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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누구와 ‘친교(親交)’를 나누나요?


글 최성준 이냐시오 신부 월간 <빛> 편집주간 겸 교구 문화홍보국장

 

2023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교구장님께서는 ‘복음의 기쁨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주제로 십 년간의 장기 사목 계획을 세우셨고, 지난 두 해 동안은 ‘말씀’을 중심으로, 그리고 올해부터 이 년간은 ‘친교’의 가치를 깨닫고 활성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자 하십니다. ‘친교(親交)’란 친밀하게 사귄다는 뜻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하느님과 친교를 나누고, 이웃들과 친교를 나누며, 세상 모든 피조물과 친교를 나누는 삶을 통해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친교에 참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친한 사람들하고만 친교를 나눈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친한 사람들이란 나와 잘 맞고, 나에게 도움이 되고,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겠지요. 그런 이들과 친교를 나누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보다는 나와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 나에게 해를 입혀 미운 사람, 관심 없어 신경 쓰지도 않았던 사람, 소외된 이들, 버려진 이들, 가난한 이들과 친교를 나누는 것이 참된 친교의 의미가 아닐까요?

맹자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을 이야기했습니다.1) 임금이 백성과 더불어 즐거움을 함께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백성은 임금을 아버지처럼 여길 것입니다. 만약 임금이 백성과 친교를 나누지 않고, 자기 마음에 드는 측근들과 사냥이나 음주가무를 즐기면서 백성들의 고혈을 쥐어짠다면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할 것입니다. 하지만 평소에 임금이 백성을 친자식처럼 여기며 즐거움을 나누었다면, 임금이 사냥이나 음주 가무를 즐기더라도 ‘우리 임금께서 질병이 없는가 보다.’라고 생각하며 흐뭇하게 여긴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임금은 백성과 어떻게 친교를 나누어야 할까요? 주나라를 건국한 문왕(文王)이 그 모범입니다.

 

“늙어서 아내가 없는 것을 환(鰥)이라 하고, 늙어서 남편이 없는 것을 과(寡)라고 하며, 늙어서 자식이 없는 것을 독(獨)이라 하고, 어려서 부모가 없는 것을 고(孤)라고 합니다. 이 넷은 세상에서 제일 가련한 사람으로 하소연할 곳이 없는 이들입니다. 문왕이 정치를 펴서 인(仁)을 베풀 때 반드시 이 네 부류의 사람을 먼저 배려했습니다.”2)

 

우리가 살아가야 할 친교의 삶도 이와 같습니다. 나와 잘 맞는 사람, 친하게 지내는 이웃, 사귀면 내게 도움이 될 것 같은 사람과 나누는 친교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거기에 그쳐서는 안 되겠지요. 눈을 돌려 세상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나와 친교를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이 나의 관심을 바라고 내가 내미는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첫 번째로, 나와 친교를 나누고 싶어 하시는 분은 주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로서 사랑의 친교를 나누시는 존재입니다. 그 친교의 신비에 우리도 동참해야 하겠지요. 우리의 신앙은 궁극적으로 하느님의 사랑에 나를 온전히 맡기는 것입니다. 두 번째, 우리 주변의 소외 된 이들, 어려움에 처한 이들, 나의 관심이 필요한 이웃들과 나누는 친교가 필요합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친한 사람들과의 친교가 전제되어야 하겠지요. 마지막으로, 나를 둘러싼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 모든 피조물과의 친교도 중요합니다. 내가 쓰기만 하고 아껴 주지 않았던 자연환경, 반려동물들, 나무와 꽃 등 모든 피조물을 아끼고 보호하며 친교를 나누어야 하겠습니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우리가 나누어야 할 친교의 참된 의미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 40)

 

1) 『맹자』, 「양혜왕 하」, 1장 참조

2) 『맹자』, 「양혜왕 하」, 5장. “老而無妻日線, 老而無夫日寡, 老而無子日獨, 幼而 無父日孤. 此四者, 天下之窮民而無告者. 文王發政施仁, 必先所四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