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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영감을 주는 작품
예수님처럼 바라보기


글 김삼화 아눈시앗따 수녀|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저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큰 부담이고 두려운 일입니다. 어릴 적부터 문장 표현력에 대한 어려움을 느껴온 탓도 있지만 글이란 텅 비어 있는 자기 자신의 내면을 꽤 괜찮은 사람으로 착각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부족한 경험 안에서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단순한 어린이가 되기로 했습니다. 왜냐하면 성당에서 교리를 가르치거나 필요한 자료를 만들 때 사용할 성경과 관련된 그림이 너무 없어서 아쉬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지금은 수녀원에서 갤러리 소임을 하며 그림 작업을 하고 있는 저에게 언제나 신선한 영감과 위안이 되어 주는 현대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나눌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려고 합니다. 부족한 글 솜씨는 하느님께서 채워 주시기를 청하며 용기를 내어봅니다.

첫 시작은 첫사랑과 같은 설렘이 있듯이 처음 소개할 작가는 제게 첫사랑의 설렘과 같은 영감을 불러일으켜 준 불가리아의 화가 줄리아 스탄코바(Julia Stankova, 1954~ )입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자신이 예술가가 되기 위해 태어났다고 확신했고 열 세살 때부터 미술대학 진학을 위해 개인 교습을 받았지만 예기치 않게 삶의 방향이 바뀌어 광업 및 지질학대학을 졸업했습니다. 12년 동안 광산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민주주의 바람이 불어오자 직장을 그만두고 그때부터 모든 시간을 그림 그리는 일에 바쳤습니다. 그녀는 18~19세기 불가리아에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의 이콘(Icon) 복원작업을 하면서 완전히 매료되어 예술적 영감을 얻게 됩니다. 아이콘 뒤에 숨은 이야기를 알고 싶어 성경과 비잔틴 그림 체계의 철학적 원리를 연구했고, 그 열망으로 신학까지 공부하게 됩니다.

이 모든 배움은 그녀를 그리스도와의 더 깊은 만남으로 이끌어 복음서 내용을 그리면서 라자로와 함께 다시 살아났고, 발을 씻겨 주기를 기다리는 제자들 뒤에 서 있었으며, 소경이 치유되는 것처럼 그녀 또한 영적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질병이나 허약함으로 사회에서 쫓겨난 사람들을 향한 선입견과 편견이 없는 예수 그리스도의 무한한 사랑과 자비에 큰 감동을 받으며 그녀에게 예술은 회심의 길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불가리아, 마케도니아, 그리스,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에서 서른 번의 개인전을 가졌습니다. 또한 불가리아 저널과 잡지에 정기적으로 에세이, 시, 신학적 분석 및 예술 칼럼을 쓰고 있으며 ‘창세기’, ‘마르코복음 치유’ 이야기와 그리스도를 만나 꽃피워진 ‘복음의 여인들’에 대한 그림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조금씩 그리스도를 향해 성장해 온 작가를 보면서 성화를 그리는 사람의 태도와 마음가짐을 배우고 있는 저는 올 한 해를 시작하면서 하느님께 선입견과 편견 때문에 생긴 보이지 않는 부정적인 선을 하나둘 걷어 낼 수 있는 마음의 눈을 청했습니다. 백이면 백 모두 다른 빛깔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존중하려고 노력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간혹 ‘복음의 삶이란 선입견과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선입견’은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줄리아 스탄코바 작가의 많은 작품 중에 영적인 눈을 뜨게 해 준 “그리스도와 바르티매오”(마르 10,46-52) 작품을 한번 더 눈여겨보게 됩니다. 멀리 눈먼 바르티매오가 예수님을 향해 큰소리로 자비를 청하며 겉옷을 벗어 던지고 벌떡 일어나려고 예수님을 향해 손을 뻗치고 있는 모습에서 간절함이 전해집니다. 그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를 눈을 감고 듣고 계시는 예수님의 얼굴이 저에게는 아주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눈을 감고 계시지만 눈을 뜨고 계실 때보다 더 깊이 그를 들여다보고 처지를 헤아리시며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 작품을 계속 들여다보면 눈을 뜨고 있는 사람이 과연 누굴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예수님과 바르티매오 사이의 군중들은 바르티매오를 길가에서 구걸하는 눈먼 거지라고 업신여기고 조용히 하라고 꾸짖습니다. 그들은 선입견으로 눈이 먼 눈뜬장님들처럼 보입니다.

예수님은 바르티매오를 눈먼 거지가 아닌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한 사람으로 보고 그를 초대하시고 의견을 물으시고 치유해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하시며 우리를 초대하시고 의견을 물으시는 것 같습니다.

 

작가 홈페이지 http://www.juliastankova.com

- 현대 작가의 그림을 무단 도용하거나 상업적으로 이용하면 저작권법에 위반됩니다.

 

* 이번 호부터 새로 연재되는 나에게 영감을 주는 작품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김삼화(아눈시앗따) 수녀님은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소속으로 예담갤러리 운영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