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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골목신앙
꿈과 직업을 혼동하지 말자!


글 이재근 레오 신부|월간 〈빛〉 편집부장 겸 교구 문화홍보국 차장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모든 것이 꿈이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때때로 돈이 필요하다.

그 돈을 벌기 위해서 우리는 직업을 갖는다.

 

나에게는 여러 개의 꿈이 있다. 그 중에 사제라는 신분에 맞지 않게 매우 거대하고 세속적이며 이기적인 꿈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가 보는 것이다. 나는 아직 태어나서 미국에 가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 어디든 가 보고 싶은 것은 아니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은 미국에서 라스베이거스 딱 한 곳뿐이다. 그곳에 간다는 것 자체는 세속적이지 않다. 그곳에서 내가 하고자 하는 것들이 모두 세속적이고 이기적이다.

계획은 이렇다. 첫째,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항공사의 비즈니스석 항공권을 구입한다. 둘째, 카지노 호텔을 예약한다. 셋째, 카지노 게임을 한다. 넷째, 내가 지불한 여행경비 만큼 딴다. 다섯째, 공짜 여행을 끝낸 후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온다.

비즈니스석은 죽기 전에 한 번은 꼭 타 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왕 탈 거면 멀리 가는 비행기로 타고 싶었다. 그래야 오랫동안 비즈니스석에 앉아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절대 잠이 들어서는 안 된다. 비행하는 1분 1초도 놓치지 않고 비즈니스석을 만끽해야 한다. 그래서 라스베이거스에 갈 때 타기로 계획했다.

이러한 나의 꿈을 동기 신부들에게 이야기했더니 그 중 한 명이 함께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그래서 같이 돈을 모으기로 했다. 그러면서 넷째 항목을 다음과 같이 수정했다. ‘넷째, 카지노에서 더 많이 딴 사람의 이름으로 도움이 필요한 단체에 기부한다. 만약 둘 다 따지 못하면 더 많이 잃은 사람의 이름으로 기부한다. 기부비용은 여행경비와 같은 금액으로 한다.’

 

계획을 잡으니 마치 당장 내일 떠나는 것처럼 설레었다. 또한 한없이 이기적이고 세속적이던 계획의 네 번째 항목이 수정됨에 따라 더욱 의미있고 뜻깊어졌다. 우리 계획의 실행은 5년 뒤 겨울로 잡았다. 그때에 맞춰서 연간 모아야 할 비용을 계산했고 현재 여행경비와 기부할 돈을 조금씩 모으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꿈을 이룰 생각에 설레고 즐겁다.

 

라스베이거스에 가겠다는 것 말고 나에게는 또 하나의 거대한 꿈이 있다. 이것은 진짜 엄청 거대하다. 그리고 나의 모든 꿈 중에 딱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주저 없이 선택할 꿈이다.

그것은 바로 대한민국 최고의 고아원을 설립하는 것이다. 내가 고아원을 설립한다면 그곳에 머물고 있는 아이들이 밖에서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주변에서 우리 아이들을 부러워하게 만들 것이다. 최고의 시설에서 돈 걱정 없이 생활하고 공부하고 놀 수 있도록 대우할 것이다. 심지어 부모님과 함께 사는 아이들이 오고 싶은 마음이 생길 만큼 멋지게 만들 것이다. 이후 그곳 출신 아이들이 훌륭하게 성공해서 다시 우리 고아원을 후원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말도 안 되는 꿈이라고 할 수 있고, 취지는 좋지만 현실성이 없다고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 이 꿈을 꼭 이루고 싶다. 그래서 내가 당장 준비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로 ‘청소년 지도사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계속해 나갈 것이다.

 

교구 문화홍보국으로 부임하기 전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강의 중 꼭 하는 질문이 하나 있었다. “여러분의 꿈은 무엇인가요?” 그러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교사, 공무원, 경찰, 소방관, 물리치료사….” 그러면 나는 다시 학생들에게 질문한다. “직업 말고 꿈이 무엇이냐고요?” 그러면 순간 학생들은 말이 없어진다.

 

우리는 꿈과 직업을 혼동하며 살아간다. 그러다 보니 나이가 들면 들수록 꿈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꿈과 직업은 다르다. 꿈은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모든 것이 꿈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때때로 돈이 필요하다. 그 돈을 벌기 위해서 우리는 직업을 갖는다. 그런데 이 직업을 꿈으로 착각하다 보니까 꿈없이 살든가 꿈이 있더라도 꿈으로 생각하지 못한 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각자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은 다르지만 모두가 공통적으로 바라는 목표가 있다. 바로 행복이다. 그리고 행복을 위해서는 나이가 많든 적든 그때그때 꿈을 꾸며 살아야 한다. 꿈을 이룰 때까지의 설렘, 꿈을 이루고 난 뒤의 성취감, 또 다른 꿈을 찾아가는 열정, 이 모든 것이 우리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지금 여러분의 꿈은 무엇인가?” 여전히 질문이 어렵다면 바꿔서 다시 물어보겠다. “오늘 당장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작은 꿈이라도 좋다. 매일매일 꿈을 꾸고 꿈을 이루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 이번 호로 “우리 동네 골목신앙”은 끝맺습니다. 그동안 연재해 주신 이재근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