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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의 생태 영성 살이
레드우드는 뿌리로 이어져 있고 우리는 하느님의 영으로 이어져 있네(1)


글 황종열 레오|평신도 생태영성학자

 

겨울이 지났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한 분 하느님의 품이자 그분의 정원이며 우리의 공동의 집인 하나의 지구에서 여러분 모두 아름답고 충만한 날들 맞으시기를 바라면서 원주에서 인사드립니다.

여기에 소개한 나무는 지구에 존재하는 나무들 가운데 가장 큰 종류에 속합니다. 이 나무는 키가 100미터가 넘기도 합니다. 미국 태평양 해안 지대, 캘리포니아 중북부 지대에서 군락을 이루어 살고 있는 ‘세쿼이아’라는 나무입니다. 이 나무는 붉은 기운이 돈다고 해서 ‘레드우드’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목질이 단단하고 해충과 열에 강해 좋은 목재로 쓰인다고 합니다. 현재 자라고 있는 나무들 가운데 수명이 오래된 것은 3,200년이 넘는 것들도 있습니다. 이런 나무들은 예수님이 팔레스티나에 태어나셨을 때 이미 1,000년이 넘게 자라고 있었다는 말이지요.

레드우드의 키는 보통 60미터가 넘습니다. 100미터가 넘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앞서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면 이 나무의 뿌리는 얼마나 깊이 뻗어 내려 있을까요? 레드우드는 어떤 힘으로 이렇게 높이 치솟으면서 꼿꼿이 자랄 수 있는 걸까요?

일반적으로 나무의 키는 땅속으로 뻗은 뿌리의 깊이에 비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상식에 근거해서 레드우드가 저렇게 크게 자라는 것은 뿌리를 깊이 내렸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뿌리는 땅 밑으로 약 2-3미터 정도 뻗어 내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나무는 무슨 힘으로 이렇게 높이 솟아오를 수 있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이 나무의 뿌리가 형성해서 살아가는 ‘가족애’가 설명해 줍니다.

이 나무의 씨는 토마토 씨만큼 아주 작다고 합니다. 이 작은 씨가 발아해서 저 큰 레드우드로 자라는 것인데 물리적으로 보면 작은 겨자씨가 자라서 새들이 깃들이는 큰 나무가 되는 것보다 더 큰 씨와 나무의 대비가 이 레드우드에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이 나무는 뿌리에서 싹이 돋아 번식하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겉으로 볼 때는 인근의 여러 나무가 서로 다르게 보여도, 실제로는 땅속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여러 나무가 하나의 뿌리로 연결되어 서로가 서로의 뿌리가 되어 준다는 것입니다. 이 나무들은 땅속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하나의 거대한 나무 가족을 이루어 자라고 있는 것이지요. 대나무들이 땅속에서 서로 이어져서 자라는 것과 흡사한 형태로요.

바로 이 ‘나무 집안’ 상태가 나무의 크기에 비해 뿌리가 깊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서로를 지탱해 주면서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원천입니다. 레드우드는 ‘나무 집안’의 생태적 가족애를 바탕으로 하늘을 향해 꼿꼿이 솟아올라 하늘의 높음과 땅의 너름을 찬양하는 기품을 성취해 갑니다. 레드우드는 하나의 나무 가족으로 살면서 옆의 나무가 상처 입은 것은 함께 아파하고, 다시 회복하여 자라는 것은 함께 기뻐하면서 3천 년에 이르도록 서로를 동반하며 삽니다.

다시 사진 하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위의 사진은 양병주 선생님이 찍었는데요, 나무 뿌리가 담긴 사진을 청했을 때 보내주신 것입니다. 여러분 어떠신가요? 저 뒤로 나무들이 싱싱하게 자라는 것이 보이고 작은 꽃들과 풀들도 보입니다. 그리고 물가에 자라고 있는 나무들도 있는데요, 이것들이 기우뚱해 있지요! 그런데도 쓰러지지 않고 자라고 있습니다. 나무들이 뿌리 부분에서 서로 엉켜 자라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레드우드도 땅 밑에서 하나의 가족을 이루어 살면서 서로가 서로를 지탱해 주어서 저렇게 굵고 높게 자랄 수 있는 것입니다. 위의 사진에 나타나는 물가 저 뒤에 있는 나무들도 땅 밑에서 서로 얽혀 있고, 저 나무들과 그 옆에서 자라는 풀들도 땅 밑에서 또 그렇게 이어져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하나의 지구, 하나의 땅 위에 살면서 지구와 자연에 사는 다른 모든 존재와 이렇게 서로 이어져서 살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한 하느님 아버지께서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이 서로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씀하십니다.(「찬미받으소서」, 89항) 그렇기 때문에 “토양의 사막화를 마치 우리 몸이 병든 것처럼 느끼고 동식물의 멸종을 우리 몸이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고통스럽게 느낀다.”고 하셨는데요,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우리는 참으로 하느님의 한 집 지구에서 저 레드우드와 저 나무들과 풀들을 포함한 모든 생물이 하나의 생명의 끈으로 이어져 있으면서, 그분께서 보내주시는 햇빛을 받고 물을 마시며 그분의 바람을 통해 산소를 공급받아 살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온 창조물은 한 분 하느님을 ‘공통의 원천’ (「찬미받으소서」, 11항)이자 ‘공동의 도착점’(83항)으로 공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나무와 우리가, 흙과 우리가, 물과 우리가, 빛과 우리가, 바람과 우리가 서로 ‘고향’이 되어 주면서 서로가 서로를 ‘고양’시키는 생명의 동반자 관계에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가 생명을 주시는 하느님의 영 안에서 서로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이 깨달음이야말로 우리가 레드우드처럼 푸르게 복되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영적 자본(spiritual capital)’이 되어 주리라 믿습니다. 우리 모두 이 우주적 가족과 우주적 형제애와 우주적 친교를 기초로 새롭게 형성되는 ‘영적 자본’을 아름답게 내면화해서 복되게 한 형제자매로 살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해 주시는 듯합니다. “복되어라, 우주적 형제애라는 영적 자본으로 하느님의 살림에 충만하게 참여하도록 초대받은 사람들. 하느님께서 그들과 함께해 주실 것이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하느님의 집이자 품과 같은 자연 안에서 정신 장애를 겪는 사람이 어떻게 자신을 되찾고 평안을 누릴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하느님의 하나의 집에서 우리 모두가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자연 현상에서 그치지 않고, 하느님께서 자연 만물을 통해서 우리에게 계시하시는 ‘신학적 실재(theological reality)’입니다. 이 진리를 확인한 흐름 속에서 다음 호에서는 우리 사람들이 태어날 때부터 이미 엄마를 통해서 자연은 물론 함께 사는 사람들과 서로 친교를 이루어 살도록 창조되었다는 사실을 뇌의 작용과 연결하여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