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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1
초막은 허물어져 가는데 누가 다시 세울까?


글 김윤자 안젤라|선산성당, 한국여기회 상임위원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오전 11시 앞산밑 북카페 4층에서 한국여기회 미사가 봉헌됩니다. 여기회 이사장이신 박영일(바오로) 신부님과 이영승(아오스딩) 신부님께서 함께 집전하셨던 날 강론을 듣는데 저는 죄를 지은 것처럼 마음 한구석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아마 저뿐만 아니라 미사에 참례하신 여기회 회원들의 마음이 다 똑같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날에 나는 무너진 다윗의 초막을 일으키리라. 벌어진 곳은 메우고 허물어진 곳은 일으켜서 그것을 옛날처럼 다시 세우리라.”(아모 9,11)는 독서 말씀으로 강론을 하시던 박 신부님께서 우리를 바라보면서 “예언서에 나오는 무너진 초막이란 돌아가신 이문희 대주교님의 초막이고, 지금 ‘여기회’라는 초막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데 이문희 대주교님이라는 초막과 같은 상황”이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했습니다.

여기회에 대한 이 대주교님의 애정을 알기에 현재 침체되어있는 여기회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서 저는 ‘이 대주교님이 뿌려놓으신 사랑의 씨앗에 그냥 우리는 물이라도 주러 가야지 안 되겠나.’ 하면서 여기회 미사에 참석해 달라고 청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여기회 정신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회 회원들과 나가사키 성지순례를 가셨을 때마다 이 대주교님은 나가이 다카시 박사의 인류애를 외치는 그 마음을 우리 순례자들에게 불어 넣어주시려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사랑과 인류애, 세상에 전하려고 하는 평화의 뜻은 온데간데없고 초콜릿과 카스텔라를 사고 운젠 지옥에서 노천 온천 계란이나 삶아 먹고, 신나게 즐기면서 다녔습니다.

어느 날 나가사키의 종 옆으로 지나가는데 이 대주교님께서 “순교자의 노래를 한번 불러보자.” 하시더니 노래가 끝나고 나서 제게 “니는 맨날 초콜릿이나 사고 카스텔라나 사고, 아니면 4B연필이나 사고 동전 파스나 사고, 밤낮 그라고 돌아가노.”라고 하셨습니다. 그때는 무슨 뜻인지 몰라 저는 “그라면 뭐 하는데요? 제가 뭐 그리 착실한 신자도 아닌데요.”라고 했는데 얼마나 기가 차셨을까요, 참 부끄러운 대답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성지순례의 참뜻이 나가이 다카시 박사가 세상에 외친 평화였는데, 그런 뜻은 알지도 못한 채 엉뚱한 짓만 하고 다녔으니 이 대주교님께서 얼마나 어이 없으셨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가끔씩 ‘아! 이래서는 안 되겠다. 여기회에 충실하고 회원 가입을 위해 열성을 다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지만 ‘과연 나는 여기회 회원의 뜻을 제대로 새기고 살아가는 사람인가?’라는 물음에 한걸음 뒤로 물러서기도 합니다.

제가 어떻게, 무엇을 해야 그분의 뜻을 조금이라도 일깨울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문희 대주교님의 초막’을 다시 일으켜 세울 힘도, 능력도 없다는 생각을 하다 보면 순식간에 시간은 흘러가 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희망은 있습니다. ‘나 같은 회원도 여기회라는, 이문희 대주교님의 초막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심지어 그날 미사에 함께 참례하셨던 분들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신데 어찌 희망이 없을까?’ 하는 부픈 생각이 가슴 저 밑에서 올라왔습니다. 고인이 되신 이 대주교님의 허물어져 가는 초막을 이제는 ‘조환길(타대오) 대주교님의 든든한 초막’으로 다시 세울 수 있다는 희망이 들었던 날이었습니다. 조 대주교님의 든든한 초막을 저희 여기회에서 선물해 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든 것은 하느님, 당신께서 앞에서 이끌고 나가시기 때문에 저는 당신께서 내미시는 손을 붙들고 계속 따라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