페놀 원액 저장탱크 파이프의 이음새가 파열되어 페놀 30여 톤이 낙동강으로 유출되었고, 2차로는 4월 22일에 다시 2톤 가량의 페놀이 유출되었습니다. 2차 사건이 발생한 이후 두산전자를 조사하면서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페놀 폐수를 정화처리하는데 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1990년 6월부터 여러 달 동안 약 325톤의 페놀을 낙동강으로 하루 2.5톤 정도씩 불법적으로 방류하였다는 것이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낙동강 물이 오염되면서 낙동강 수계에 있는 대구 시민들을 비롯해서 영남지역 주민들 1천만 명이 영향을 받게 되었습니다. 대구 지역 시민들이 사용하는 수돗물을 공급하는 다사취수장으로 오염된 물이 유입되면서, 특히 구미 남쪽 대구 지역 시민들이 페놀로 오염된 수돗물을 마시고 구토와 복통과 설사 증세들을 보였고 임산부들 중에는 유산을 겪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집이 밥이고 밥이 집입니다. 이 사건 이후 강물이 식수이고 식수가 강물이라는 생각이 무너지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급속도로 물을 사서 먹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2016년 7월 4일자 연합뉴스에 의하면, 미국 어린이 6명 중에서 1명이 자폐와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 :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증상을 보이고 학습 장애 등을 겪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2012년 기준 미국 어린이 10명 중 1명꼴인 590만 명이 ADHD, 곧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를 앓고 있고, 지능지수(IQ)가 정상보다 떨어지는 발달장애 어린이들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의학과 보건 환경 분야 전문가 40여 명과 국제신경독성학회와 전미국의사협회, 산부인과학회, 내분비학회, 아동신경학회 등이 “신경발달에 미치는 환경 위험요소 연구”(TENDR) 프로젝트를 통해서 원인을 찾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들은 미국 사회에서 해로운 화학 물질을 너무 많이 사용하면서 임신부와 태아, 어린이가 이것들에 노출되는 현상이 늘었고, 특히 어린이들의 뇌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했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미국 내 임신부의 90%에서 검사대상 화학물질 163종 가운데 62종이 검출되었습니다. 이 가운데는 납과 수은, 농업이나 정원 관리에 쓰는 유기인산 농약(살충제), 약품•플라스틱•개인 미용품에 함유된 프탈레이트, 난연제로 쓰이는 폴리브롬화 디페닐에테르류, 화석연료 연소로 인한 대기 오염물질 등이 있었습니다.

지구와 땅이 우리의 집이고 우리의 밥입니다. 이 하나의 지구, 우리에게 먹을 것을 내주는 어머니와 같은 땅에서 난 오염된 밥을 아이를 가진 어머니가 먼저 먹고 오염된 공기를 먼저 마신 뒤에 그 밥과 공기로 태중의 아기에게 영양과 공기를 공급합니다. 태중의 아기는 이 오염된 밥과 공기를 어머니를 통해서 전달받아서 먹고 이로 인해 뇌에 이상 증세를 보이게 된 것입니다. 어리면 어릴수록 오염된 밥과 공기에 더 빨리 영향을 받습니다. 노약자들은 말할 것도 없이 치명적인 형태로 영향을 받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찬미받으소서』 20~22항에서 “우리의 집인 지구가 점점 더 엄청난 쓰레기”로 뒤덮이면서 독성 물질이 주민들의 몸속에 축적될 수 있다는 것과 먹이가 식물, 동물, 사람들 사이에서 순환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십니다. 이 사실은 자연과 인간과 사회 생태 모든 것이 하나의 집 지구와 우주 안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명백하게 확인시켜 줍니다. 우리가 딛고 사는 땅과 지구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살도록 허락하신 집이자 밥입니다. 이 집을 건강하게 지키고 이 집에서 나는 건강한 먹거리를 함께 나누면서 우리 모두 하느님의 살림을 더욱 아름답고 충만하게 증거하고 찬양하는 신앙 공동체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가톨릭농민회의 생명 농업과 우리농촌살리기운동과 함께 우리 사회, 우리 지역, 우리 교회, 우리 본당, 우리 가족, 우리 이웃이 하느님이 보시기에 좋은 건강한 살림을 체험하면서 하느님의 살림을 찬양하는 복된 날들을 열어 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그동안 우리의 집-땅-지구를, 우리 존재의 어머니를 몰라보고 살아온 우리에게 어떤 변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냄비에 담긴 것들이 열을 받아서 끓으면 뚜껑이 열리고 안에 있던 것들이 밖으로 쏟아져 나옵니다. 연못이 열을 받아서 부글부글 끓으면, 연못 안에 있는 것들이 들고 일어나서 연못 상태가 뒤집어집니다.(革) 연못의 실상이 드러나게 해서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게 하는 불길의 거센 흐름을 혁명(革命)이라고 합니다. 냄비와 연못은 우리 자신을 상징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을 뜨겁게 타오르게 하는 불(火)을 기쁘게 맞으시는지요? 냄비-연못-우리 자신들을 뜨겁게 불태우는 것이 성령이라면, 우리는 이 성령의 혁명이 우리 안에서 발생하기를 바라는지요? 우리는 우리가 지금까지 우리의 냄비와 연못, 곧 우리 자신 안에 간직하고 있던 것들을 성령께서 당신의 불로 정화시켜 주시기를 바라는지요?

정화는 참으로 아름다운 것입니다. 아프기 때문에야 말로 아름다운 것입니다. 택화혁(澤火革).  이 괘 앞에서 눈을 감고 괘를 바라봅니다.  우리 교회와 우리 사회가 생명을 주시는 성령의 불로 정화될 수 있기를, 그리하여 참으로 새로운 몸과 마음과 영으로 우리의 공동의 집이자 어머니인 지구 와 함께 하느님의 생명 살림에 아름답게 참여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