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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음악칼럼
요제프 가브리엘 라인베르거 저녁의 노래 Abendlied


글 여명진 크리스티나|음악칼럼니스트, 독일 거주

교회는 주님 부활 대축일로부터 40일째 되는 부활 제6주간 목요일에 주님 승천 대축일을 지냅니다. 한국 교회는 이를 부활 제7주일로 옮겨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도 신경을 바치며 예수님께서 “하늘에 올라 전능 하신 천주 성부 오른편에 앉으시며, 그리로부터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러 오시리라.”는 믿음과 신앙을 고백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죽음을 이겨내고 어둠 속에서 다시 세상으로 걸어 나오셨습니다. 다시 영광스럽게 구름에 싸여 하늘로 오르시는 예수님의 승천을 기뻐하지만, 한편으로는 예수님과 세상에서의 이별을 경험했던 두 제자가 떠오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 앞에 나타나십니다. 모든 것을 믿고 따랐던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희망을 잃고 절망에 빠진 제자들은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제자들에게 예수님과 함께한 날들은 폭풍같은 시간이었을 테지요. 희망을 이야기하고 기적을 행하고 마음을 뜨겁게 했던 이, 기다리던 메시아이며 영광의 왕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이는 수난을 당하고 십자가에 못 박혀 허망하게 곁 을 떠나버렸습니다.

절망하고 낙심한 채 일상으로 돌아가는 그들의 여정에 한 나그네가 다가와 가만히 발걸음을 맞춥니다. 두 제자는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한 채 예수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한동안 길을 걸었습니다. 목적지에 가까워질 즈음 날이 저물었습니다.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저녁때가 되어 가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루카 24,29)

 

제자들은 더 멀리 가시려는 주님을 붙들고 함께 하루 묵어 가길 권했고, 예수님과 제자들은 집으로 들어갑니다. 십자가에 돌아가시기 전날 제자들과 함께 식사를 하던 그때처럼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습니다. 그제야 제자들의 눈이 열리고, 부활한 예수님을 알아챕니다.

오르가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요제프 가브리엘 라인베르거(1839~1901)는 이 아름다운 장면을 합창곡으로 만들었습니다.

1855년 라인베르거가 15살 때 작곡한 〈저녁의 노래〉는 독일어 루카 복음 24장 29절을 가사로 하고 있으며 소프라노 I, 소프라노 II, 알토, 테너 I, 테너 II, 베이스를 위한 혼성 6성부 합창곡입니다.

1878년 독일 뮌헨 ‘모든 성인 성당(Allerheiligen Hofkirche)’의 주님 부활 대축일 후 월요일 미사에서는 이 곡이 라틴어로 불려졌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 공식 전례 언어는 라틴어였기에 독일어본 이외에 라틴어 버전이 별도 출판되었습니다.

“저희와 함께 머무르십시오.”라고 고요히 시작한 청원은 예수님과 함께 했던 극적인 시간을 추억하듯 조금씩 목소리를 더해 갑니다. “저녁이 되고 날이 저물었다.”며 한목소리로 예수님 을 붙드는 합창 소리는 해가 지고, 빛이 지평선을 넘어 저 아래로 아련히 저물 듯 서서히 사그라듭니다.

수난을 당하고 그 험난한 길을 걷는 동안 예수님의 곁을 지키지 못한 죄스러움과 무력함,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이고 수많은 기적을 체험하고도 부활하리라는 말을 믿지 못한 송구함.

그 모든 마음을 뒤로하고, 부활하신 예수님께 이 세상에서 함께 숨 쉬고 함께 머물러 달라 청하고 싶은 마음이 맞닿아 소리에 소리가 더해지는 합창 선율이 슬프도록 아름답습니다.

해가 지듯 사그라드는 선율에 절망이 저물고 희망이 떠오릅니다. 이 밤이 지나고 다가올 내일에는 또 다른 작별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부활한 예수님을 체험한 그 마음속에는 언젠가 그날처럼 다시금 희망이 불타오르고 있을 것입니다.

승천하신 예수님은 이미 우리 가운데 계시니 하늘만 쳐다보며 아쉬워하지 않고 내 안에 계신 예수님께 시선을 돌립니다. 하늘에 올라가신 모습 그대로 다시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 다가오신 예수님의 승천을 기뻐하며 세상으로 한 발을 딛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