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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 성주성당 최고령 신자 100세 박상이(아가다) 할머니
언제나 감사하며 사는 삶


취재 박지현 프란체스카 기자

 

노년층이 늘어나면서 100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요즘, 이번 달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성주성당(주임 : 김충귀 베드로 신부)의 최고령 신자인 박상이(아가다) 할머니를 만나 100년 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구정을 며칠 앞두고 성주에 위치한 아가다 할머니 댁을 방문한 날은 바람이 꽤 차가웠다. 집 앞에서 기자를 기다리고 있던 할머니의 아들 윤판섭(야고보) 형제의 안내로 집으로 들어서니 안방에서 아가다 할머니가 환한 미소로 맞아주셨다. 친손녀를 대하듯 따뜻한 아랫목에 앉으라고 챙겨주시는 아가다 할머니께 반갑게 인사를 드리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신앙을 접하게 된 기억을 더듬으며 아가다 할머니는 “어느 날 올케가 나를 성당에 데리고 갔다. 천주교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지만 그곳에 가면 마음이 편안했고, 서로 따뜻한 말을 해 줘서 참 좋았다. 그때는 집에서 성당까지 가는 길이 산길이라 무척 험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고, 아직 세례를 받지 않아 성체를 영할 수도 없었지만 매주 빠지지 않고 주일미사에 참례했다. 그렇게 얼마 동안의 시간이 흐른 뒤 1970년 3월 28일에 세례성사를, 그해 9월 6일에 견진성사를 받았다.”고 들려주었다.

성당에 다니고 세례를 받으면서 ‘이제 천주교 신자가 되었으니 언제나 바른 모습으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은 아가다 할머니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부터 희생하고 봉사하면서, 본당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무엇보다 말을 가장 조심하고, 지금은 성인이 된 손자가 유치원생일 때 성당까지 가는 길에 놓인 수많은 돌을 손으로 치우면서 길도 만들었고, 가을이면 집 앞에 떨어진 낙엽을 아침저녁으로 쓸고, 작은 것이라도 나누려고 했다.”는 아가다 할머니는 “본당행사 때 큰 가마솥을 걸어놓고 다 같이 음식준비도 하고, 어느 주임신부님의 환갑 때 여럿이 손바느질로 한복을 지어드리기도 하고, 새 성전 건립을 위해 신자들이 파를 심어서 직접 판매하기도 했다.”면서 “당시에 함께했던 이들은 모두 세상을 떠나버렸지만 되돌아보면 주님 안에서 언제나 기쁘고 즐겁게 지내던 참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이제는 옛 기억이 자꾸 흐릿해지고 있지만 세례도 받지 않은 채 주일미사에 빠지지 않고 참례하던 그때 그 순간은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옆집 이웃의 권유로 레지오를 시작하면서 성모님의 군대로 또 다른 신앙의 기쁨의 맛보기 시작한 아가다 할머니는 “한글을 몰랐지만 단원들의 기도문 읽는 소리를 듣고 따라하면서 기도의 참맛을 깨닫게 됐고, 연도가 생기면 어디든지 꼭 참석해 온 마음을 다해 기도했다. 그렇게 레지오 연차 총 친목회, 아치에스 등에 절대 빠지지 않았다. 요즘도 일주일에 묵주기도 200단, 주모경 20회를 바치고 있는데 103위 순교자, 뉴스에 나오거나 주변의 안타까운 이웃, 그때그때 기억나는 본당 신자와 가족을 위해 기도한다. 특히 순교자의 희생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우리가 없다는 것을 기억하며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고 했다. 얼마 전 3000차 회합을 맞은 성주성당 ‘그리스도의 도움’ 쁘레시디움의 최고령 단원인 아가다 할머니는 교중미사는 꼭 참례하지만, 회합이 이루어지는 저녁시간에 성당까지 오가는 것이 위험해서 지금은 매주 회합을 시작할 때쯤 간부가 전화를 하면 집에서 준비하고 있다가 단원들과 함께하는 방법으로 회합에 참석하고 있다.

50년 넘게 신앙생활을 하면서 아가다 할머니가 가족들, 특히 손자손녀에게 당부하는 몇 가지가 있다. 그것은 바로 “성당에 다니면서 나쁜 소리를 듣지 않도록 행동하고, 돈에 큰 욕심을 부리지 말고, 어려운 이를 항상 따뜻하게 대하고, 매사에 감사하라.”는 것이다. 며느리 이분이(콘체사) 자매는 “소박하지만 진심이 담긴 시어머니의 가르침에 가족들 모두 주님 안에서 화목하게 지내고 있다.”면서 “100세의 연세지만 ‘나이가 많다고 젊은 사람에게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고 하시면서 언제나 상대를 존중하는 모습에 성당이나 마을회관에서 모두 시어머니를 따르고 잘 챙겨드린다.”고 했다.

지난 1월, 백수를 맞은 아가다 할머니는 그동안 신앙 안에서 지내온 시간에 감사드리며 본당 신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떡을 준비했고, 이에 이기태(베드로) 전임 주임신부는 아가다 할머니를 위한 축하식을 마련해 꽃목걸이를 걸어드리고 작은 선물도 전달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하느님을 믿으면 매 순간, 모든 것이 감사하다.”는 말을 꼭 써 달라는 박상이 할머니가 앞으로도 지금처럼 기쁘고 행복하게 지내시길 기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