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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교의 해를 위한 생태영성
관계


글 송영민 아우구스티노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우리 교구는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친교의 해’를 지냅니다. ‘복음의 기쁨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난 두 해 동안 ‘하느님 말씀을 따라’ 걸어왔던 우리의 여정이 이제 두 번째 단계인 ‘친교로 하나 되어’ 사는 삶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지요. 교구장님의 새로운 사목교서에는 친교의 해가 지향하고자 하는 바가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는데, 특히 친교의 삼중적인 관계성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눈에 됩니다. “하느님과 사람, 사람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다른 피조물 사이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향해, 서로 함께, 서로를 위해” 살아가자는 초대에 밑줄을 긋게 됩니다. 그러고 보니 친교는 단순히 ‘우리끼리의 친목’을 도모하는 일이 아니라 ‘하느님과 함께’, ‘이웃과 함께’, ‘피조물과 함께’ 이루어가는 관계의 신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대주교님의 사목교서에서 강조되는 친교의 삼중적인 측면은 사실 생태영성이 지향하는 바와 그 맥락이 비슷합니다. 사람들은 생태영성을 ‘자연보호’나 ‘에너지 절약’ 차원으로 한정하는 경향이 있지만 생태영성이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하느님-인간- 다른 피조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생태영성은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에만 관심을 두는 것을 넘어 하느님과 창조 세계와 인간의 상호 관계를 함께 헤아리고, 생태 위기에서 드러나는 관계의 훼손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그 길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만큼 생태영성은 모든 관계를 소중히 하여 그 관계를 돌보는 영성이고, 그래서 참 ‘따뜻한 영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리스도교 영성에서 그동안 소홀하게 다루어진 ‘자연’이라는 영역까지 포괄한다는 점에서 영성이 본래의 대상을 되찾았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회칙 「찬미받으소서」가 되풀이해서 강조하는 것처럼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91항) 모든 피조물은 한 분이신 창조주로부터 생겨났고 그분 안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피조물 사이에는 끊을 수 없는 연대성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산과 바다, 새와 나무는 인간과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 연결되고 상호 의존적인 관계 속에서 존재합니다. 우리네 인간도 “한 분이신 아버지께서 창조하신 우주의 일부로서” 다른 피조물과 서로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89항) 하느님께서는 우리 육신을 통하여 우리를 둘러싼 세상과 긴밀하게 결합시켜 주셨고, 그래서 우리는 마치 ‘우주적 가족’처럼 하나의 공동체에 속해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하나의 관계망’으로 이루어진 하느님 창조 세계에서 우리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갑니다.

 

생태영성은 창조주 하느님께서 우리를 모든 존재와 결합시켜 주신 유대를 깨닫고 ‘우주적 친교’에 마음을 열어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느님께서 온 세상 우주 만물과 친교를 맺고 계시듯이, 우리도 그분의 모든 피조물과 친교를 이루도록 요청받는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나와 가까운 몇몇 사람이 아니라 지구 공동체 전체와 일치를 이루며 더불어 살아보라는 뜻이겠지요. 우리가 다른 피조물과 이루는 관계를 배제하고 하느님과 이루는 올바른 관계를 말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하느님의 다른 피조물들과 깊은 친교를 이룰 때 인간에 대한 연민과 배려의 마음도 함께 자라게 됩니다. 따뜻한 애정으로 그들을 존중하며 ‘나에게 갇혀 있지 않고 너에게 열린 삶’을 살게 됩니다. 또한 친교의 폭을 넓힘으로써 좀더 충만하게 우리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처럼 “인간은 자신에게서 벗어나 하느님, 타인, 모든 피조물과 친교를 이루어 살면서 관계를 맺을수록 더욱 성장하고 성숙하며 거룩해집니다.”(240항)

 

우리네 인간은 관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관계 때문에 상처 받고 힘겨울 때도 있지만 그 관계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힘을 얻습니다. 이제 막을 올린 친교의 해를 살며 우리의 관계가 더 넓어지고 생기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관계의 중심이신 하느님 안에서, 특히 그동안 소홀했던 관계를 보살피는 일에 좀더 정성을 다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이 지면을 통해 들려드릴 생태영성 이야기가 친교의 해를 살아가는 여러분의 여정에 작은 나침반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이번 호부터 새로 연재되는 송영민(아우구스티노) 신부님의 친교의 해를 위한 생태영성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송영민 신부님은 토론토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대신학원에서 신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