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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교의 신비를 살아가는 사람들 - 생태환경 및 농어민사목부
신평성당 ‘독수리 식당’


글 신평성당 생태위원회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 받으소서」를 살아가는 구미 신평성당 공동체는 매월 첫 금요일에 ‘지구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며, 지산샛강 탐조플로깅, 쓰담 달리기, 우포늪 생태 탐방 등의 활동을 통해 새들과 동물들, 얕은 늪에서 꿈틀거리는 물고기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또한 ‘금강 자연미술비엔날레’를 관람하고자 충남 공주 ‘연미산 자연미술공원’을 방문해 생태설치미술과 숲속 작품들을 감상하며 하느님 창조의 신비를 몸과 마음으로 느낍니다.

지난 2월에는 겨울을 나기 위해 경북 고령군 우곡면 회천을 찾아오는 독수리를 만나러 갔습니다. 예전에 이곳은 독수리들의 최대 월동지였지만 지금은 그 수가 줄어 고령에 150여 마리, 김해에 250여 마리, 경남 고성에 600여 마리, 거제에 150여 마리의 독수리가 찾아들고 있습니다. 고령 회천 ‘독수리 식당’에서는 12월부터 2월까지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두 차례에 걸쳐 약 100kg의 고기를 독수리들에게 먹입니다. 먹이는 주로 소와 돼지의 부산물입니다.

흐르는 강이 있고 모래와 절벽, 소나무가 울창한 회천은 독수리가 살기에 가장 좋은 환경입니다. 독수리는 본래 고라니, 멧돼지 등 야생동물의 사체를 먹지만 지금의 환경에서 독수리가 먹이 활동을 하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그래서 ‘독수리 식당’이 문을 열게 되었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과 활동가들의 노력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독수리 식당’을 두 번 방문한 신평성당은 귤세제를 만들어 판 수익금을 먹이값으로 후원했고, 모 방송사에서 제작한 ‘낙동강의 오래된 미래’ 편에 방영되기도 했습니다.

박석진교로 모인 날, 흐리고 비가 내렸지만 합천보 수문 개방 한 달 만에 드러난 모래톱에서 환경단체 회원들과 개인 활동가들은 인간 띠를 만들어 ‘낙동강은 흘러야 한다.’를 외치고 숙연한 마음으로 모래톱을 걸었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8개 보가 설치된 낙동강에는 모래톱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그로 인해 철새들은 서식지를 잃었고 녹조가 심해졌으며, 합천보의 수문을 개방한 지 한 달 만에 모래톱이 드러났습니다. 이런 곳에 멸종 위기종인 철새와 황새, 천연기념물인 독수리들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강가에 핀 물안개를 보고 어떤 사람은 “수묵화 한가운데로 들어온 것 같다.”고 하고, 또 다른 사람은 “그림책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모래톱을 맨발로 걸으면서 “이곳에 늦게 온 것이 아주 미안하다.”는 말에 처음 만났지만 따뜻한 마음이 어우러져 마치 오랜 정을 나눈 친구들 같았습니다.

일행은 회천에서 합천보로 이동하여 새롭게 드러난 모래톱을 걸었습니다. 우리는 다시 한번 원을 만들어 돌면서 ‘낙동강은 흘러야 한다!’고 외쳤고 동·식물의 서식지와 자연을 훼손한 잘못을 깊이 반성했습니다. 이날 비가 와서 독수리들은 오지 않았고, 먹이는 까치와 까마귀가 먹고 갔지만 따뜻한 마음과 깊은 연대감은 큰 감동으로 남아 있습니다. 함께 연대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부모들과 동행한 아이들이 독수리를 보지 못해 아쉬워했지만 강이 흘러 물고기와 새, 인간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염원했습니다. 또한 수천 킬로 미터를 날아온 철새들이 잠시 쉬어 갈 곳 없는 세상에 산다는 것이 무섭고 화가 나며 슬프기도 했지만 철새를 지키고자 하는 의로운 활동가들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고, 또 반성을 했습니다.

독수리를 보지 못한 아쉬움에 본당 생태위원회에서는 ‘독수리 식당’ 탐방을 다시 계획했고, 신부님과 수녀님, 신자들 40여 명이 함께했습니다.

독수리 식당에 도착하니 까치와 까마귀가 먼저 와 포식 중이었고 하늘에는 독수리들이 배회하며 좀처럼 모래톱 식당에 내려 앉지 않았습니다. 이때 무리를 이끄는 독수리 두 마리가 내려 앉아 두리번거리며 안전한 곳인지 살피더니 먹이를 먹었습니다. 독수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컸고 날개를 펴면 2~3m가 되는데 날갯짓은 얼마나 멋지고 우아한지 바람의 기류를 타고 비행하는 모습을 보면 절로 감탄사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위풍당당한 모습과는 달리 독수리는 까마귀가 쪼면 도망가는 순한 조류인 것 같습니다.

드디어 하늘에 수십 마리의 독수리가 나타났습니다. 독수리는 무리가 올 때까지 먹이를 먹지 않고 기다렸다가 무리가 오고서야 일제히 먹기 시작합니다.

얼마나 경이로운 광경인지 새는 하늘을 날고, 물고기는 강을 헤엄치고, 나무는 우리를 향해 두 팔을 뻗고, 새싹과 꽃은 활짝 피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은 형제로 모두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해마다 독수리 식당을 열어 철새들이 굶어 죽지 않고 무사히 돌아가도록 돌보는 사람들이 있어 고마웠지만 한편으로는 독수리 식당을 열지 않아도 모래톱이 드러나고 동·식물 스스로 먹이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과, 사람과 자연이 아름답게 공존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바람이 간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