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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타스 사람들
업무 일기


글 전화진 토비아|카리타스보호작업장 원장

“올 한 해 마음고생 많으셨습니다.”

지난 8월쯤 긴급하게 의논할 일이 있어 이용인 보호자와 만났습니다. 재정난으로 단축 근로와 급여 감액을 요청하는 자리라서 편한 자리는 아니었습니다. 결국 수당 감액, 다행히 단축 근로는 언급에 그쳤고 이후 상황이 조금 나아져 감액된 수당도 연말 보너스로 일부 만회할 수 있었습니다.

한 해를 정리하는 보호자 연말 모임이 있었습니다. 모임에 나오는 보호자는 열 명 남짓, 매번 보는 분들이라 안부를 물을 정도는 되었습니다. 식사를 하다가 서로 긴장이 풀리고 나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나이 드는 걸 보면 걱정이 앞선다.”, “내가 죽고 나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된다.”고 말합니다. “새로 들어오고 싶은 이들도 많을 텐데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지.” 등등 사회복지정책이 나아졌다고 하나 사회적 보호장치는 아직 보호자의 몫을 상당히 따지고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우리 안에도 두 부류가 있습니다. 근로계약을 맺어 안정적인 단계에 있는 이와 훈련 장애인으로 시설의 변화를 민감하게 살펴야 하는 이들입니다. 같은 공공재를 이용하면서 서너 배 급여를 더 받는 처사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유일한 답은 ‘기본 급여(급여 보충) 보장’인데 당국은 근본적인 변화가 없습니다. 오늘도 슬그머니 운을 떼는 이해, 더 나은 조건의 일자리를 말하는데 이를 지켜보는 다른 보호자는 시름이 깊어 보입니다. 근로 장애인의 보호자였습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나라가 그렇게 만들진 않을 겁니다. 수요가 있으면 더 지으면 됩니다. 지금으로선 작업장을 그리 선호하는 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씀을 드렸지만 실은 정치적 상황에 따라 정부 지원이 달라지는 걸 보면 걱정이 됩니다. 암묵적이지만 우리는 평생 일터를 지향합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로, 여기보다 나은 조건에서 일할 능력이 있는 이들은 그쪽으로 안내하는 것도 우리의 일입니다. 

보호자로서 평생 짐이 되기에 들어주어야지요.

오늘 모임에서 뇌전증을 앓고 있는 OO 씨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느 날 보호자가 꿈쩍도 않고 숨만 몰아쉬는 OO 씨를 이 상태로 사느니 먼저 보내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안고만 있었다고 합니다.

선의만으로 일터를 유지할 수 없지만 아픈 마음을 기억하며 ‘가야 할 길’을 명심토록 하겠습니다.

- 2022년 12월 23일

 

 

“힘내세요! 예수 부활에 맞춰 힘을!”

봄기운이 완연한 날 부모 모임이 있었습니다. 부모 모임이지만 어머님들이 주가 되어 아버님들께 오시라 하면 부담이 되겠죠. 작업장 가까운 식당을 예약했습니다. 깔끔하게 차려낸 식사, 올려진 반찬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근황까지 이어집니다. 궁금해하실 작업장 현황과 환율상승이란 변수가 만만치 않다는 것도 알려 드렸습니다. 뉴스에서나 볼 이슈가 직접 상관된다는 걸 놀라워합니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큰 어려움 없이 살고 있다는 것에 안심하며 격려까지 해 주셨죠. 이야기는 작업장 일상으로 이어집니다. 평소 아이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궁금해도 쉽게 물어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수십 년을 키웠지만 알고 싶은 만큼 의사소통이 되지 않기에 선생님의 한마디에 맞장구를 쳐줍니다. 어머님들끼리는 십여 년을 알고 지냈기에 서로 아는 속사정까지 들을 수 있었습니다. 초창기 작업장 이야기며 떠나간 선생님들, 고생하며 지금까지 온 것에 격려와 감사까지, 그리고 간간이 이어지는 짧은 침묵에도 집안일까지 엮여 이어졌습니다. 어쩌다 이야기는 아이를 키워 온 지난 시간까지 내려갔습니다. 치료비로 집 한 채를 팔고서야 아이의 장애를 받아들이게 됐다고 합니다. 그만큼 희망을 내려놓을 수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 가까운 특수학교마저 아이를 받아줄 수 없다기에 버스를 타고 통학만 서너 시간이 걸리는 곳으로 3~4년을 다녔다고 합니다. 한순간 모두 숙연해졌고 애써 분위기를 바꾸려고 했지만 그 눈빛만은 잊혀 지지 않습니다. 그렇게 살아온 어머님들은 서로에게 속을 드러내며 아픔을 참아왔던 것일까요? 찰나였지만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에 먹먹해졌습니다.

- 2023년 4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