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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사이비(以而非)가 판치는 세상


글 최성준 이냐시오 신부|월간 〈빛> 편집주간 겸 교구 문화홍보국장

 

사이비 종교의 폐단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넷플릭스의 「나는 신이다」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이비 종교 교주들의 추악한 실상을 파헤쳤습니다.

흔히 ‘사이비’라는 말을 쓰는데, 이 말은 어디에서 유래했을까요? 이 말은 『맹자』에서 왔습니다. 맹자는 “나는 사이비를 싫어한다.(孔子曰, 惡似而非者.)”라는 공자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공자는 덕이 있고 선량한 척하며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받지만 실은 위선적으로 행동하는 소위 ‘향원(鄕愿)’을 싫어했는데, 그들이 군자와 비슷하지만(似), 군자가 아닌(非), 덕을 해치는 자(德之賊)라고 비판했습니다.1) 결국 ‘사이비(似而非)’란 ‘유사하지만 아닌’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사이비 종교란 종교의 형태를 띠어 종교와 비슷하지만 종교가 아닌, 사람들을 현혹하는 사기꾼 무리를 말합니다. 그들의 목적은 돈이고, 욕망의 충족입니다. 사이비 종교의 교주는 자신을 재림한 예수, 아니면 하느님의 구원 계획을 완성할 자라고 하며 사람들을 현혹하고, 자신의 가르침에만 구원이 있다고 설파합니다. ‘하느님 나라가 오니 너희들이 가진 재산은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러니 교회에 모든 재산을 갖다 바쳐라. 그리고 세상에서 이루려는 꿈이나 미래의 계획 같은 것도 종말이 다가오면 모두 의미가 없으니, 곧 다가올 종말을 준비하고 교주가 시키는 대로 해라.’면서 사람들을 노예처럼 혹독하게 부립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짐짓 구세주라도 되는 양 흰옷을 입고 거룩한 표정을 지으며 얼굴에는 자비로운 웃음을 머금습니다. 예수님께서 가장 싫어하신 “회칠한 무덤” 같이 겉은 번지르르하지만 속은 썩어 있는 전형적인 위선자의 모습입니다.

사회에서 가난하고 소외되고, 외로움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이런 꼬임에 쉽게 넘어가 모든 재산을 갖다 바치고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지며 점차 망가져 갑니다. 사이비 종교의 교주와 교단을 이끄는 무리는 사람들의 약한 부분을 파고들어 세뇌하고 현혹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따르는 이들의 재산을 착복해 호화생활을 하고, 어린 여성들을 성적으로 착취합니다. 이들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추악하고 끔찍한 죄악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전쟁을 일으키거나 무참히 살인을 일삼는 자들은, 사람들이 공포를 느끼고 경계하고 피하려는 노력이라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사이비 종교의 교주는 사람들의 선의의 마음을 파고들어 경계심을 허물고 자신들에게 온전히 의탁하게 만들어 철저히 착복합니다. 사람들의 가장 선한 마음을 이용해 자신들의 더러운 욕망을 채우는 이들이 바로 ‘사이비’인 것입니다.

 

사이비는 비단 종교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닙니다. 세상 곳곳에 ‘사이비’가 만연합니다. 선한 목자인양 행세하지만 양들을 등쳐먹고 해치는 ‘사이비’ 목자도 있습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유세하지만 온갖 부정부패를 일삼고 당과 개인의 이익만 챙기는 ‘사이비’ 정치인도 있지요. 사랑한다고 하면서 데이트 폭력을 일삼거나 바람을 피우는 ‘사이비’ 애인도 있습니다. 사이비 교사, 사이비 부모, 사이비 신자도 있겠지요. 위선을 저지르는 모든 이가 ‘사이비(似而非)’입니다.

나는 진정 진실된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나는 겉으로 짐짓 의로운 척하며 속은 이기적인 위선을 저지르지 않는지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사이비 신앙인이 아니라 참된 하느님의 자녀로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사이비가 세상에 만연하는 한 예수님의 마음(聖心)은 오늘도 피땀을 흘리며 상처받고 계실 것입니다.

“불행하여라, 너희 위선자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겉은 아름답게 보이지만 속은 죽은 이들의 뼈와 온갖 더러운 것으로 가득 차 있는 회칠한 무덤 같기 때문이다.”(마태 23, 27)

 

1) 『맹자(孟子)』, 「진심하(盡心下)」, 37.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