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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 붓글씨로 성경 필사한 김찬규 씨
성경 필사를 통해 ‘말씀의 힘’을 깨닫다


취재 김선자 수산나 기자

대구대교구는 2021년부터 ‘말씀의 해’를 살며 하느님께서 말씀을 통해 세상을 창조하시고 구원하신 의미를 되새기며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말씀의 해를 더욱 특별하게 받아들인 이가 있다. 바로 11년 동안 붓글씨로 성경을 필사한 김찬규(사도요한, 성미카엘성당) 씨이다.

2010년 아내를 잃고 혼자가 된 김찬규 씨는 슬픔으로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중 시편을 필사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아갔고 자연스럽게 기도를 하게 됐다. 김찬규 씨는 “하느님 말씀을 필사한 뒤로 아내에 대한 죄책감과 상실감을 극복하고 웃을 수 있게 됐다.”며 “말씀의 은총이 제 안에 내린 것을 체험하는 순간이었다.”고 고백 했다.

취미 삼아 붓을 들었던 것이 다였던 김찬규 씨는 하루 3?4시간씩 두루마리 화선지에 연필로 2cm 간격의 실선을 긋고 나서 한 자 한 자 정성을 다해 써 내려갔다. 김찬규 씨는 “제가 알고 있는 성경은 미사 때 들었던 독서와 복음이 다였다.”며 “뜻도 모르고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예수님이 꾸짖으시는 모습이 새로웠고, 당시 생활상도 알게 되면서 오늘날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으며 2천 년 전이 아니라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성경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한 “30년 냉담 끝에 다시 주님 앞으로 이끈 것은 바로 ‘말씀의 힘’이었다.”고 덧붙였다.

11년 동안 정성스럽게 완성한 두루마리 화선지 400m가 넘는 분량인 성경 필사본을 들고 김찬규 씨는 생각지도 못한 전시회를 하고 있다. 김찬규 씨는 “사순 시기인 지난 4월 5일부터 13일까지 9일 기도 기간에 삼덕성당 원유술 주임 신부님의 초대를 받아 필사본을 신자들과 나누게 됐다.”며 “전시를 하는 것도 꿈만 같았는데 원유술 주임 신부님께서 성전 안에 필사본을 전시해 주셨다.”고 말했다. 이후 월성성당, 주교좌 계산성당, 대봉성당, 성미카엘성당, 수성성당까지 전시를 하게 됐다는 김찬규 씨는 “부족하고 모자람이 많은 제가 쓴 성경을 보시고 모든 이가 말씀의 귀함을 한번 더 생각하시면서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일을 간구하며 누구에게나 ‘하느님 찬스’가 주어질 수 있음을 증언하고 싶었다.”면서 “이런 특별한 자리를 마련해 주신 모든 신부님들과 신자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공소 회장을 지낸 조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신앙을 가진 김찬규 씨는 30년 동안 냉담을 했지만 성경 필사 덕분에 냉담을 풀고 현재는 주일 미사 참례는 물론 아침•저녁 기도도 열심히 바치는 신앙인이 됐다.

이번에 전시된 성경 필사본 가운데 사도행전이 빠졌다는 김찬규 씨는 “사도행전은 조카(이종호 요나 수사)가 있는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에 기증해 현재 수도원 박물관에서 전시 중”이라고 밝혔다.

 

11년 동안 성경 필사를 하는 동안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2011년 본당에서 전시한 시편 필사본을 본 신자들의 호평과 성경 전권을 필사본으로 보고 싶다며 기도로 응원해 준 이들이 있었기에 성경 필사를 끝낼 수 있었다는 김찬규 씨는 시편을 한번 더 필사한 후 현재 김대건 신부의 편지 모음집인 『이 빈 들에 당신의 영광이』를 필사 중이다.

요즘따라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 5,16-18)라는 성경 구절이 더 가까이 다가온다는 김찬규 씨는 “성경에는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시는 다양하고도 심오한 말씀이 모두 들어 있음을 필사를 통해 배웠다.”면서 “제가 깨달은 이 사실을 여러분도 말씀의 해를 사는 지금 이 순간 말씀을 통해 느껴 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