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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의 생태 영성 살이
우리 시대 ‘생태적 알파 포인트’에 관한 관심과 이 포인트의 기원


글 황종열 레오|평신도 생태영성학자

 

하느님은 당신의 ‘카리타스caritas-사랑’으로 창조하신 만물의 존재 뿌리요 원천이십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이 창조하신 모든 인간과 존재, 하느님에게서 온 모든 생태 만물이 하느님 안에서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이 원뿌리 하느님을 중심으로 나-너-우리-누리 만상이 하느님의 하나의 ‘카리타스-사랑’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찬미받으소서」 89항과 92항 등에서 아름답게 설명하십니다.

창세기 1장에서는 사람이 하느님과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우리가 ‘하느님의 모상(imago Dei)’으로 창조된 것으로 설명합니다. 2장에서는 우리가 ‘그분의 숨’으로 창조된 것으로 말합니다. 하느님께 창조된 사람들 가운데 이렇지 않은 존재는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것은 ‘신학적 진리’입니다.

이 신학적 진리 앞에서 ‘우리는 그분과 이어져 살려 하는가?’라는 물음이 올라옵니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그렇지 않은 다양한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자기는 ‘하느님의 모상’이고 ‘하느님의 숨’으로 살면서, 이웃들이 ‘하느님의 모상’으로서 ‘하느님의 숨’으로 사는 것은 외면하는 경우를 만나게 됩니다. 모든 관계에서 나타나는 폭력과 교만과 차별은 이런 모순의 증거 현상들입니다. 우리 삶의 구체적인 관계 속에서 우리가 다른 존재에게 폭력적이거나 그 존재를 착취하거나 무시하거나 가로막거나 간과할 때 자신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이런 신학적 아픔을 발생시키게 되는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 우리가 겪는 위기의 핵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 상황에서 어떻게 다시 건강하게 그분과 이어져 살고, 이어져 살도록 다리 놓을 수 있을까? 이것이 21세기 오늘 우리 시대 그리스도인이 직면한 사명의 핵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에게서 와서 하느님과 잘 이어져서 살기도 하고, 잘못 이어져서 살기도 합니다. 누구도 자신이 존재하는 것, 그 자체로 자신이 그분과 잘 이어져 있다는 것을 보증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분의 자비를 필요로 합니다. 그분에게서 와 놓고 그분하고만이 아니라 아담과 하와가 뱀과 이어지게 된 것처럼(창세기 3장) 그분을 대적하는 다른 존재와 이어져서 살기도 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우리는 하느님이 우리가 이어져서 살도록 하신 창조계에 그동안 얼마나 폭력적으로 살아왔는가를 질문하게 되는데요, 온 생태가 하느님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요? 그것은 어떻게 나타나고 어떻게 작용하는지요?

이 물음은 곽승룡 신부님 이 2018년에 발표한 한 연구에서 생태 현실을 ‘인류 구원의 오메가 포인트’, 곧 ‘인류 구원의 궁극 핵심’으로 인식하는 것과 연결해서 성찰할 수 있겠습니다. ‘오메가 포인트’가 있다면 ‘알파 포인트’, 곧 ‘시작점’이 있다는 것을 뜻하는데, 하느님과 생태계 만물이 이어져 있는 것을 찾는 것은 모든 생태 현실에서 ‘알파 포인트’를 찾는 것과 통할 것입니다. ‘온 생태의 알파 포인트’ 이것이 이 맥락에서 제가 새롭게 얻은 한 개념인데요, 아래에서는 이런 관점에서 하느님과 연결된 생태 현상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저는 광주가톨릭대학교 신학연구소가 펴내는 「신학전망」에 ‘하느님의 지수광풍(地水光風)과 통합 영성 살이’라는 논문을 발표하였습니다.(「신학전망」 p202, 2018년 가을) 이 논문에서 저는 하느님이 창조하셔서 존재하게 하시는 땅(池), 물(水), 빛(光), 바람(風)이 모든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게 하는 ‘존재의 바닥’으로서, 말하자면 일종의 ‘알파 포인트’이자 하느님의 모든 은총의 은총, 곧 ‘원은총(original grace)’ 가운데 일부로 작용한다는 점을 제시하였습니다.

다시 이 지수광풍을 존재하게 하는 ‘존재의 알파 포인트’는 물리학의 연구에 의하면 원자(atom)이고, 이것은 다시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되어 있는 핵과 전자들, 그리고 이것들을 구성하는 쿼크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또한 우주에 존재하는 이 입자들에게 질량을 제공한 것은 빅뱅 당시 발생한 힉스(higgs) 입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생명체는 우리가 일상에서 체험할 수 있는 요소들로 표현하면 지수광풍(地水光風)으로 존재하고, 모든 존재는 원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주의 온 생명과 존재가 하나의 존재 바닥에서 자기의 시간과 공간 안에 있으면서 이 지수광풍을 공유하며 서로 하나로 이어져 있는 것입니다.

