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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의 생태 영성 살이
레드우드는 뿌리로 이어져 있고 우리는 하느님의 영으로 이어져 있네(2)


글 황종열 레오|평신도 생태영성학자

 

이번 호에서는 우리 사람들이 태어날 때부터 이미 엄마를 통해서 자연과는 물론 함께 사는 사람들과 서로 친교를 이루어 살도록 창조되었다는 사실을 뇌의 작용과 연결하여 살펴보고 싶습니다.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가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 우리 뇌도 쉴까요? 아니면 계속해서 자기 일을 할까요? 우리가 잘 때도 뇌는 자기 일을 합니다. 사실 뇌가 쉬고 멈춘다면 심장이 어떻게 움직일 수 있겠어요! 그럼 우리 몸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또 어떻게 되겠습니까! 뇌가 하는 일이라는 것은 우리가 살게 하는 것인데요, 뇌가 쉰다는 것은 우리가 사는 것을 멈추게 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뇌신경 과학자들이 이 사실을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확인한 것은 30년도 채 되지 않습니다.

1990년대 중반 비스왈(B.B. Biswal)과 그의 동료들이 이 같은 사실을 논문으로 발표했을 때 이들의 논문을 심사한 뇌 전문가들은 이들이 뇌 작용을 잘못 측정한 것으로 오해해서 논문 게재 불가 판정을 내려 처음에는 발표할 수 없었습니다. 당시 뇌 과학자들도 우리가 쉴 때 당연히 뇌도 쉴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1997년 워싱턴대학교 고든 슐먼(Gordon Shul-man)과 동료들에 의해 이 현상이 다시 과학적으로 확인되고, 2001년에는 마커스 라이클(Marcus Raichle) 교수에 의해 이 신경 영역들이 ‘기본 신경망 (default mode network, DMN)’이라는 개념으로 명명되었습니다. ‘기본 신경망’에서 ‘디폴트(default)’라는 말은 컴퓨터 초기 상태와 같이 우리의 뇌에서 ‘기본 상태’를 유지해 주는 뇌 신경망이라는 의미로 붙여진 것입니다. 이 영역들은 우리가 쉬고 있는 상태(resting state)에서 기본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신경망입니다.

전전두엽 안쪽과 뇌 안에 자리잡고 있는 대상회 뒤쪽, 그리고 대상회 뒷부분 위쪽에 자리잡고 있는 쐐기전소엽 등이 ‘기본 신경망’을 구성합니다. 일반적으로 이 부위들은 우리가 집중해서 특정한 목적을 위해 작업할 때는 활동이 멈추거나 약화됩니다. 그러다가 작업을 멈추고 쉬거나 마쳤을 때 다시 활성화됩니다. 이래서 맨 처음에 이 부위들에 붙여진 이름이 ‘과제에 의해 비활성화된 신경망(task-induced deactivation network)’이었습니다. 이 기본 존재 상태, 기 본 신경망을 통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하는 일은 매우 명확합니다. 이 부위들은 그 주체가 자신의 상태와 관련된 일이나 자신의 삶과 관련된 존재에 대해서 생각할 때 활성화됩니다.

미국의 사회 심리학자이자 인지 신경 과학자인 매튜 리버만(M.D. Lieberman)은 2013년 10월 저서 『Social: Why Our Brains Are Wired to Connect』(우리말 역본: 『사회적 뇌』)를 출판합니다. 그는 이 책에서 우리 인간이 이 ‘default mode network’를 통해서 다른 존재와 이어져 있으면서 그들을 이해하고 더불어 살 수 있게 된다고 말합니다.(『사회적 뇌』, 35-37) 리버만은 태어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은 아기에게서도 이 신경망이 확인되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쇠프(V. Schopf) 등은 2012년 〈국제발달신경과학회지 (International Journal of Developmental Neuroscience)〉에 발표한 논문 「Watching the fetal brain at ‘rest’」을 통해서 태아 상태에서 이미 이 영역들이 발달해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간의 ‘기본 신경망’이라 할 수 있는 이 영역들이 인간 존재에게 의미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는데요, 이 기본 신경망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매우 신학적이고 영성적이며 사목적입니다. 하느님께서 삼위일체 ‘관계’ 속에 계시는 것처럼 우리는 이미 ‘다른 존재와 관계된 상태’에서 다른 존재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존재로 태어난다는 것입니다. 관계 속에 계시는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당신의 모습을 닮게 우리를 창조하시면서 그 ‘관계’ 속에서 살 능력을 이미 갖고 태어나게 하셨다는 것 입니다.

그러므로 다른 존재에게 적대감을 갖게 만드는 존재는 그 존재가 누구든지 하느님에게서 멀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살면서 이렇게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폭력적인가를 다양한 형태로 체험해 왔습니다. 온유하게 서로 일치하게 하는 존재들! 그들이야말로 창조하시는 하느님의 숨을 받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숨을 받아서 사는 존재입니다! 이것이야말로 하느님을 하나의 뿌리로 서로 이어져 사는 하느님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증거합니다. 우리와 우리 앞에 계시는 자매 형제님들의 뇌 안에 고유하게 자리잡고 있는 기본 신경망이 하느님께서 심어주신 ‘기본 존재망’인 것인데 여러분은 이 뇌 구조가 마음에 드시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