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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음악칼럼
음표로 엮은 묵주, 묵주 소나타
- 하인리히 이그나츠 프란츠 폰 비버


글 여명진 크리스티나 I 음악칼럼니스트, 독일 거주

 

장미향 기도가 깊어지는 10월, 묵주기도 성월입니다. 한 알 한 알 묵주알을 엮듯, 한 음 한 음 음표에 묵주기도를 담은 곡이 있습니다. 바로 체코 작곡가 하인리히 이그나츠 프란츠 폰 비버의 〈묵주 소나타〉입니다. 묵주기도의 각 ‘신비’를 담고 있어 〈신비(Mystery) 소나타〉라고도 불리는데, 총 3부 열 여섯 곡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부 〈환희의 신비〉 예수님의 탄생 예고/ 엘리사벳을 방문/ 예수님의 탄생/ 예수님을 성전에 봉헌/ 성전에서 예수님을 찾으심

2부 〈고통의 신비〉 올리브 산의 예수님/ 채찍질 당하신 예수님/ 가시관 쓰신 예수님/ 십자가 지심/ 십자가에 못 박히심

3부 〈영광의 신비〉 예수님의 부활/ 예수님의 승천/ 성령을 보내심/ 성모 마리아의 승천/ 성모 마리아의 대관식

한 단 한 단, 묵주알을 엮듯 열다섯 곡의 소나타가 끝나면 바이올린 솔로곡인 〈파사칼리아〉로 묵주 소나타는 끝을 맺습니다. 〈파사칼리아〉는 짧은 주제를 제시하고, 반복 될 때마다 변주되는 음악 형식입니다. 같은 기도문을 반복해도 매번 조금씩 다르게 와닿는 것처럼, 같은 주제 위에서 변주가 될 때마다 조금씩 다른 느낌을 연주합니다. 〈묵주 소나타〉는 바로크 시대인 17세기에 작곡되었지만 1890년 독일 뮌헨 국립도서관에서 필사본 악보가 발견되며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각 소나타가 시작되는 첫머리에는 곡 내용을 설명하는 작고 등근 동판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마지막 곡인 〈파사칼리아〉 악보 첫머리에는 수호천사와 어린아이가 그려져 있는데, 삶의 길 위에서 묵주기도를 통해 보호받고 위로받는 우리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듯합니다.

비버는 유명한 바이올린 연주자였으며, ‘스코르다투라’라는 변칙 조율을 〈묵주 소나타〉에 활용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바이올린의 각 줄은 ‘솔-레-라-미’로 조율합니다. 하지만 〈묵주 소나타〉에서는 첫 곡과 마지막 곡을 제외하고는 14곡 모두 변칙 조율을 사용해 색다른 음색과 분위기를 이끌어 냅니다. 특히 예수님의 부활을 묵상하는 ‘소나타 11번’은 ‘레-솔-레-솔’로 조율하라고 표시되어 있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줄을 엇갈리게 끼우게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바이올린 줄이 십자가 모양으로 교차하게 됩니다. 십자가를 딛고 부활을 연주하게 하는 비버의 발상은 음악 안에 채워진 그의 신앙을 엿보게 합니다.

정성스레 음표로 엮어 바치는 기도가 묵주기도 성월을 더욱 풍요롭게 하며 기도하는 시간, 성모님의 사랑과 따스함이 가득 채워지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