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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다시 회복하기


글 최성준 이냐시오 신부 | 월간〈빛〉편집주간 겸 교구 문화홍보국장

 

이달 22일은 ‘동지(冬至)’입니다. 24절기 중에서 해가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이지요. 고대 중국 주(周)나라에서는 동지를 설로 삼아 새해의 첫날로 여겼습니다. 이날 생명과 빛이 부활한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전통적으로 동지에 팥죽을 먹고 ‘동지 팥죽을 먹어야 한살 더 먹는다.’고 여겼습니다. 동짓날 팥죽을 먹는 관습은 팥의 색이 붉어 양(陽)의 색이므로 음귀(陰鬼)를 쫓는데 효과가 있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주역』에서 동지를 나타내는 괘는 ‘복(復)’ 쾌입니다. 양의 기운이 완전히 사라진 듯 음의 기운이 왕성하지만, 그 밑바닥에는 ‘다시(復)’ 양의 기운이 생긴다는 의미에서 ‘복(復)’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기호로는 이렇게 ‘’ 나타냅니다. 이 괘의 모습을 보면, 음의 기운(--­­­­)이 가득한 가운데에서, 가장 밑바닥에 양의 기운()이 시작되는 것 을 볼 수 있습니다. 동지는 아직 혹독한 추위가 오지 않은 겨울의 초입이지만, 이미 양의 기운이 싹트고 있는 때입니다. 밤이 가장 긴 날에 태양의 탄생을 말하고, 음의 기운이 가장 왕성한 겨울에 양의 기운이 시작됨을 알리는 희망의 절기입니다. 그래서 옛 현인들은 이 시기를 상징하는 『주역』의 괘에 ‘복(復)’이라는 이름을 붙였나 봅니다. 복괘의 첫 양의 효(一)에 대해 『주역』은 이렇게 말합니다. “머지않아 회복한다. 후회에 이르지 않으니, 크게 좋고 길 하다.”1) 온통 음의 기운이 가득하지만 밑바닥에서부터 양의 기운이 생겨 회복하기에 아주 길하다는 설명입니다. 주역 괘의 첫 번째 효에 대해서 이렇게 좋은 설명을 하는 것 은 아주 드뭅니다. 그만큼 미미한 양의 시작을 좋게 보는 거지요. 음양의 끊임없는 변화와 조화를 중시하는 동양사상에서는 음의 기운이 강하면 다시 양의 기운이 싹트고, 양의 기운이 왕성해지면 어느새 음의 기운이 생긴다는 원리를 강조합니다. 그러니 현실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음이 닥치더라도, 그 밑바닥에는 희망이 ‘다시’ 피어나니 절망하지 말고 기뻐하라는 것입니다.

세상살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지나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할 때입니다. 그동안 신앙생활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성당에 모여 미사를 드리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힘차게 성가를 부를 수도 없었고, 기도문을 외거나 레지오 회합도 편히 못했습니다. 단계적 일상 회복을 해 나가면서 차츰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성당에 모여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날을 고대합니다.

 

코로나19로 지친 이들을 위로하고 신앙을 북돋우기 위해서 여러 행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12월 1일부터 12일까지 주교좌 범어대성당 드망즈 갤러리에서 ‘김옥순 수녀님 초대전’을 합니다. 김옥순 수녀님은 『빛』 잡지의 표지 그림을 2년간 그려 주신 분입니다. 수녀님의 그림을 보며 주님의 위로를 받으시면 좋겠습니다. 12월 5일에는 주교좌 범어대성당 드망즈홀에서 ‘대구가톨릭음악제’가 열립니다. 교구의 여러 음악 단체가 모여 음악으로 주님을 찬미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또한 12월에는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리는 ‘성탄절’이 있습니다. 빛으로 오시는 예수님을 기다리며 우리는 간절한 마음으로 대림시기를 보낼 것입니다. 그리고 28일에는 교구의 ‘사제·부제 서품식’이 있습니다. 우리 교구의 앞날을 짊어질 새 신부님과 부제님들이 태어나는 경사스러운 날입니다.

 

12월, 한 해의 마지막 달을 보내고 있지만, 새로운 해의 시작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어두웠던 지난날들을 잘 보내고, ‘다시(復)’ 새로운 날을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코로나19로 닫혀 버린 마음의 문을 열어 주님을 향한 마음을 ‘회복’해야 하겠습니다.

 

1) 『주역(周易)』, 복괘(復卦). “初九, 不遠復, 无祗悔, 元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