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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고립의 시대”


글 최성준 이냐시오 신부|월간〈빛〉 편집주간 겸 교구 문화홍보국

 

코로나19 때문인가 했는데, 사실 그전부터 현대인은 자주 외로움을 느꼈습니다. 휴대전화와 인터넷의 발달은 우리를 세계 어느 곳에 있는 사람과도 바로 연결해 주지만 외로운 감정은 커져만 갑니다. 카카오 톡의 친구는 수백 명이 넘지만 매일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은 몇 명 없습니다. 2021년 2월의 어느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38퍼센트가 항상 또는 자주 외로움을 느낀다고 합니다. 이런 시대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사람들이 느끼는 고립감은 더욱 깊어만 갑니다.

 

“휴대전화는 우리의 애인이자 불륜 상대다. 오늘날 우리는 옆에 사람을 두고 노골적으로 휴대전화와 바람을 피우며, 어찌된 일인지 이러한 부정을 다 같이 수용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여기 있지만 여기 있지 않으며, 함께 있지만 혼자다.”1)

 

최근에 영국의 유명한 경제학자이자 작가인 노리나 허츠의 『고립의 시대』라는 책을 봤습니다. 책에서 저자는 현대 사회를 고립의 시대라 규정하며, 초연결 세계에 살면서도 격리된 우리들의 실태를 지적합니다. 대규모의 도시화, 경제적 불평등, 비대면 문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등의 요인으로 사람들은 점차 고립되어 가며 개인이 느끼는 외로움은 사회 전체를 병들게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외로움은 불안증, 우울증, 자살로 이어질 확률이 높고,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일으킬 확률도 일반인보다 20퍼센트나 높다고 합니다. 치매에 걸릴 확률 또한 60퍼센트나 높습니다. 외롭다고 느끼는 상태는 운동을 안 하는 것보다 건강에 더 나쁘고, 하루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 신체에 해롭다는 것입니다. 또한 외로움은 나라의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민주주의에도 위협이 된다고 합니다.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포퓰리즘이나 극단적인 우익 사상에 빠질 위험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노년층이 주로 외로움을 많이 느끼고 이는 심각한 문제지만, 사실 젊은층의 외로움이 더 크고 심각한 문제라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소셜 미디어와 첨단 기술에 더 익숙한 젊은 세대가 그 안에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외로움은 더 크고, 점점 고립되어 간다는 것입니다. 배달 문화, 온라인 쇼핑 등의 기술 혁신은 사람을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과 편리함을 주지만 역설적으로 우리를 더 고립시키고 외롭게 만듭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여유를 갖고 걸음을 멈추어 더 대화할 필요가 있다. 자신을 질식시키는 디지털 프라이버시 고치를 박차고 나와 주변 사람과 어울려야 한다. 우리가 서로를 돌보는 의무를 게을리할수록 서로를 돌보는 방법을 점차 잊어버리게 될 것이고, 필연적으로 우리 사회는 비인간적으로 변해 갈 것이다.”2)

 

책을 보면서 이런 고립의 시대에 교회가 해야 할 역할이 크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대면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신앙생활마저도 그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고해성사를 보는 것이 부담스러워 합동고해성사를 주는 성당을 찾아간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특히 젊은이들이 많이 교회를 떠납니다. 스스로 고립감을 느끼면서도 다른 사람을 직접 대면하는 것은 부담스러워하는 이들을 다시 교회로 모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서로 만나 사랑을 나누며 이 고립의 시대를 이겨 나갈 수 있도록 교회가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1) 노리나 허츠, 『고립의 시대』, 웅진지식하우스, 2021. 157쪽

2) 같은 책. 393~39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