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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2
기뻐하소서!


글 최승재 루카|주교좌 범어대성당 ‘성인들의 모후’ Pr. 단장

 

코로나19 이후 당연하다고 여기던 모든 것이 달라졌다. 어느덧 팬데믹 상황에서 엔데믹으로 일상이 회복되어 가며 신앙생활도 점차 회복되고 있다.

레지오 회합이 있는 날이다. 단장인 나는 30분 먼저 도착해 제대포를 깔고 두 손으로 정성껏 성모님을 모셨다. 좋아하시는 꽃도 양쪽에 놓고 성모님 군대의 상징인 백실리움도 우측에 놓았다. 그리고 믿음과 용기, 슬기가 부족한 우리의 마음을 밝혀줄 초도 준비했다. 그런데 오늘따라 성모님이 무척 가벼우셨다. 그동안 거리두기, 화상 주회, 통신 주회에 이어 드디어 대면 주회가 시작됐지만 겨우 두 세 명이 모여 주회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프셨나보다.

나는 이렇게 기도드렸다. “자애로우신 성모님! 그동안 소홀했던 저희를 용서해 주십시오. 이제부터 결석하지 않고 열심히 성모님의 정신을 지켜나가겠습니다.” 미사를 마치고 회합실로 돌아오니 성모님께서 우리를 용서하시는 듯 활짝 핀 미소로 맞아주셨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단원, 새로 입단한 예비단원과 성모님의 사랑과 축복 속에서 바치는 우리의 기도가 회합실을 넘어 성전 가득 울려 퍼져 나갔다.

10년 전 초대 단장으로 임명되어 7명의 단원으로 분가해 13명의 단원으로 활동하다 폐단 위기에서 성모님께 오로지 기도와 용기로 매달렸던 때를 떠올리며 코로나19로 나약해진 나부터 반성하며 새로운 마음을 다짐해 본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