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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 2023년 〈빛〉 잡지 표지 작가 서동우·서민우 형제 어머니 육영혜 씨
저는 동우·민우 엄마 육영혜입니다


취재 김선자 수산나 기자

자폐성 발달장애를 가진 서동우(가브리엘)·서민우(라파엘) 형제는 그림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열 번의 전시회를 열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형제의 작품은 어린아이 그림처럼 천친함과 봄날의 온화함이 가득하다. 또한 특별한 기교없이 원색으로 강렬함을 주며 마치 엄마의 손길처럼 따뜻함으로 세상을 밝게 비춘다. 이런 형제의 그림을 2023년 〈빛〉 잡지 표지로 만날 수 있게 됐다. 묵묵히 이들 형제를 뒷바라지하며 형제가 사회 안에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길 원하는 어머니 육영혜(글라라, 남산성당) 씨의 바람이 그림으로 나타났다.

 

Q. 어머니 소개를 부탁합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자폐성 발달장애를 가진 서동우·서민우 일란성 쌍둥이 엄마 육영혜입니다.

 

Q. 동우·민우 형제는 어떤 아들입니까?

A. 나이는 20대 후반이지만 서너 살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고 성격은 다르지만 둘다 순하고 우애가 좋은 형제에요. 빨래 개키기, 닦기, 콩나물 다듬기 등 집안일을 잘 도와주는 착한 아들이기도 하고요.

 

Q. 아픈 질문이라서 조심스럽지만 동우·민우의 장애를 알게 됐을 때 어떤 심정이셨습니까?

A. 두 돌 지나도록 말을 못해 귀에 문제가 있나 검사를 했어요. 자폐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고 그때는 자폐가 무엇인지도 몰랐어요. ‘왜 나한테 이러실까?’ 하느님을 참 많이 원망했어요. 죽고 싶을 정도로 힘이 들 때 큰 애(미카엘, 동우·민우의 형)는 무슨 죄가 있나 라는 생각에 큰 애가 스무살이 될 때까지 살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버텼어요. 그렇지만 부아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고 그럴 때마다 큰 애를 보면서 힘을 냈어요.

 

Q. 동우·민우 형제가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A. 제가 너무 힘이 들때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을 그려주었는데 관심을 보이고 차분해져서 그려주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그림을 직접 그리게 했는데 뜻밖에도 참 좋아했고, 특히 민우는 그림대회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실력이 좋았어요. 특수학교를 졸업하면 아이들이 뭘 할 수 있을까 하던 생각에 개인전시회를 열어 준 것이 계기가 됐어요. 전시회를 하면서 얻은 수익금은 모두 기부했어요. 도움 받는 입장에서 조금이나마 감사의 인사를 나누게 된 것 같아서 오히려 저희가 큰 선물을 받았어요.

 

Q. 많이 힘드셨을 텐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십니까?

A. 교육을 시키기 위해 일부러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주변의 시선 때문에 참 많이 힘들어요. 어떤 분은 ‘조상묘를 잘못 써서 그렇다.’고 하시는데 무심코 한마디씩 하는 말이 상처가 돼요. 저는 지금도 '아이들을 잃어버리지 않게 해 주세요.’라는 기도로 하루를 시작해요. 얼마 전에 주간보호센터에서 아이들을 잃어버린 적이 있는데 서문시장에서 아이들을 찾았어요. 그 전날 함께 서문시장을 갔는데 그걸 기억하고 간 거였어요. 요즘은 나쁜 사람들이 많아서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이용 당할까봐 무서워요.

 

Q. 어머니와 동우·민우 형제는 어떻게 신앙생활을 하고 계십니까?

A. 저는 관면혼배를 했는데 30년 넘게 비신자로 있던 남편이 코로나19 전에 성토마스성당에서 세례를 받았어요. 매일 저녁에 성모당에 가서 촛불을 밝히고 있어요. 아이들은 미카엘, 가브리엘, 라파엘로 유아 세례를 받았고 민우는 미사에 가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코로나19 때 성당에 가지 못해서 힘들어 했어요. 저는 아이들을 주간보호센터에 보내 놓고 미사도 가고 레지오 회합을 했고 발달장애 엄마들끼리 하는 기도 모임도 해요. 성토마스성당에 아이들과 함께 미사 참례를 하고 있는데 말그대로 난장판 미사가 돼요. 그런데도 성토마스성당 신자 분들 중 누구도 뭐라고 하시는 분이 없어요. 신자 분들도 미사에 집중하고 싶으실 텐데 싫은 기색없이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보시고 배려해 주세요. 주변의 시선 때문에 미사 한번 참례하는 것도 참 힘들었는데 성토마스성당에서는 자유롭게 미사를 할 수 있어 참 감사해요.

 

Q. 동우·민우 형제를 훌륭히 키우셨는데 다른 소망이 있으십니까?

A. 아이들의 겉모습을 보고 어떤 분들은 ‘왜 자제를 못 시키냐’고 훈계를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저희 아이들은 겉모습만 멀쩡할 뿐이에요. 모든 장애가 힘들지만 저는 자폐가 가장 힘들다고 생각해요. 부모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게 자폐에요. 얼마전 자폐아를 다룬 드라마가 있었는데 그건 꿈같은 이야기에요. 어디를 가든 늘 미안한 마음이 큰 저희들에게 조금만 무관심으로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감사한 분들이 참 많은데 생각나는 대로 이우석 신부님, 김종섭 신부님, 보훈병원에서 봉사할 때 만났던 수녀님, 카리타스 카페에서 연 전시회에 관심을 가져 주시고 응원해 주신 조환길 대주교님, 주국진 신부님, 황성재 신부님 등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지금의 동우·민우가 있게 됐어요. 이 자리를 빌어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어머니’라는 이름 앞에 불가능한 일은 없다. 성모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어머니는 절망 속에서도 힘을 내고 희망을 향해 앞으로 나아간다. 동우·민우 형제 어머니 육영혜 씨 또한 그런 존재로 하느님의 자녀로 하느님께서 선물로 주신 동우·민우를 통해 세상을 배우는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에 대해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