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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타스 사람들
그들에게 무대란?


글 전화진 토비아|카리타스보호작업장 원장

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입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모습에서 재활의 희망을 걸고 시작된 기념일이라고 합니다. 코로나19 규제가 풀리면서 대규모 행사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행사에 참가하라는 공문이 곳곳에서 날아옵니다. 그중 장기자랑을 할 수 있는 행사에 참가 신청을 받는다고 공지하자 작업장이 술렁거립니다.

평소에 말수도 적고 행동이 느리지만 작업할 때는 ‘프로’ 그 자체였던 분이 얼마 전 다가와서 말했습니다. “저 신청했어요.”, “무슨 장기로요?”, “노래요.” 며칠이 지나 이 분이 다시 말을 꺼냅니다. “저 노래 잘해요. 노래방에서는 안 불러요.” 그랬던 어느날 노래방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였습니다.

월요일 오후입니다. 그는 작업에 심드렁하고 시무룩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봅니다. 중얼거리는 말을 알아 들을수는 없지만 눈빛에서 ‘예선 탈락!’을 느꼈습니다. 이번 행사에 여러 명이 신청했습니다. “설마 당신까지?” 예상외의 분들도 참가한다고 합니다. 이번 대회는 경쟁이 치열해 입상을 할 수 있을지 의문도 있었지만 그들은 안무까지 짜서 연습을 합니다. 그들의 선택은 당당했고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자 그들이 가진 열정이 부러웠습니다.

그들에게 ‘무대’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코로나19로 지난해까지 자체적으로 공연을 했습니다. 평소  ‘짬짜미’ 노래 교실을 가졌습니다. 레크리에이션에 재능을 보이는 기간제 선생님의 열정으로 운영되었죠. 평소 점심시간에 악보 없는 가사집으로 연습을 하고 모두 이 시간을 기다립니다. 그들은 갈고 닦은 실력으로 생일잔치 때면 작은 공연을 합니다. 연습을 시작한 며칠 전부터 평소와 다르게 활기가 넘쳤습니다. 그러다 연말에 제대로 공연을 펼쳤습니다. 공연하면 떠오르는 노래 ‘연극이 끝난 뒤’ 텅 빈 객석을 보며 ‘고독만이 남아있죠.’ 이번 예선전에서 이런 느낌을 받으며 선택받지 못한 아쉬움이 컸을 것입니다.

“저도 장려상 받았어요.” 이번 예선전에 참가하지 못한 이가 귓속말로 말을 걸어옵니다. 다들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심정은 똑같습니다. 아쉬움이 남아 퇴근길에 중얼거립니다. “다음에 잘하면 되지!”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는 모습에 힘을 주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했습니다. 대회는 순위를 매겼지만 우리의 무대에서는 각자가 주인공이 되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무대를 만들어 주고 그에 어울리는 상을 주어야겠습니다. 장애인의 날 뿐만 아니라 언제나 누구에게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무대를 말이지요.

 

* 카리타스보호작업장은 일과 보람을 함께하는 발달장애인의 일터로 포항 시내에서 20여 분, 동해안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작은 농공단지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시골이지만 60명이 각자 크고 작은 작업을 맡아 복사용지, 화장지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중증장애인생산품과 사회적기업, 친환경인증 제품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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