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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관호 리카르도 신부|수성성당 보좌

“반복되고 강조되는 소리는 강아지를 불안하게 해요.”

 

반려견 전문가 강형욱 씨가 했던 말이다. 비단 강아지에게만 해당되는 말일까 싶다. 나를 포함해 우리 모두가 반복되고 강조되는 소리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급하게 여러 편의 글을 쓰게 되었다. 그 글을 퇴고하면서 스스로에게 짜증이 났었다. 겨우 급하다는 핑계로 스스로를 속였지만 내가 쓴 글들은 다 비슷비슷하고 똑같은 이야기를 다르게 풀어나갔다. 그래서 ‘공부가 참 부족했다.’라는 답답함이 다가왔다.

 

강론이나 잠시 ‘한 말씀’을 하게 되는 수많은 상황 속에서 나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한다. ‘매번 말씀드리지만’이라는 어두로 내가 지금 하는 이 말에는 어떠한 고의가 없음을 포장하곤 하지만 내가 하게 되는 말의 내용과 표현은 점점 더 편협해지곤 한다.

 

수많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셨던 선생님은 늘 우리에게 “공부 좀 해, 책 좀 읽어.”라는 잔소리를 하셨다. 모든 이야기의 끝은 공부와 책이었지만 그분의 말은 결코 예상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분 앞에서는 많은 말을 하고 싶어 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할 말이 없다는 것, 결국 관심과 애정을 가지지 않겠다는 마음을 의미할 것이다. 듣는 사람은 안다. 반복되고 강조되는 소리는 결국 나에게 관심도, 어떠한 애정도 없다는 것을… 그래서 듣는 사람을 불안하게 한다.

 

그렇다고 새로운 단어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듣는 사람이 공감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쏟아내는 것 역시 무관심을 불러일으킬 뿐 그저 자기 과시일 뿐이니…

 

온몸을 배배 꼬며 내 강론을 듣는 신자들을 떠올린다. “사랑해야 한다.”, “기도해야 한다.”, “자선을 행해야 한다.”, “믿어야 한다. ” 반복되고 강조되는 소리에 애꿎은 주보와 성가책을 만지는 신자들이 밉다.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에 점점 더 예민해진다.

 

내 잘못만 빠져 있는 그 자리에서 또다시 반복하고 강조한다. 애정과 관심이 사라진 그 자리에는 말뿐인 말만 남는다.

 

이 말들은 결국 화자인 나도 듣게 된다. 화자이자 선포자이며 동시에 그 메시지의 청자인 나는 결국 ‘나는 잘하고 있나?’라는 불안에 빠지게 된다.

 

말을 하고 글을 쓰는 나와 내가 살아가는 모든 시간과 공간에 대해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 똑같은 말이라도, 똑같은 글이라도 내 마음이 잘 전달되도록 내 마음을,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수많은 단어와 표현을 찾아가야 함을 느낀다.

 

글을 쓰고, 말을 만들어 내는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 기술이 늘어난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은 똑같은 말을 재배열할 뿐이다. 예전의 문장을 다시 끄집어내고, 다시 풀어내고, 다시 점을 찍는 반복으로 말과 글을 만들어 내는 효율이 늘었을 뿐 깊이와 울림은 사라지고 있다.

 

새로운 말과 글을 쓰고 싶다.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싶다. 나에게 반복되고 강조되는 일에서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