현대 문명을 통해서 우리는 4차 산업혁명 혹은 제2의 기계시대를 말하면서 ‘초연결(hyper-connection)’, 곧 ‘고도로 이어져 있는 상태’를 추구합니다. 이것은 ‘생태적 알파 포인트’에서 비롯되는 존재와 존재의 연결을 의식적으로 충만하게 구현하려는 노력과 상통합니다. 이 알파 포인트들과 모든 존재의 상관성을 아는 지성이 ‘초지성(hyper-intelligence)’, 곧 ‘고도의 지성’이고, 이것을 사는 인격을 ‘초인격(hy-per-person)’, 곧 ‘고도의 인격’이라고 명명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모든 존재와 생명이 이 초연결 상태에 있는데요, 하지만 존재 차원에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주체의 인식과 생활에서 이것이 저절로 통합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들은 ‘이중의 열림’, 첫째, 모든 생명과 존재를 있게 하는 원존재이신 하느님께 열린 만큼 둘째, 그분이 허락해 주시는 초연결과 초지성과 초인격을 자기 삶의 자리에서 공유하는 다른 존재에게 열린 만큼 그 주체 안에서 실재로 통합되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시사하였지만 온 생태의 알파 포인트에 대한 이해는 현대 사회가 ‘4차 산업혁명’이라고 명명하면서 추구하고 있는 신산업혁명, 신존재살이 혁명의 화두로서 ‘초연결’, ‘초지성’, ‘초예측가능성(hyper-predictability)’을 해명하는데 기여할 것입니다. 초연결은 초통합(hyper-integrity)으로 이어지고, 초지성은 초인격을, 초예측가능성은 초신뢰(hy-per-credibility)를 지향하면서 그 원천이 되어 줍니다.

이것들이 가능하게 하는 것을 저는 이 모든 것들을 당신의 카리타스-사랑으로 주관하시는 하느님의 ‘원통합(orig-inal integrity)’, ‘원인격(original person)’, ‘원신뢰(orig-inal credibility)’로 인식합니다. 하느님의 원통합은 온 생태의 알파 포인트들과 온 존재가 서로 이어져 있게 하고, 원인격은 인격 주체들이 이어져 있음을 알게 합니다. 하느님의 원신뢰는 이것들이 실재하는 과정에서 서로 신뢰하며 자기를 개방할 수 있게 해 줍니다.

하느님은 인간과 우주 만물의 창조자로서 모든 것을 사랑으로 ‘그렇게’ ‘제 종류대로’(창세 1장) 있게 하는 분이십니다. 그러므로 한결같은 사랑으로 각 존재에게 대체 불가능한 형태로 자기의 자리를 고유하게 갖게 하시는 하느님 아버지 그분이 모든 존재의 원바닥으로서 우주적 가족(universal family) 규모로 우리를 하나로 이어주시는 원연결자이십니다. 또한 하느님 그분이 우리의 지능과 인격의 원천이시며, 그분이 우리의 신뢰의 근원이십니다. 이를테면 초연결, 초지성, 초예측 가능성은 이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분이신 하느님의 저 ‘하나로 이어주시는 카리타스-사랑’과 하느님의 하나의 카리타스-사랑으로 ‘돌보시는 섭리’와 그분의 ‘사랑의 신뢰’로 존재 차원에서 연결되어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나 신산업혁명 혹은 제2의 기계시대는 하느님의 이 카리타스-사랑과 섭리와 신뢰 위에서 작용하는 자연과 인간과 사회의 초연결과 초지성과 초신뢰를 양분으로 해서만 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단적으로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표현을 빌려서 말한 “우리의 공동의 집”, “지구”와 연결되지 않은 인간과 사회는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고 4차 산업혁명은 아예 성립조차 될 수 없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서 오늘의 우리에게 선물해 준 아름다운 표현을 빌려서 말하자면 “우주” 가족인 우리는 이런 통합적 존재 관계 안에서 하느님을 원뿌리, 밑뿌리, 원바닥으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가운데 우리의 인격을 위협당하거나 몰각당하지 않고 하느님의 살림 안에서 하나로 이어져 있으면서 그분의 지성에 참여하며 “우주적 친교(universal communion) 안에서 “지구와 우주의 뇌-지성”으로 존재합니다. 그럴 때에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의 다스림’, ‘사랑의 섬김’, 그분의 ‘사랑의 에듀케이션’에 부합한 형태로 예측가능한, 곧 신뢰할 수 있는 존재살이를 이루어 갈 수 있을 것으로 믿고 또 그렇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우리에게 바닥이 되어 주셔서 우리를 하나로 이어져 살게 하시는 당신을 찬양합니다. 주님! 우리의 존재의 바닥이신 당신을 닮아서 우리가 당신의 자녀로서 서로가 서로에게 당신께 이르는 길이 되고 다리가 될 수 있게 하시고, 서로가 서로에게 바닥이 되어 줄 수 있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