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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에서 온 편지
매체선교(媒體傳播 : 메이티추안보어)


글 강우중 베르나르도 신부|타이중교구 선교사목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난 몇 년은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 교우들과의 만남과 교류 등 대면 활동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장애 속에서도 신앙인으로서의 삶을 포기 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초기 교회생활은 팬데믹보다 더 심한 박해 속에서도 신앙을 지켜 나갔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신앙생활에 진심이라면 외부적인 어려움은 오히려 지혜를 발휘하여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그러기에 어떤 신부님은 야외로 나가 사회적 거리를 유지한 채 고해성사를 하셨지요.

팬데믹이 가지고 온 신앙생활의 어려움을 뛰어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선택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홍보 매체인 〈빛〉 잡지, 가톨릭신문, 교구 유튜브 채널 등이 바로 그러한 것이지요. 이러한 방법은 타이중교구도 마찬가지입니다. 타이중교구는 매달 월간지를 발행해 교구 내의 각종 활동을 교우들과 공유하고,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 주일미사, 복음 나누기 및 전례교육, 교황님의 지향을 위한 기도 모임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들을 중국어로 메이티추안보어(媒體傅播, 매체선교)라고 하고, 교구청 메이티추안보어웨이위엔휘이(媒體傳播委員會, 홍보위원회)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타이중교구 홍보위원회의 위원으로서 교구청의 홍보 활동에 협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튜브 콘텐츠 제작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일부 프로그램에 출연도 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홍보위원으로 활동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우연한 계기에 저의 잔머리가 발생시킨 사고(?)에 불과했습니다. 처음에는 사제들의 복음 묵상을 나누는 영상에 한번 출연해 달라는 교구청의 요청으로 시작됐습니다. 이때는 한창 중국어를 배우고 있을 시기로 카메라 앞에서 중국어로 많은 말을 해야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저는 어떻게 하면 마음이라도 편하게 요청에 응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한가지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바로 직접 영상을 찍고 편집해서 교구청에 제출하는 것이었습니다.

작업을 시작하는 첫 마음은 ‘억지로라도 한 편 만들고 다음부터는 하지 말자.’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부담감을 줄이고 마음 편하게 작업하고자 택했던 방법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원고를 작성하여 외우는 것에서부터 촬영 편집과 자막 붙이기 및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 하는 것까지. 이 모든 과정은 적어도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필요로 했습니다. 비록 생각보다 쉬운 작업은 아니었지만 혼자서 하다 보니 영상제작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알게 되었고,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얼마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지 알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일을 도맡아 하는 홍보위원회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더이상 영상제작에 관여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뜻밖에도 만들어 올린 영상에 대한 반응이 좋아 지금도 교구청 홍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의도했던 것과 달리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게 된 이 일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더 활발해졌습니다.

 

본당 교우들을 위해 자체적으로 실시간 평일미사를 진행하기도 하고, 성당에 나오지 않는 젊은 연령층을 위해 본당 어린이 친구들과 함께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이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나누기 위해 아껴두도록 하겠습니다.) 이러한 일을 겪으면서 우리 신앙생활에 장애가 되는 것은 팬데믹이 아니라 신앙에 대한 우리의 소극적인 태도였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충분히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